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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09. 2019

모아이의 눈은 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고향의 별이 그리워서? 빚 독촉? 근심 걱정? 발상도 가지가지...

모아이는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아나케나Anakena' 해변에 도착을 하니 백사장이 보이고 야자수 나무가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스터 섬에서 처음으로 보는 모래사장과 야자수 나무다! 백사장에는 섬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파도에 묻혀서 들려왔다. 

아, 푸르고 푸른 바다!

풍덩~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자동차를 세우고 나무 그늘로 들어가니 라파누이 원주민들이 그늘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돌을 네모로 세워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석쇠를 얹어 놓고 있었다. 그들은 석쇠 위에 감자 같은 것을 넙적 넙적하게 썰어서 펼쳐 놓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라파누이들의 오랜 야생의 전통처럼 보인다. 고기 굽는 냄새가 아주 맛있게 풍겨와 배가 고픈 우리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아나케나 만은 호투 마투아 왕이 그의 일가족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상륙했던 해안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역대 호투 마투아 왕은 67개의 '롱고롱고 서판'(상형문자가 새겨진 나무 서판)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역대 왕들은 이 해변에 왕궁을 짓고, 롱고롱고를 배우는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야자수 그늘을 따라 '나우나우Naunau' 석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야자수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푸른 바다에 투영되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감미롭게 불어왔다. 일곱 개의 석상들이 마치 형제간처럼 다정하게 서 있다. 네 개의 석상들은 푸카오란 돌모자를 쓰고 있는데, 키가 작은 세 개의 석상은 목이 부러지거나 몸뚱이마저 일부가 달아나고 없다. 이런! 어쩌다가 목이 달아났니? 


아나케나 해변에 있는 나우나우 모아이 석상. 이곳에서 모아이의 눈이 발견되었다.


만고풍상을 겪은 듯한 나우나우 모아이들이 어쩐지 다정하게 보였다. 모자를 쓴 모습 하며 손을 다소 곳이 배 아래로 모아놓고 있는 모습이 먼 태고 시절의 할아버지 조상을 만난 느낌이 든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왜 그리 오랜만에 왔느냐?' 우리는 그렇게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모아이의 눈은 모두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내가 신기한 듯 말했다. 


"그런데... 모아이들은 왜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요?"

"그게... 그러니까, 자신들의 고향인 별나라가 그리워서 그렇다고 해요."

"아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럼, 당신은 고향이 그리우면 어디를 바라 보지?"

"그야 고향의 하늘이지요."

"바로 그거야. 모아이도 고향인 별이 그리워 하늘을 보고 있대요. 하하하"


사실, 우리도 고향이 그립다! 

고향을 떠나온 지 벌써 몇 개월째인가? 우리는 방랑자처럼 지구촌을 표류하며 돌고 돌아오다가 이곳 남태평양의 절해고도 이스터 섬까지 오게 되었다. 어찌 고향이 그립지 않겠는가? 우리는 여행 중에 고향과 가족이 그리우면 고국이 있는 쪽을 향하여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사람들은 고향이 그리우면 고향의 하늘을 바라본다. 만약에, 모아이 석상들도 고향이 있다면 똑같은 심정 이리라. 


모아이들이 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아나케나 유적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나케나 유적지는 1978년에 복원이 되었는데, 그때 석상들의 흥미로운 '응시'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우나우Naunau' 모아이들은 오랫동안 쌓인 모래 덕분에 잘 보존되어 있어서 석상들은 어제 넘어진 듯 상태가 아주 좋았고, 여기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다. 즉, 주먹 크기의 30점가량 되는 산호가 부서진 석상들 근처에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1978년 세르지오 라푸 (Sergio Rapu) 팀이 모아이를 복원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라파누이의 고고학자 소니아 호아(Sonia Haoa)는 모래에서 녹아내리고 있는 하얀 산호 조각과 붉은 스코리아 원반을 발견했다. 


산호들은 잘 다듬어져 있었고, 네 개의 조각들을 모아 맞추자 35cm 길이의 타원형 물체가 나타났다. 눈알의 홍채, 즉 원반형의 붉은 화산 응회암 덩어리를 넣을 수 있도록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고, 뒤쪽 윗부분에는 홍채를 끼우는 홈이 패어 있었다. 눈은 석상의 눈구멍에 딱 들어맞아서 아래쪽에 있는 홈에 끼우면 떨어지지 않도록 경사가 져 있다.     


모아이 석상들은 마지막으로 산호로 만든 눈을 끼워 시각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이스터 섬에는 산호가 없다. 산호가 바닷물에 씻겨 떠내려 왔을 때에만 하얀 산호를 구해 눈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산호에 눈을 새겨 미리 파놓았던 두 개의 눈구멍에 집어넣으므로써 석상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모아의 눈은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서진 산호를 모아 맞추던 세르지오 라푸는 모아이의 눈이 정확히 별을 응시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1978년 아후 나우나우 발굴 과정에서 총 57 개의 모아니 눈이 발견되었으며, 이스터 섬의 다른 곳에서도 산호 눈이 더 많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스터 섬의 모아이는 별에서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만들었다는 에리히 폰 다니켄의 엉뚱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다니켄은 상상의 나래를 펴서 모아이에 대한 흥미진진한 공상소설을 구상했다. 모아이 석상들이 모두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타고 온 UFO의 고장으로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자신의 고향인 별나라에 가지 못하게 되자, 고향의 별을 그리워하며 별을 바라보는 모아이 석상을 만들었다는 것.

상상은 자유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석상들이 '빚 독촉에 쫓기듯 근심 걱정이 너무 많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의견을 한번 적어보면 재미있는 발상들이 나올 법도 하다. 하여간 아후에 있는 모아이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들 이런 모아이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호투 마투아 왕을 기리는 모아이


호투 마투아 왕을 기리는 모아이 석상 Ahu Ature Huki. 석상 기단에는 '콘티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언덕에는 또 하나의 석상이 먼 하늘을 응시하며 외롭게 서 있었다. 아후 아투리 후키(Ahu Ature Huki)라는 모아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석상은 원래는 매우 위엄이 있는 모습이다. 이 석상은 이스터 섬의 초대 왕인 호투 마투아 왕을 기리는 석상이라고 한다. 


석상 아래 기단에는 '콘티키'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노르웨이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이 이 석상을 복원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섬 주민들이 동상을 일으켜 세우는 테스트를 했다. 이 작업은 12명의 남성, 목재, 기둥, 돌과 밧줄이 필요했다. 그들은 18일 동안의 노력 끝에 모아이를 제자리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헤이에르달의 저서 <Aku Aku>에  이 작업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아쿠 아쿠! 어떤 알 수 없는 영원의 힘이 우리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가롭게 모아이 주변을 산책하여 망중한을 즐겼다. 아이들의 티 없는 조잘거림이 파도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이들의 소리는 언제나 생명력이 넘친다. 파도와 바람-자연소리에 함께 어울려 들여오는 순백의 오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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