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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Aug 07. 2019

71.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아타카마 사막의 일몰

칠레-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아타카 사막에 점점 해가 기울어 가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늦기 전에 사막의 일몰을 감상하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서둘러 여행자들을 모두 버스에 태웠다. 버스는 흙모래로 이루어진 계곡을 지나 높은 모래 언덕 밑에서 끼익~ 하고 멈추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저 모래 언덕을 올라가야 합니다. 아타카마 사막의 일몰은 죽기 전에 꼭 감상해야 할 기막힌 풍경이지요. 한분도 빠짐없이 저를 따라오세요." 


여행자들이 사막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 모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사막의 언덕을 오르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마치 개미 대열처럼 보였다. 그런데 기진맥진한 아내는 도저히 언덕을 올라갈 힘이 없어 차 안에 있겠다고 했다. 


“마담, 저 언덕만 올라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의 일몰을 볼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렇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올라가지 못하겠어요.”

“마담, 일생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일몰이 될지도 모르는데 정말 후회하지 않겠소.”

“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여기서도 아름다운 일몰을 느낄 수가 있으니까요.”


일몰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모래언덕으로 모여들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의 일몰을 보기 위해  개미 대열처럼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여행자들


그렇다. 아내의 말이 옳다. 여기가 어딘가? 난치병을 앓고 아내가 지구를 돌아 돌아 달나라 같은 아타카마 사막'달의 계곡'까지 온 것만으로 기적적인 일이다. 스파이더맨이 슝슝 거미줄을 방사하는 흉내를 내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아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지만, 아내는 고통스러운 표정 속에서도 한줄기 행복의 선이 흐르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 


"당신이나 마음껏 보고 와요. 그리고 사진을 잘 찍어서 저한테 보여줘요."

"여보, 혼자 있어도 정말 괜찮겠소?"

"전 자동차에 편하게 누워서 일몰을 감상할 게요. 당신이나 후회하지 말고 빨리 스파이더맨을 따라가세요."


사실 나도 기진맥진하여 아내 곁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함께 자고 나를 부추겼다. 차 안에서 누워 일몰을 바라보겠다는 아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나는 스파이더맨을 따라 모래언덕으로 기어 올라갔다. 모래성 같은 거대한 언덕이었다. 모래 능선에 올라서니 세상이 딴판으로 보였다. 사막의 모래언덕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모래언덕 능선에 올라선 사람들은 능선을 따라 걷거나 조용히 앉아 해가 지는 일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는 사람이 없었다. 사각사각 모래를 밟는 소리와 가끔 불어오는 바람소리만 들려왔다. 


아타카마 사막의 일몰을 보기 위해 모래성을 걷는 여행자들



마침내 이글거리는 해가 모래성과 흙벽 아래로 가물거리며 사라져 갔다. 나는 모래언덕에 앉아 해가 떨어지는 사막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마치 어린 왕자처럼...  


‘모래언덕에 앉아 있노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그러나 침묵 속에 무언가 빛나는 것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달의 계곡 모래사막에 떨어지는 황홀한 일몰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사막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황홀한 일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뻘건 태양을 집어삼키고 있는 사막은 너무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낮 동안 이글거리며 사람을 고목처럼 아사시키려고 했던 뜨거운 태양이 아니던가! 


스파이더맨은 마치 거미처럼 모래언덕에 붙어서 기어 다녔다. 어떤 여행자는 재미있어라 스파이더맨 흉내를 내며 그를 따라 모래성을 기어 다녔다. 오늘 스파이더맨의 연기는 정말 스릴 만점이었다. 그는 아타카마 사막을 배경으로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보다 더 리얼한 연기를 했다. 황홀한 일몰이 비추이는 칼날 같은 모래 능선 위를 점점이 걸어가는 여행자들의 모습도 그저 신비하게만 보였다.


해가 지자 사막은 더욱 고요해졌다. 바람소리만 윙윙 들릴 뿐, 사막은 삽시간에 어둠의 적막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현기증으로 어지러워 다리가 휘청 거리면서도 나는 사막의 아름다운 일몰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분명한 것은… 행복은 심신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은 지구 상에서 가장 건조하고 험한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에서 살아남은 행운아들입니다. 저기, 아타카마 사막의 황홀한 일몰이 여러분 축복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스파이더맨과 함께 달의 계곡 투어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감사드리며 앞으로 남은 여정도 좋은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슝슝슝~"


해가 완전히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스파이더맨은 힘든 달의 계곡 투어를 무사히 마치게 됨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슝슝슝~ 하고 거미줄 발사를 하는 흉내를 내는 바람에 일행들은 모두 다시 까르르 웃으며 박수갈채를 그에게 보냈다. 그는 끝까지 유모러스한 행동을 잃지 않았다. 


"미스터 스파이더맨,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당신과 함께한 달의 계곡 서바이벌 투어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미스터 초이,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마담, 괜찮으세요?"

"네, 힘들었지만 스파이더맨 덕분에 멋진 하루를 보냈어요."

"미스터 스파이더맨, 당신의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우린 오늘 달의 계곡에서 살아 남지 못했을 거요. 그 마법의 차 효력은 진짜 대단했어요! 감사합니다."

"와우~ 그래요? 고맙소!" 


해가 지자 사막은 적막한 어둠 속으로 묻혀 갔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지만 스파이더맨 덕분에 달의 계곡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스파이더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며 약간의 팁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받으며 감사의 표시로 예의 거미줄을 발사하는 흉내를 냈다.  하하, 정말 끝까지 재미있는 친구였다. 아타카마 사막은 땅거미가 지더니 곧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이윽고, 아타카마 사막의 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기 시작했다. 

저, 빛나는 별 하나가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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