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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Aug 09. 2019

72. 신비의 땅 알티플라노 기행

칠레-알티플라노 소금 평원 

                                                                   

신비의 땅 알티플라노 기행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우유니 사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아타카마 지역 알티플라노 고원을 여행하기로 했다. 라파스에서의 택시강도를 만난 이후 아내는 볼리비아란 말만 들어도 공포심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우리는 라파스에서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지 못하고 칠레로 넘어왔다. 그런데 이곳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도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박 3일 여정으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내가 이곳에서도 우유니 사막 투어를 갈 수 있다고 하며 넌저시 아내의 의중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라파스에서 당한 택시강도 악령이 떠오르는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래서 나는 우유니 사막 투어를 부득이 접어야 했다. 부부 둘만 다니는 배낭여행은 한쪽이 반대를 하면 강행을 할 수가 없다. 


우유니 사막에 가면 소금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을 볼 수 있을 텐데.... 허지만 어찌하랴. 오직 둘만 떠나는 여행인데... 서로 갈라져서 따로따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지를 여행하는 중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면 다시 가기란 매우 어렵다. 남미대륙 깊숙이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 같은 곳은 접근하기가 어려워 더욱 그렇다.  나는 우유니 사막을 가지 못한 대신 우유니 소금사막을 그리며 많은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곤 한다. 낮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소금호수에 반사되어 절경을 이루고, 밤에는 하늘의 별이 모두 호수 속에서 총총 빛나는 곳! 그래서 나는 가보지 못한 우유니 사막이 더욱 그립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우유니 사막 대신 알티플라노 투어를 예약하기 위하여 어제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여행사를 몇 군 데 들려보았는데, 여행사마다 요금이 조금씩 다 달랐다. 그중에서도 파차마마(Pachamama Tour)란 여행사의 여직원이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가격도 다른 여행사보다 저렴하게 할인을 해 주었다. 나는 ‘라구나스 알티플라니카스(Lagunas Altiplanicas)'란 타이틀을 가진 당일 여행 코스를 1인당 18,000페소에 예약을 했다.     


안데스 산맥 볼리비아와 칠레에 걸쳐 있는 거대한 알티플라노 고원


알티플라노(Altiplano)는 높은(Alti) 평원(plano)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남미 안데스의 고원지대를 말한다. 알티플라노는 페루 남부에서부터 볼리비아와 칠레에 이르는 해발 4,000m 이상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길이 약 1,000km, 동서 간의 폭 150~200km, 넓이 약 17만㎢ 로 남한 땅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고원이 안데스 산맥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다. 높이와 넓이에서 티베트 고원 다음으로 거대한 고원지대로 남미에서 가장 큰 티티카카 호수를 비롯해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우유니 소금호수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도 볼리비아와 국경을 이루는 지역에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이 소금호수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라구나스 알티플라니카스'투어는 오전 8시에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를 출발하여, 칠레 쪽 알티플라노 고원에 있는 라구나 착사(Laguna Chaxa), 아타카마 소금사막(Salar de Atacama), 소카이레 호수(Socaire Lagunas), 알티플라니카스 호수(Laguna Altiplanicas), 미스칸티 호수(Miscanti), 미니퀘스 호수(Miniques),  튜야히토 염호(Tuyajta lagoon), 토코나오(Toconao Village) 등 주로 4,000m 이상 고원지대에 위치한 소금호수와 소금사막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이름도 매우 생소했다. 


칠레 알티플라노 지역 투어 코스. 소금 평원과 소금호수로 이루어져 있다(해발 2300~5000m)


이 지역은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2,408m) 보다 훨씬 높은 4,0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홍학류인 플라밍고를 비롯하여 구아나코, 비쿠냐, 알파카, 라마 등 안데스 지역의 야생동물도 관찰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 올라갈 때마다 0.5℃의 기온 차이가 나고 산소도 점점 희박해진다. 물론 그동안 고도 적응을 많이 해왔지만 건조하기로 악명 높은 아타카마 알티플라노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되었다. 


아침 8시, 산 페드로를 출발한 미니버스는 황량한 아타카마 사막을 지나 하얀 눈이 덮인 것처럼 보이는 소금 벌판으로 들어갔다. 미니버스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로 유럽지역에서 온 젊은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동양에서 온 여행자는 우리 부부뿐이었는데, 그들은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게 각별한 관심과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미니버스의 좌석도 전망이 좋은 앞자리에 앉으라고 양보를 했다.


아타카마 소금평원과 플라밍고 새


소금사막에 다다르니 햇볕이 더욱 강열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선크림을 나에게 건네주며 제발 좀 많이 바르라고 했다. 아내의 닦달에 흰 밀가루를 바르듯이 선크림을 잔뜩 발랐더니 미니버스에 탄 여행자들이 나를 보고 모두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아내도 내 모습을 보고 어이없는 듯 웃더니 골고루 좀 문지르라고 타일렀다. 이럴 땐 나는 어린아이 같았고 아내는 어머니 같았다.


산 페드로를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도착은 곳은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아타카마 소금사막(Salar de Atacama, 2,305m 약 100만 평 )이었다. 이곳은 칠레에서 가장 큰 소금 평원이다. 안데스의 화산으로 둘러싸인 소금 평원에는 홍학들이 유희를 하며 뭔가를 쪼아 먹고 있었다. 이 지역은 플라밍고 보존지역으로 수많은 홍학들이 소금 속에 서식하고 있는 플랑크톤을 먹이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이 소금 평원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쓸모없는 소금 평원으로 보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순수한 리튬(lithium)이 세계 매장량의 27%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리튬은 휴대폰이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없어서는 안 되는 원료라는 것. 사막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오듯, 소금 평원에서는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 된 리튬을 추출된다니 어찌 보면 세상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구나 착사염호의 플라밍고


우리를 태운 봉고차가 소금사막 깊숙이 들어가 어느 호수 앞에 멈추었다. 이정표를 보니 'Laguna Chaxa(2300m)'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산 페드로에서 6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착사염호는 아타카마 소금사막의 중심지역이다. 플라밍고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소금호수라고 했다. 소금이 뭉쳐서 콩나물 같은 수많은 돌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그저 신비롭기만 했다. 


라구나 착사 소금 평원에 돌출된 소금


"마치 뻥튀기 과자나 꽈배기를 엎어 놓은 것 같군요."

"내가 보기엔 콩나물 같아. 한 번 뜯어서 맛을 볼까?"

"에구머니나! 무지하게 짜군요."


소금호수에는 여기저기서 플라밍고들이 플랑크톤을 쪼아 먹으며 기지개를 켜거나 유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들이 너무 예민해서 가까이서 관찰을 하기는 어려웠다. 주변은 안데스의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어떤 산은 아직도 연기를 품어내고 있는데, 안내원은 라스카르(Lascar 5,592m) 활화산이라고 했다. 이 화산은 1993년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을 하였는데, 이때 화산재가 정상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8.5km 지점까지 분출하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날라 갔다고 한다. 


이 지역은 우유니 소금사막과 연결되어 있으며 먼 옛날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이처럼 높은 고원에 엄청난 크기의 소금사막과 소금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오늘 가이드 겸 운전사는 리베리노인데 그는 차를 몰고 오며 이 높은 고원에 소금사막이 생긴 전설 한 토막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마라 족의 전설에 의하면 예전에 플라야(playa-사막의 내륙 분지) 주변에 있는 화산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높은 화산이던 투누파(Tunupa Volcano, 5321m, 볼리비아)가 임신을 해서 아기 화산을 낳았고, 투누파의 아기를 자기 아기라고 생각한 근처의 화산 쿠슈가 그 아기를 납치했다. 투누파는 결국 그 아기를 찾지 못하고 오랫동안 울었고, 그 결과 눈물과 모유의 혼합물이 건조한 땅으로 흘러내려가 우유니 사막이 되었고, 그 부산물이 알티플라노 지역에 퍼져나가 소금사막이나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하하, 믿거나 말 나이지만 전설은 전설을 낳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지각변동으로 치솟아 올랐던 바다가 2만 년 전부터 녹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호수가 생성되었다가, 건조한 기후 때문에 모두 증발하고 소금의 결정만 남으면서 현재의 상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알티플라노 고원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3,600m)은 넓이 12,000㎢로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에 매장된 소금은 약 100억 톤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소금사막의 두께는 최소 1m에서 최대 120m까지 다양하다. 이는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칠레와 태평양 전쟁으로 바다를 잃은 볼리비아에 내린 축복의 소금이 아닐 수 없다. 고원에서 생산된 소금은 간수와 불순물이 거의 없어 조리를 하기에 좋으며, 특히 김장이나 배추를 절일 때와 고기를 구울 때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는 마치 태고의 지구를 보는 것 같은 흥분에 휩싸이며 플라밍고가 한가로이 날고 있는 소금호수를 바라보았다. 착사 염호를 떠나 미니버스는 다시 먼지를 풀풀 날리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고원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듯 미니버스는 느릿느릿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상한 풀들이 대지의 숨통을 뚫고 여기저기 솟아나 있었다. 


“오, 저기, 사슴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말 사슴처럼 생긴 한 떼의 무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자동차가 가까이 가는데도 녀석들은 전혀 놀라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사슴이 아니라 구아나코라고 하는 안데스의 야생동물입니다.” 


드라이버 겸 안내 역할을 맡고 있는 리베리노는 자동차를 멈추고 포토타임을 주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알티플라노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구아나코(guanaco)는 낙타과 동물로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알파카나 라마, 비쿠냐와 비슷한 야생동물이다. 예전에는 안데스 산맥 전역에 서식하고 있었으나 고기나 털을 이용하기 위해 마구 잡아서 그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구아나코는 사슴에 가까운 체형을 하고 있으나, 다리와 목이 길며 꼬리가 짧다. 구아나코는 시속 50Km 이상을 질주하며 위험할 때는 그 보다 더 빨리 달려갈 수 있다. 이런 오지에서는 자동차보다 훨씬 빠른 속력이다. 구아나코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앞에 모델이라도 된 듯 긴 목을 하늘로 치켜들며 뽐내고 서 있었다. 사람이 목을 만져도 태연했다.


알티플라노에 서식하는 구아나코


“히야, 그 놈들 만져도 도망도 안가네요.”

"구아나코야 이리 와 놀자!" 


구아나코와 비슷한 동물로는 비쿠냐라는 좀 더 작은 동물이 있다. 몸 전체에 연한 황갈색의 털이 달려있고 하복부는 백색이다. 해발고도 3,600~5,400m에 서식하고 있으나 지금은 전멸 위기에 놓여 있어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라마는 몸 크기나 뒤 발꿈치 아래쪽에 타원형 털이 없는 부분이 구아나코와 비슷하여 처음에는 같은 종으로 여겼으나 몸빛은 보통 흰색, 또는 흰색에 갈색으로 오늘날에는 구아나코와 별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평지에서부터 해발고도 5,000m의 반사막 지대에서 사육되며 짐을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통상 50kg 이하의 짐은 운반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알파카는 라마보다 약간 작으며 머리가 비교적 짧다. 털을 얻기 위해 4,000~5,000m 고지에서 주로 방목되고 있다고 한다. 알파카는 2년마다 털을 깎는데 가볍고 열 차단 효과가 뛰어나 파카, 침낭, 고급옷의 안감으로 사용된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모두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당신은 이 동물들을 다 구분할 수 있나요?"

"그럼요. 우린 척 보면 무슨 종류인지 알아보지요."


구아나코의 목 줄기에는 페인트 같은 것으로 색깔을 칠해 놓고 있어 여기서도 방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구아나코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지역을 지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멀리 보이던 라스카르 화산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스카르 봉우리에서는 여전히 연기를 펑펑 품어내고 있었다. 라스카르는 최근까지도 수차례에 걸쳐 폭발하는 가장 활동성이 있는 활화산이라고 하는데… 혹시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에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지금 화산이 폭발한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화산재 속에 묻혀 화석 인간이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아타카마소금 평원과 착사염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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