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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 Feb 26. 2022

나는 더 이상 무한도전을 보지 않기로 했다.


대한민국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니, 대중문화 전반을 아울러도

무한도전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장르였고

현 시점 기성세대들의 강렬한 추억입니다.


종영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마당삼아

무한도전은 계속 방영되고 재생산됩니다.



불과 얼마 전에 본 것 같은 에피소드가 10년도 더 지난 과거입니다.

모든 출연자가 지금도 활동하는 연예인들이지만 

여전히 과거의 영상이 재생되는 이유에는

나의 어린 시절을 되새기고 싶은 마음도 포함됩니다.



무한도전 영상에 달리는 댓글은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며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재택 근무가 생활화 된 지금

집에서 먹는 점심은 어느새 무한도전이 함께 합니다.

유튜브도 알아서 적절한 영상을 띄워주고 있고

채널 운영자도 식사 시간에 맞춰 새 영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을 업로드 합니다.



청개구리인 저는 이 시점에서

제 안의 반발심이 일어남을 느낍니다.


무한도전은 유독 반복해서 봐도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다음 씬에 어떤 출연자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이야기할지 뻔히 그려지는데도

여전히 재생버튼 누릅니다.




유시민 작가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언급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



점점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이 피로해지고 과거의 것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는 이것을 경계하며 새로운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말을 아끼라고 조언합니다.

(이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 양식을 우린 꼰대라고 부릅니다.)




예측 가능한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지고 패턴이 되어버리면 

제 안에서 새로운 학습을 담당하고 있는 팀이 일을 그만둘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영상 한두편으로 갑자기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이 기회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뇌의 자극에 쓰는게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게 조금 덜 재미있고, 영상이 끝난 후에 시간이 아깝고

다시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무한도전 영상이 나를 강력하게 유혹하더라도

분명히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와 유사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창의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앤절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이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의식적인 연습이 아니고서는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관성대로 움직이는 손과 도구가 남기는 의미없는 흔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1일 1드로잉을 하다보면 내 손이 편한대로 원래 그리던 대로 그리게 됩니다.

즉, 무지성 그림을 양산하기 시작하죠.


익숙한 소재를 익숙한 도구로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그립니다.

그렇게 쌓인 결과물은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죠.


스타일이라는 개념은 반복적 훈련에서 출발되는 것이 맞습니다만

패턴화, 고착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스타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깊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때에도

내가 이것을 왜 그리는지 어떤 모험을 해볼 것인지

어떤 포인트에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지 

자꾸 생각하고 깨어있으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지? 난 그저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거라구!!’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나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관성대로만 살기 시작하면

머지 않아 살아있는 스트레스 덩어리가 됩니다.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요.


요즘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미래에 내가 그 사람처럼 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 사람도 과거엔 여러분과 같은 생각이었을거예요.



출처 : 유튜브 (옛능 :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



제가 무한도전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는

그리고 그림을 의식적으로 그리려는 이유는


잘 늙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잘 늙는 훈련 중 그림이 가장 쉽고 재밌습니다.






무한도전과 관성.

이 모든 현상은 호기심의 부재로 귀결됩니다.

호기심이라는 에너지는 그 자체로 생동감, 역동성을 의미하는데

호기심이 귀찮아 질수록 우리가 되기 싫은 어른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여러분도

글과 그림등의 창작활동 뿐 아니라

여가생활을 보낼때도 의식적으로 변화를 주며 호기심을 증폭해보세요.

익숙한 것을 경계하시고 새로운 자극에 욕심을 내세요.

그리고 두려워마시고 배우시고 실패하세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만

많은 것을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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