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찰펴보다

나의 도덕과 당신의 도덕은 다릅니까?

이든 콜린즈워스 - 『예의 바른 나쁜 인간』 서평

by 찰란

범죄자도 자신은 예의 바르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의 도덕이 가진 역설을 파헤치는 시도


흉악한 범죄자가 평소에는 친절한 이웃이었다는 뉴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뼛속까지 나쁜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 부도덕한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선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일까? 도덕은 개인의 신념이 모인 집합인 반면, 윤리는 특정 사회나 문화에 의해 규정되고 강제되는 행동양식이다. (p.54)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개인과 시대, 사회 그리고 문화에 따라 도덕과 윤리의 기준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며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도덕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인 윤리관을 지키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만 충실하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사람들은 궁금하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은 현대 사회에서 도덕이 가진 근원적인 모순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시도이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쁜 인간에게 도덕이란?

살인범부터 불륜 사이트 운영자까지, 직접 인터뷰하며 들여다본 그들의 내면


〈포춘〉지의 ‘눈여겨봐야 할 10인’에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포브스〉, 〈뉴욕 타임스〉 등 각종 매체에서 ‘출판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든 콜린즈워스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도덕이 계속 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현대 사회의 도덕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탐구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그녀는 살인범, 불륜 사이트 운영자 등 보편적인 시각에서 도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 도덕은 열망이 아니라 신중함에서 나오고,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거의 없다… (p.58)
… '상호 이타주의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다른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는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바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이기심 때문이다. (p.59)


실제 살인 전과자와의 인터뷰를 하며 저자는 사람의 도덕성이 후천적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한 환경에서 자란 인간이라고 해서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 사실을 무마하거나 참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러나 도덕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절망적인 환경에 놓여 있던 범죄자가 이후에 개과천선하여 도덕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긍정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도덕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 가변하다는 것이다. 이는 예의가 바르지만 도덕적으로 나쁜 인간도, 예의가 없지만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는 모순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초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독특함에 반하는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보다 더 개인적이고 훨씬 더 불안정하다. 언제든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 (p.168)
과학기술은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하지 않았을 행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걸까? (p.212)


불륜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매칭해 주는 ‘애슐리메디슨’이라는 사이트의 운영자와도 저자는 직접 인터뷰를 한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불안한 감정을 연인 및 배우자에 대한 도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다스려 왔다. 그러나 발전된 과학기술과 미디어가 근간을 이루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도덕적 가치가 너무나도 쉽게 흔들린다. 배우자 몰래 기혼자 간 불륜을 주선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인간의 부도덕한 욕망을 ‘구태여’ 이끌어 낸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의 발전 이면에 숨은 도덕의 딜레마를 파헤치는 저자의 노력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선한 사람일까?

앞으로도 우리 마음속 도덕을 지키는 법을 고민하다


소셜미디어가 우리 자신에 대한 시각이나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화가 난 듯 보이는 건 지극히 감정적인 짧은 댓글을 마음대로 달기 때문 아닐까. (p.222)
… 답이 보이지 않는 난해한 문제에 대해 우리 안에서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난제란 분명한 도덕과 윤리를 고수하면서도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체계가 전혀 다른 사회가 있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일이다. (p.308)
그들은 오늘날의 세계에는 2가지 버전의 도덕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는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도덕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에 적용할 때의 도덕이다. (p.310)


저자의 말처럼 세계에는 2가지 버전의 도덕이 존재한다.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옳은 도덕’과 현실 세계에서의 도덕은 항상 일치할 수만은 없다. 도덕이 가진 모순은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도덕적 가치가 부딪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적용시켜 나감과 동시에 서로의 도덕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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