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 섬 모아이 탐사-테 피토 쿠라(Te Pito Kura)
덜덜 거리는 스즈키 고물차를 포이케 반도 쪽으로 몰고 가다가 언덕길의 외진 목장에서 한 떼의 말들을 만났다. 아무도 없는 곳에 말들만 있었다. 저 말들은 어디서 왔을까? 그들의 조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또 어떻게 왔을까? 무인도 같은 이스터 섬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는 것들마다 그저 신비롭게만 보인다.
포이케 반도 쪽은 서쪽에 비해 더 삭막하게 보인다. 땅이 척박하여 농사를 지을 땅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만이 더욱 세차게 윙윙 불어대며 기세가 더욱 등등하다. '테 피토 쿠라(Te Pito Kura)'라고 쓰인 곳에 차를 세웠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고 만다. 달려가 겨우 모자를 잡는다.
바다가 바로 지척에 있는 '테 피토 쿠라'에는 둥근 타원형의 돌이 놓여있다. 테 피토 쿠라는 '빛의 배꼽'이란 뜻을 가진 곳으로 이곳에는 파로(Paro)라고 불리는 가장 큰 모아이가 쓰러져 있는 장소와 가깝다. 거대한 새의 알처럼 생긴 이 돌은 전설의 왕 '호투 마투아'가 그의 고향 히바(Hiva)에서 가져온 '신비의 돌'이라고 한다. 돌에는 자석 같은 전류가 흐른다고 한다. 이 돌을 껴안으면 신비한 기운을 얻는다고 하는데….
"자, 당신이 먼저 한번 안아 봐요. 저 돌의 신비한 기운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줄지도 모르니."
"무슨 돌 이길래요?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호투 마투아 왕이 이 섬에 상륙할 때에 가져온 신비의 돌 이래. 단순한 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돌의 신통한 힘을 굳게 믿고 안아 봐요."
"그럼, 한 번 안아볼까요?"
돌은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런데 이 신비한 돌은 오래전부터 난치병도 치료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순진한 아내는 신비의 돌에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안아본다. 나는 반대쪽의 돌을 안고 눈을 감았다.
'마케 마케 신이시여, 신통한 기를 내려 아내의 병을 제발 낫게 해 주소서.'
신비한 힘은 본인이 믿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따뜻한 돌의 기운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효력이 있든 없든 이 순간만큼은 아픔이 없다. 아무쪼록 '마나'의 무한한 힘이 아내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해 본다.
'신비한 돌' 인근에는 거대한 모아이 석상이 넘어진 채 코를 땅에 쳐 박고 있다. 머리도 목에서 떨어져 나간 채 나뒹굴고 있어 가련해 보이기조차 하다. 바람은 이 돌의 사연을 알고 있을까? 이 모아이는 파로(Paro)라 불리는 모아이로 채석장에서 운송되어 온 아후에 세워진 가장 큰 모아이다. 높이 10미터, 무게 80톤으로 약 10톤에 달하는 거대한 푸카오가 뒹굴고 있다. 전통에 다르면 이 모아이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한 과부가 모아이를 건축 의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잠시 푸른 바닷가에서 흰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전설의 왕 호투 마투아가 왔을 때도 바다는 저렇게 푸르렀겠지. 자동차의 액셀을 밟아 푸른 파도를 바라보며 호투 마투아 왕이 최초로 이 섬에 상륙을 했다는 아나케나 해변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