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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주현 Apr 09. 2022

달리기와 투자의 공통점

신발 끈을 동여 매고 밖으로 나갑니다.

집 근처 실개천을 시작으로 뻗어나가는 공원 길을 따라 달립니다.

1km 지점을 통과할때마다 GPS시계가 삐삐거리며 속도를 알립니다.

길은 무심하게 뻗어있고 숨은 턱까지 차오릅니다.


달리다보면 아무 생각이 안들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마구 들기도 합니다. 

제법 봄 날씨 다웠던 오늘 아침 러닝을 하며

이 힘든걸 왜 나와서 하고 있는거지 하는 후회와 함께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투자하는 거랑 똑같잖아.’


그래서 이 글을 적어봅니다.




참고로 저는 레이달리오의 포시즌 포트폴리오를 개량한

올웨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직접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 상관성이 적은 자산군들을 

일정 비율로 분산하여 꾸준히 모으고 1년에 한번 리밸런싱 하는 

대표적인 정적 자산 배분 투자방식입니다.


따라서 사회/경제 이슈에 신속히 대응하거나

차트 분석을 통해 타이밍으로 사고파는 기술적인 투자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임을 밝힙니다.







할땐 죽을만큼 힘들지만 안하면 살기 힘들다


러닝과 투자는 혹독한 과정을 거칩니다. 

한쪽은 다리와 심장이 떨어져 나갈것 같은 신체적인 고통을

다른 한쪽은 영혼이 탈탈 털리는 정신적인 고통을 가져다 줍니다. 

고통에 둔감해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큰 그림을 잊지말고 참아내야 합니다.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아주 기본적인 운동입니다. 동시에 전신 운동이기도 하구요.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곳에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투자 역시 아주 기본적인 경제활동 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늙고 쇠약해집니다. 

건강한 상태의 컨디션이 100이라면 

한살 두살 먹어갈수록 100보다 작은 숫자로 내려갑니다.

자산도 동일합니다. 우리의 월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의 상승이 빠릅니다. 

1억이라는 돈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않고 1년이 지났다면 

400만원 이라는 돈을 허공에 뿌린것과 마찬가지입니다.

(KOSIS-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 2022년 3월 전년 동월대비)


건강도, 자산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깍여나갑니다.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투자해야하는 이유입니다.





X나 외롭고 고독하다


그룹 스터디를 만들어서 투자를 공부하고

투자 동호회나 아카데미에 들어가 왕성하게 활동하며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하루종일 투자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결국 주식의 매수버튼을 누르는 것, 부동산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나의 손입니다.


그 어떤 훌륭한 투자자나 지인도 투자상품을 추천해주고 손실을 봤을때 손실금을 메꿔주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소개좀요)

투자는 외롭고 고독한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모든 투자적 책임은 내게 있죠.


출처 : 영화 내부자들


런닝 동호회나 소모임도 무지 많습니다. 으쌰으쌰 응원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이나 트레이닝 캠프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옆에서 같이 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많은 위로와 응원이 되는것은 사실입니다만

결국 트랙에서 뛰는건 오로지 나의 근육과 심장과 폐의 몫입니다.


즉, 실행을 하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의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을 끊임없이 구하고 허락 받으려는 느낌의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아쉽게도 그들 대부분은 투자도, 달리기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


달리기는 의외로 수많은 숫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km당 몇분 몇초에 달리는가, 내 심박수는 몇인가, 지금 몇 키로를 뛰고 있는가, 뛴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케이던스(발 구름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가 등등

달리기를 이루는 몇몇 지표들을 달리기를 계획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신가요? 축하합니다. 정상입니다. (출처 : 가민 커넥트)


‘그냥 달리면 되지 무슨 숫자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5km, 10km, 하프, 풀코스의 긴 거리에 도전해 나갈수록

이 지표들을 파악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크게 잘못된 달리기를 할 수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죠. 내 소득과 자산, 고정지출의 숫자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의외로 기본적인 숫자를 간과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자기가 한달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고있는지

자산대비 부채는 몇 퍼센트며, 예금과 투자의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대답하지 못합니다.

최소한 가계의 대차대조표와 재무제표는 작성해놓은 후에 투자를 시작해야합니다. 

자산의 숫자와 친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갖고 있는 주식의 수익율이 2%인지 -2%인지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200%면 좀 의미가 있긴 하겠...





다만, 숫자를 너무 자주 보면 지친다


위와 반대되는 내용입니다만 이것도 상통합니다. 

일단 숫자에 대한 파악, 계획이 완료되었고 실행으로 옮겨갔다면 

가능한 이 숫자를 ‘가끔’ 들여다봐야합니다. 

10km를 달리기로 한 날 유난히 더운날씨에 조금씩 지쳐갑니다.

손목시계에 표기된 거리를 자꾸만 들여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5km는 온 것 같은데 아직도 이것밖에 안왔다고?’

‘아직도 4km나 남았잖아!’

잦은 데이터의 확인은 피로의 원인이 되고 완주의 확률을 낮춥니다.


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목표수익율을 정해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시도때도 없이 주가창을 들여다 보고있는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목표는 저 멀리 있는데 아직 출발선 근처에서 사부작 거리고 있는 느낌이면

당장이라도 매도하고 다른 종목을 찾아 나서고 싶습니다. 

부동산은 숫자를 자주 보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비교적 좋은 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퇴적되어야 결과가 생긴다


투자도 달리기도 절대 빠르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간혹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면 안됩니다.)

한달 전에도 힘들었고 어제도 힘들고 오늘도 힘들었고 내일도 힘들껍니다.

달리기는 쉬워지는 때란 없습니다. 계속 힘들고 지칩니다.


그러다 문득 꾸준한 달리기가 습관이 될 무렵 

비교가 우스울 정도로 성장해 있는 체력을 발견합니다. 

이 경험은 큰돈을 들여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에 마땅합니다.

티끌만한 흙먼지가 긴세월 꾸준히 쌓여서 드넓은 퇴적 평야를 만드는것 처럼

달리기도 투자도 그렇게 복리로 쌓여 갑니다. 

1나노밀리미터라도 조금씩 성장함을 믿고

오늘도 달리고 투자하세요.





끌려다니면 망한다

흔히 러너들이 5분대, 5분30초대, 6분대 라고 표현하는 것이 있습니다.

1키로 미터를 달리는 시간을 말하며 Pace를 의미합니다.

‘오늘은 530으로 3키로 뛰고, 500으로 5키로를 더 뛰고, 630으로 2키로 마무리 해야지.’ 하는 것들이죠

이런 계획을 갖고 뛰고 있다가 갑자기 4분대로 치고 나가는 사람을 발견했다고 칩시다.

끓어오르는 승부욕으로 그 사람을 쫓아간다면 이 사람은 10키로를 완주할 수 없을 겁니다.


자기 페이스란 그런겁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달리는것은 안정적인 완주에 도움이 안됩니다.

‘야 테슬라에서 이제 보험도 만들어 판데, 전기차가 보험료가 비싸니까 직접 만드나봐 빨리 주식사’

테슬라 투자자에게 좋은 호재이지만 개별종목을 사지 않는 제게는 내 페이스가 아닌 정보입니다.

이런 정보를 듣고 덜컥 사버리는건 설령 그 종목이 수익이 났더라도 내 페이스에서 벗어난 런닝입니다.


출처 : 유튜브 - SBS NOW / SBS 공식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8IyCPgwrJ24)


공부와 경험을 통해 내 페이스에 대한 메타 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게 어쩌면 당장의 수익율을 올리는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달리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 안한다


달리기도(운동도), 투자도 해야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발끈 묶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투자금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두 영역 전부 잘하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기초 체력이란게 쌓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힘들어도 참고 달려야 하고, 필요에 따라 체중 조절을 위해 식단 관리도 해야합니다. 

지출을 줄여서 투자금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들로 떡칠된 투자책을 읽는 것도 어렵습니다.


세상은 이럴땐 또 공평해서 늘 뭔가를 포기해야 뭔가를 줍니다.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 안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에 성공의 틈새가 생깁니다.





이제 아셨습니다. 충분히 알고 계십니다.

문열고 나가 달리시고,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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