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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Aug 06. 2019

70. '달의 계곡"에서 만난 스파이더맨

칠레-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달의 계곡' 입구 전망대에 도착하자 털보 원주민 운전사가 우리 일행을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이상한 사람에게 넘겼다. 사람 머리 숫자를 세고, 자기들만 쓰는 아이마라어로 뭐라고 수군거리며 돈을 주고받는 수작이 꼭 어느 혹성의 인종 시장에서 우릴 팔아넘기는 느낌 같았다. 나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 원주민이 직접 달의 계곡 투어를 안내해 줄 것으로 알고 투어를 신청했었다. 그런데  그는 스파이더맨이 자신보다 아주 재미있게 안내를 잘한다고 하면서 총총히 사라져 갔다. 알고 보니 그는 이렇게 여행객을 모객을 해서 스파이더맨 같은 가이드들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찍새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웰 컴, 바야 데 라 루나!"(달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를 인도받은 스파이더맨은 이제부터 자기 말을 잘 듣고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에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슝슝슝~" 거미줄을 발사하는 흉내를 내면서 오른손으로 목을 자르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그의 코미디에 여행자들 모두가 까르르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일부러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온 몸에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세상에! 이 불볕더위에 저렇게 바람 한 점 들어가지 않는 숨 막히는 옷을 입다니!" 

"그러게 말이요. 그런데 모션은 꼭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을 닮아 재미있게 보이는데." 


온몸에 들러붙은 거미줄 옷을 입은 스파이더맨을 본 아내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모습이 너무 더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파이더맨의 상징인 거미줄을 발사는 흉내를 계속 내면서 우리를 웃겼다. 달의 계곡 탐사에 나서긴 전 스파이더맨은 여행자들의 사진 모델로 기꺼이 응해 주었다. 우리도 스파이더맨과 추억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스파이더맨이 직접 운전하는 콤비 형 미니버스에는 우리 일행이 마지막으로 타자 여행객들로 꽉 채워졌다. 스파이더맨은 안내 겸 운전을 하면서 달의 골짜기 탐험에 나섰다.  

        

달의 계곡 투어에 나서기 전 스파이더맨과 함께.


달의 계곡은 생각보다 길고 깊었다. 스파이더맨은 모래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계곡을 터프하고 스릴 넘치게 운전을 했다. 달의 계곡은 갈색 흙벽이 계속 이어지고 버스가 지나는 가는 길에는 흙먼지로 가득 찼다.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도 무시무시한 혹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괴기스러운 음악이었다. 여행자들은 꾸불꾸불한 달의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음악에 맞추어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발까지 동동 구르며 장단을 맞추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이윽고... 스파이더맨은 으쓱한 흙벽 언덕 앞에서 끼익~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멈췄다. 순간 뽀얀 흙먼지가 주위를 감돌았다. 그리고 모두 버스에서 내리라고 했다. 


달의 계곡 탐사에 나선 여행자들


"슝슝슝~ 자 여기서부터는 달의 골짜기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연습해야 합니다. 모두들 이 달의 계곡을 걸어서 가야 합니다. 나는 달의 계곡 반대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살아서 걸어온 자만이 버스를 태워드리겠습니다. 슝슝슝~~" 


그는 걸어서 반대편 계곡까지 살아서 온자만이 버스를 태워주겠다고 말하며 거미줄을 방사하는 모션을 취하면서 버스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뿌연 먼지 때문에 버스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아휴, 이 흙먼지 좀 봐요! 이 골짜기를 어떻게 걸어가지요?"


아내는 사막에 날리는 흙먼지 때문에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꼭 무슨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거, 큰일 났군. 배가 아프지를 말아야 할 텐데…"

"배탈이 났어요?"

"글쎄, 어제 아리카에서 사 온 과일을 먹고나서부터 속이 좋지 않아요."


산 페드로 마을을 출발할 때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었는데, 이젠 주기적으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리카에서 산 과일을 먹은 뒤로부터 설사 끼가 있고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장이 약한 나는 생과일을 잘 못 먹으면 종종 배탈이 나곤 한다. 


정말 달의 골짜기와 화성이 이런 모습 일까? 모래와 흙더미뿐인 달의 계곡은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이었다. 모두가 달의 계곡에 불시착을 하여 조난을 당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여행자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달의 계곡을 향하여 터덕터덕 걸어가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볕이 온몸을 강타했다. 너무나 건조하여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갈증이 심해져 갔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이 탔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걷던 아내가 갑자기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저혈당일까? 아니면 건조한 사막의 고산증세일까? 


화성이나 달의 골짜기를 방불케 하는 흙벽 길


풀 한 포기 없는 달의 계곡을 여행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여보, 저혈당인가? 빨리 초콜릿을 꺼내 먹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아내는 배낭에서 초콜릿을 꺼내 들고 움질움질 씹어 먹었다. 당분은 저혈당의 비상약이다. 아내는 나에게도 초콜릿을 내밀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먹기가 싫었다. 갑자기 배속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급기야 뒤가 급해졌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골짜기 밑으로 달려가 체면 불고하고 쪼그리고 앉아 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워낙 급해서 체면을 차릴 새가 없었다. 사막의 모래 언덕 밑에 궁둥이를 까고 실례를 할 수밖에… 뱃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썰물처럼 빠져나왔다. 


청명한 달의 골짜기에서 실례를 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똥 냄새를 맡으면 날 파리들 금세 북새통을 이루며 달려 들 텐데, 이곳엔 날 파리는커녕 개미새끼조차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미생물도 살기가 힘든 곳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은 무균 지대라고 한다. 눈과 빙하로 덮인 히말라야가 무균 지대라고 하는데, 이곳 아타카마 사막은 너무 뜨겁고 건조하여 균조차 살 수 없는 모양이다.


달의 계곡은 너무 뜨겁고 건조하여 파리와 병균조차 살 수 없는 무균 지대라고 한다.


갈색 흙벽과 모래뿐인 달의 계곡 

 

땡볕에 설사를 몇 번이나 하고 나니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어찔어찔하여 곧 넘어질 것 같아 나는 그대로 모래사막에 누웠다. 모래사막에 누워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신기루처럼 보였다. 속에 들어있는 것을 남김없이 다 비워버려서 그런지 정신은 푸른 하늘처럼 맑아졌다. 현기증이 나고 어지럽기는 하지만 아프던 배가 가라앉고 어쩐지 마음도 편해졌다. 텅 빈 충만! ‘텅 빈 충만’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일까? 죽음 직전의 충만 같은 것이 이럴까? 다리가 후둘 후둘 떨리고 기운은 없지만 눈앞의 풍경은 가물가물 하면서도 황홀하기만 했다.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러다가 사막의 황홀경 속에서 숨이 끊어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살인적인 햇볕 때문에 오래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여보, 빨리 오지 않고 뭐해요!"


점점 멀어져 가는 여행자들



나를 부르는 아내의 외침에 나는 기를 쓰고 일어나 거의 기어가다시피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배탈과 설사 때문에, 아내는 고산증과 저혈당까지 겹쳐 따른 둘 다 기운이 탈진한 상태였다. 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동차도 다닐 수 없고 구조대를 부를 수도 없었다. 우리는 정말 죽을힘을 다하여 달의 계곡을 걸어갔다. 


어떤 젊은 여행자는 모래 언덕의 비탈을 미친 듯이 뛰어가 갔다. 그는 뛰다가 사막을 향하여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모래사막의 언덕을 뛰다가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뛰어갔다. 모래언덕에 그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에게 풀지 못할 무슨 고민이 있을까? 그는 모든 스트레스와 고통을 털어버리듯 사막의 언덕을 달려갔다. 


모래언덕을 미친 듯이 달려가는 젊은 여행자


사막엔 그늘이 없다. 앉아서 쉴 자리도 없다. 그런데 저만치 흙으로 된 절벽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 절벽 아래 그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흙 절벽에 도착한 아내와 나는 기진맥진하여 그늘 밑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쉬지 않고 걸어서 언덕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러다가 사막의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오래 쉴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꾸만 대열에서 뒤로 처지는 데, 일행들이 너무 멀어져 무서움 증마저 생겼다. 어떤 연락 수단도 없었다. 그늘에서 잠시 눈을 감으니 곧 졸음이 몰려왔다. 


'사막에서 졸면 죽는다! '


나는 눈을 비비며 졸음을 쫓으면서 아내의 손을 잡고 일어나 다시 기를 쓰며 걸어갔다. 이대로 몇 시간만 더 가다간 저 용광로 같은 햇볕에 타 죽고 말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가물거리며 눈가에 비추이는 사막의 모습은 여전히 죽도록 아름다웠다. 사막은 침묵, 그대로다. 침묵의 밑 어디엔가는 빛나는 보물이 묻혀 있을 것만 같았다. 수수께끼 같은 시원한 우물 말이다. 그래서 사막은 더 아름다운 것일까? 나는 희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사막을 향해 카메라의 앵글을 정신없이 돌려댔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거의 탈진상태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비몽사몽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만큼 아주 귀한 사진을 여러분은 지금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찍은 더 멋진 사진도 있겠지만 이 사진은 땀이 얼룩진 기가 막힌 사연이 깃든 사진(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들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간 것 같은데도 아직도 스파이더맨은 보이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정말 달의 계곡에서 서바이벌 테스트를 하고 있을까? 아내가 돌 뿌리에 걸려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없다 보니 모래톱 같은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나 역시 아내를 부축해줄 에너지가 고갈되고 없었다. 나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설사로 완전 탈수 상태가 되어버린 나는 조금만 힘을 주며 움직여도 이마에 노란 별꽃이 툭툭 튀어나왔다. 아내의 손을 잡고 일으키다가 나도 그만 아내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돼. 아내여, 제발 일어나 다오!’ 



나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아내가 먼저 가까스로 일어섰다. 일어 서준 아내가 그렇게 고마웠다. 이젠 아내가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켰다. 나는 젖 먹는 힘까지 다 내어 겨우 일어섰다. 우리는 사투를 벌이듯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달의 계곡의 2시간이 마치 200년은 지난 듯했다. 그렇게 기다시피 걸어가 반대편 큰 계곡에 다다르니 버스가 보였다. 스파이더맨은 계곡의 그늘 아래서 앉아서 태평스럽게 쉬고 있었다. 그런 그가 원망스러웠다. 기진맥진 한 우리는 버스 옆에 길게 눕고 말았다. 스파이더맨이 다소 놀라며 우리를 부축하여 버스 안으로 데리고 갔다.   


“왜 그렇게 늦었느냐?”

“나는 배탈이 나고, 아내는 고산병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

“오 마이 갓! 자, 이 걸 천천히 마셔요. 그러면 좀 나아질 것이오.”

“그게 뭐지요?”

“고산병과 배탈을 치료하는 마법의 차다.”

“마법의 차…?”




스파이더맨은 아사 직전의 우리를 보고도 멀쩡한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차를 컵에 따르더니 자꾸만 마시라고 했다. 그는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처럼 "피웅~피웅~" 괴성을 지르며 뜨거운 물에다가 파란 잎사귀를 풀어 넣었다. 코카 잎 차였다. 아내와 나는 그 코카 차를 번갈아 가면서 몇 잔을 연거푸 마셨다. 탈수와 탈진이 겹친 상태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스파이더맨은 또 말린 코카 잎을 주며 자꾸만 씹으라고 했다. 우리는 스파이더맨이 하라는 대로 코카 차를 연거푸 마시고 코카 잎을 씹으니 신기하게도 없던 기운이 다시 점점 솟아나는 것 같았다. 


코카 잎차는 스파이더맨의 말처럼  과연 마법의 차였다! 수천 년간 잉카인들에게 힘의 원천이 되었던 코카 잎은 잉카인들에게는 매우 소중히 여겨졌다. 잉카의 왕들이 저승으로 갈 때 왕릉에는 왕의 미라가 먹을 음식 단지를 넣어 둔다고 한다. 그 단지 속에는 옥수수 3알과 코카 잎 3장이 반드시 들어간다고 한다. 잉카인들이 코카 잎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짐작이 간다.


사막의 풍경은 아름다운만큼 잔인했다. 마치 입에 넣고 싶도록 아름다운 독버섯처럼 말이다. 뜨거운 코카 차를 연거푸 마시고 코카 차를 씹다가 우리는 버스에서 죽은 듯이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한동안 잠 속에 빠져 있는데 스파이더맨이 우리를 흔들어서 깨웠다. 눈을 떠보니 깊은 골짜기 속에 동굴 같은 것이 보였다. 스파이더맨은 달의 계곡에 펼쳐진 암굴을 꼭 보아야 한다고 했다.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를 한다고 하면서. 잠시 단잠을 잔 데다가 코카 잎 덕분에 기운을 되찾은 우리는 스파이더맨을 따라 다시 달의 계곡 트레킹을 나섰다. 


스파이더맨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스파이더맨


소금동굴로 들어가는 달의 계곡


달의 계곡은 안으로 들어 갈수록 신비한 풍경이 나타났다. 암굴 속으로 들어가니 매우 어두웠다. 스파이더맨이 대형 손전등을 들고 와서 비추어 주지 않으면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암굴은 거의 소금으로 되어 있었다. 암굴 벽에는 마치 위벽에 붙어있는 폴립처럼 촘촘히 소금 돌기가 맺혀있었다. 그 돌기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보니 무지하게 짰다. 소금이 모래와 함께 굳어서 그런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암굴은 매우 건조하고 딱딱했다. 생물이 살아있는 흔적은 없었다. 이곳은 화성의 암굴과 지형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화성의 암굴을 탐사하기 위한 사전 트레이닝을 한다고 한다.


스파이더맨은 아내가 행여 쓰러질까 봐 아내 곁에 바짝 붙어 서서 보호를 해주었다. 마치 아내의 보디가드처럼… 암굴은 사람이 겨우 한 사람 정도 빠져나갈 정도로 비좁고 울퉁불퉁하여 걷기가 매우 위험하고 힘들었다. 그런 데다가 돌출 부위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걸려 넘어져 상처를 입을 것 같았다.  어떤 곳은 겨우 기어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낮았다. 


아내의 보디가드가 된 스파이더맨


“여보, 당신이 스파이더맨 영화 속에 있는 배우처럼 보이는데.”

“정말요?”

“스파이더맨은 당신을 보살펴주는 보디가드처럼 보이고, 당신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보여. 그것도 지구가 아닌 달의 골짜기에서 말이요." 

“호호, 그럼 당신은 뭐지요?”

“나야 물론 당신을 뒤 딸아 가는 엑스트라지. 하하."


스파이더맨이 거미처럼 바위를 기어 다니는 시늉을 하며 아내를 부축해 주었다. 그 복장하며 모습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보다 더 진기하게 보였다. 암굴 속을 숨바꼭질을 하듯 돌아 나오니 소금이 하얗게 깔린 모래 벌판이 나왔다. 진한 서리나 흰 눈이 내린 듯 벌판 전체가 하얗게 보였다. 소금 벌판 위에는 기둥처럼 돌출된 암석들이 이상한 모양을 하고 하늘로 솟아 있었다. 어떤 것은 곰처럼 생겼고, 어떤 것은 하늘로 우뚝 분기탱천하고 있는 모습이 남자의 성기를 닮기도 했다. 돌기둥 세 개가 하늘을 향해 돌출되어 있는 모습은 마리아상과 같다고 하여 ‘Tres Marias(세 마리아)’라고 한다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기둥이지 마리아상은 아무래도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았다.


달의 계곡에 자연이 생성된 흙돌기 '마리아' 


아무리 보아도 이곳은 지구 상의 별천지다. 신비하게 생긴 소금 언덕을 걸어 다니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정말 달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이상한 복장을 한  스파이더맨이 끼어 있으니 더욱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내를 극진히 보살펴주는 스파이더맨이 너무 고마웠다. 스파이더맨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탈진상태에 있는 우리가 이처럼 달의 계곡과 동굴을 탐사할 수 있겠는가! 스파이더맨이여, 축복을 받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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