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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15. 2019

이스터 섬 어떻게 갈까?

이스터 섬 여행 길라잡이

한국에서 1만 6,000km 떨어진 남태평양의 절대 고도 이스터 섬으로 가는 길은 결코 싶지가 않다. 직항 편이 없을뿐더러 항공편이 아무 탈 없이 잘 연결된다 해도 족히 2~3일은 걸린다. 거기다가 기후조건이 좋지 않거나 항공기사 측의 사정으로 비행기가 결항 내지는 지연이 되면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러나 모아이 석상을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이 충만한 여행자라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이스터 섬 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이스터 섬에 대한 연재를 끝으로 이스터 섬에 대한 여행을 어떻게 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언제 갈까?


이스터 섬의 관광 성수기는 여름철 몇 달 만이다. 즉 12월에서 3월 말까지 관광객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때는 칠레 학생들이 긴 방학을 이용하여 붐빈다. 거대한 크루즈 선박들도 이 시기에 들어온다. 주요 관광지역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숙박료도 비싸다. 그러므로 차라리 봄철(9월에서 11월 사이)이 더 좋은 여행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비용도 저렴하고 한적하여 섬을 차분히 돌아보기에 오히려 좋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12월 중순에 이스터 섬에 도착을 했는데, 관광객이 적고 한적해서 오히려 여행을 하기에 좋았다. 


이스터 섬에는 1년에 두 번 축제가 열린다. 칠레 독립기념일인 9월 18일과 보통 2월 초에 열리는 '타파이 라파 누이' 축제가 그것이다. 이때는 라파누이 전통이 깃든 민속춤과 노래가 약 2주간 이어진다. 또한 일주일 가량 머물 예정이면 일요일을 끼고 일정을 짜면 좋다. 일요일에는 '테 피토 테 헤누아' 동쪽의 가톨릭 교회에서 거행하는 미사에 참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는 종파나 교파에 관계없이 마치 축제처럼 열린다. 모든 관광객들이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타히티 사람들과 어울려서 찬송가를 부르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떻게 갈까?


이스터 섬으로 가는 항로는 칠레 산티아고와 타히티의 파피테 공항 두 곳뿐이다. 란 칠레 항공이 두 곳 다 독점운행을 하고 있다. 물론 화려한 크루즈 여행을 한다면 타이타닉 호 같은 호화로운 유람선으로 섬에 도착을 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칠레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주로 인천-LA-산티아고-이스터 섬 등 항공로를 경유하여 이용한다. 내가 이스터 섬을 갔을 때는 산티아고에서 이스터 섬 행 항공편은 주 1~3회 운행했으나 지금은 증편이 되었을 것이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다. 나는 세계일주 항공권(One World)으로 여러 나라를 거쳐 이스터 섬까지 갈 수 있었다. 항공기 운항시간은 수시로 예고도 없이 바뀐다. 따라서 출발시간을 반드시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타히티를 곁들여 여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인천-도쿄-타히티-이스터 섬 항로를 이용하면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타히티를 경유하는 패키지 투어가 간혹 있기도 하지만 모객이 어려워 드문 편이다. 비행기로 산티아고에서 이스터 섬까지는 5시간 반, 타히티에서 5시간 걸린다. 요금은 왕복 1천 달러 전후다. 이스터 섬에서 출국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세관원이 여행 가방을 일일이 열어본다. 만일 고고학적인 유물이 될 만한 품목들-섬의 상인들에게 산 옛날 낚시 바늘, 작살, 투겁창(마티아)-등은 몰수되므로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것 이외는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을 가지고 갈까?


여름일지라도 섬에는 강풍이 휘몰아치고 때로 장대비도 쏟아지기 때문에 바람막이 점퍼와 따뜻한 옷가지는 필수이다. 바람과 먼지, 강렬한 햇빛을 막아줄 길고 넓은 챙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필요한 약은 꼭 챙겨야 한다. 여행 가이드 북도 한 권 정도는 가지고 가라(예컨대 Lonely Planet 같은). 작은 섬에서는 책도 약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섬의 공산품은 비싸다. 꼭 필요한 것은 출발하기 전에 사서 챙기는 것이 좋다. 


옷차림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 거칠고 큰 바위들이 흩어진 땅을 돌아다니려면 튼튼한 신발은 필수다. 하이킹을 하려면 휴대용 식기세트도 챙겨야 한다. 항가로아 마을을 벗어날 때는 반드시 충분한 물과 비상식량을 챙겨야 한다. 항가로아 마을 말고는 섬에는 물도, 식량도 살 곳이 없다. 탈 수가 되기 쉬우므로 꼭 챙겨야 한다.


섬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칠레 페소이다. 물론 달러도 통용된다. 섬의 유일한 은행은 '방코 델 에스타도'인데, 마스터 카드만 쓸 수 있는 유일한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영업시간에는 보통 환전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기 마련이다. 신용카드를 받는 곳은 대형 호텔뿐이므로 어느 정도 현금을 바꾸어 놓는 것이 좋다.  

   

어디서 잘까?



마타베리 공항에는 여행국 안내 센터가 있고, 항가로아 투우 마헤케(Tu'u Maheke) 거리와 아타무 테켄(Atamu Teken) 거리에 가면 여행사와 여행 안내소, 가종 기념품 숍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 가면 묵을 만한 숙소들이 소개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도착을 하면, 호텔 매니저와 민박집주인들, 그리고 많은 섬사람들이 공항에 마중을 나오므로 잠자리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공항에서 숙박시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섬사람들은 썩 친절하다. 그러나 섬사람들 모두가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니다. 그리고 민박을 하는 경우 숙박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바디랭귀지를 써야 한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허지만 민박은 원주민 라파누이와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히노아 캠핑 사이트


캠핑시설은 아나케나의 북쪽 해안에 마련되어 있다. 항가로아 마을 주변에도 야영시설이 있다. '캠핑 미히노아(www.camping-mihinoa)'는 항가로아 마을 가까운 바닷가 초원에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내가 방문을 할 당시에는 방 한 칸에서 숙박객을 두 사람 정도 받았는데, 지금은 몰라보게 발전했다. 집도 새로 짓고 캠핑 사이트도 아주 시설이 좋아졌다. 부킹 컴 등 각종 숙박 소개서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 있다. 야영을 하려면 반드시 물을 충분히 가지고 가야 한다.     


무엇을 볼까?


탈것을 타고 가라.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미니버스 등이 그것이다. 마실 물을 짊어지고 험한 길을 걸어 다니기란 쉽지가 않다. 영화 '라파누이'덕분에 이 작은 섬에 돌아다니는 일본제 자동차가 무려 2천대나 된다. 그 영화 작업에 가담했던 모든 사람들이 거기서 번 돈을 이 섬에서 신분을 상징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등장한 자동차를 사서 중고차를 몰고 다니거나 렌트를 해준다.  


택시도 꽤 많다. 그러나 도로는 하나뿐이다. 주유소는 공항 근처에 단 한 군데뿐이므로 주유를 충분히 하고 여분의 타이어를 준비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길이 험하므로! 참고로 나는 스즈키 중고차를 렌트하여 섬을 일주를 했다. 낡은 차이지만 사륜구동이라 힘이 좋아 험하고 좁은 길을 다니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말을 빌려 타고 섬을 일주하는 것도 비용도 저렴하고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말들에게 익숙해지려면 꽤 공력을 들여야 한다. 말들은 별로 길들여진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자전거도 다리에 어지간히 힘이 있어야 하고 땡볕에 익숙한 자라야만 된다. 길이 그리 쉽지가 않고 걸어서 갈 곳도 많다. 


섬의 관광코스는 항가로아-오롱고-아나 카이 통가타 동굴-라노라라쿠 채석장-통가리키-포이케 반도-아나케나해변-테레바카 산-아후 아키비-아나 테파우 동굴-아후 타하이 유적-박물관-항가로아가 일반적이지만 일정한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그때그때 골라서 가면 좋지만 시간이 제한적인 여행자는 한 방향으로 일주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스터 섬의 모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영혼이 깨끗해야 한다. 영혼을 깨끗이 하려면 평소에 선을 행해야 한다. 사물을 눈으로만 보려고 하는 사람은 모아이의 영혼과 조우를 할 수 없다. 평소에 선을 행하라! 그리고 모아이 앞에서 눈을 감아라! 그러면 제3의 눈으로 모아이는 당신의 영혼을 받아 드릴 것이다.     


무엇을 살까?


이스터 섬에서 산 목각으로 만든 모아이 기념품

이스터 섬에서 살 것은 없다. 다만'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역시 나무와 돌로 만든 라파누이 특유의 조각품이다. 보통 초기 개척자들이 발견한 고대 유물을 복제한 것들이다. 기념품은 기념품점이나 중개인을 통해서 살 수 있지만 만든 사람에서 직접 살 수도 있다. 주로 수제품인데 장인들에게 주문 의뢰를 내면 불과 며칠 만에 만들어 낸다. 교회 근처에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것도 좋다.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모아이 석상이 새겨진 기념 스탬프를 찍는 것도 잊지 말자. 기념엽서를 사서 스탬프가 찍힌 카드를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낸다면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내가 이스터 섬에서 유일하게 산 것은 25cm 정도 되는 모아이 목각 하나다. 18,000페소를 주고 산 모아이는 긴 귀에, 굳게 다문 입술, 배꼽 밑으로는 다소곳이 두 손이 모아져 있다.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어쩐지 듬직한 믿음이 갔다. 그 목각 모아이가 어쩐지 정감이 들었다. 아내는 목각으로 새겨진 모아이 상을 포장지에 싸서 신주를 모시듯 조심스럽게 배낭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쩐지 모아이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지켜 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모아이 목각은 내 서재의 서가에 입을 굳게 다물고 부적처럼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런 모아이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각종 난치병으로 생사를 오락가락하던 아내는 갖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나는 가끔 목각 모아이를 보면서 헤이에르달이 그랬던 것처럼 "아쿠, 아쿠!"하고 목각 모아이와 영혼의 대화를 하곤 한다.  


 

우체국에서 찍어주는 기념 스탬프

우리는 우체국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엽서를 부치고 이스터 섬의 기념스탬프를 찍었다. 500페소를 주면 이스터 섬 방문 기념 스탬프를 찍어준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스터 섬에만 있는 모아이 석상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받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념이 될 것이다. 


이스터 섬에 들어갈 때 꽃목걸이를, 떠나올 때는 조개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목걸이는 당신에게 행복과 추억을 걸어줄 것이다. 운이 좋은 여행자는 인심 좋은 이 섬을 떠날 때 목걸이를 몇 겹씩 두르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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