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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14. 2019

이스터 섬이 주는 교훈

이스터 섬을 떠나며...

올라! 올라! 이별은 슬프다


일주일간의 시간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마르타네 집에서 로져와 누렁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로져는 여전히 표정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악수를 나누는 그의 손에서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어 왔다. 누렁이가 대문 밖까지 꼬리를 치며 따라왔다. 


"누렁이야 잘 있어!"

"컹컹컹!"


정들었던 누렁이와도 이별을...


누렁이가 알아들은 듯 꼬리를 흔들며 짖어 댔다. 마르타는 딸 미히노아와 함께 마타베리 공항까지 배웅을 나왔다. 그새 정이든 미히노아는 우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울상을 짓고 있었다.

 

"마르타, 그동안 고마웠어요."

"미스터 초이, 언제 또 와요?"

"글쎄요?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어요. 미히노아, 너도 잘 있어!"

“올라, 올라!"

"안녕! 안녕!"


이별이란 언제나 슬프다.

아쉽고, 서운하고, 눈물이 날 것 같고….

나는 울상을 짓고 있는 미히노아를 번쩍 안아 들고 뽀뽀를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데도 미히노아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섬을 돌고 돌아오면 항상 미히노아 손을 잡고 항가로아 마을을 산책해서인지 우리는 미히노아와 정이 너무나 듬뿍 들어 있었다. 미히노아와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항가로아 마을을 돌아다니곤 했다. 시장을 갈 때도, 기념품 가게를 갈 때에도 미히노아는 우리들을 따라 나오곤 했다. 


그동안 정이 듬뿍 든 미히노아가 헤어진다고 하니 울상을 짓고 있다.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마르타와 미히노아. 우리와 헤어지기 싫다며 미히노아는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다.


미히노아와 함께 했던 즉러운 추억들


지금 내 팔에 안긴 미히노아는 한마디로 "정 주고 떠나지 마오!"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 정을 주고 떠나면 안 되지. 사실 내 생애에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터 섬을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탑승구를 빠져나가려 하자 마르타와 미히노아는 손을 흔들며 힘껏 외쳤다.


"올라!'

"올라!"


그들은 우리가 비행기 트랩에 오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대며 안녕을 외쳤다. 


"안녕! 안녕!"


그들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귓전에 울려왔다. 아내도 나도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 섬의 모든 것들이 삽시간에 작아졌다. 그리고 이내 삼각형의 섬이 한 점이 되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수수께끼의 모아이 석상도, 롱고롱고의 비밀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채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이스터 섬이 주는 교훈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아이 석상들의 모습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석상을 세울 당시에는 이스터 섬의 문명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가 붕괴를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Collapse)에서 이스터 섬의 문명이 붕괴한 사유를 다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인간으로 인한 환경 훼손, 특히 삼림 파괴와 조류의 멸종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사회, 종교적 요인을 들고 있다. 이스터 섬은 외딴섬이어서 이주를 안전판으로 삼을 수 없었고, 씨족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석상의 조각에 전념했으며, 더 큰 석상을 세우려는 씨족들 간의 경쟁으로 더 많은 나무와 밧줄과 식량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무분별한 삼림파괴로 나무들이 숲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스터 섬 씨족들은 더 큰 석상을 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어내어 자멸하고 말았다


더구나 이스터 섬은 태평양에서 위도가 높은 섬에 속하고, 강수량이 적은 편에 속하며, 이웃 섬에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다. 따라서 이스터 섬의 나무는 한 종의 나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인구의 90퍼센트가 사리지는 비극을 맞이했다. 이스터 섬은 자원의 지나친 개발로 인해 스스로 붕괴한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 사회가 붕괴되는  요인을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인간이 환경에 무모하게 가하는 피해. 둘째 기후변화, 셋째 적대적인 이웃관계, 넷째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이나 지원이 줄어든 경우, 다섯째 한 사회에 닥친 문제에 대한 주민의 반응과 대처 방법을 들고 있다. 


그는 위 다섯 가지 요인 중 이스터 섬이 적대적인 이웃의 공격과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이란 요인은 이스터 섬의 붕괴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이스터섬에 인간이 정착한 이후로 섬사람들이 접촉한 적국이나 우방이 있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보았다. 


물론 몇 척의 카누가 우연히 이스터 섬에 상륙을 하기는 했겠지만, 그런 접촉이 위험한 공격이나 중대한 지원으로 발전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 요인, 즉 기후 변화도 미래에는 닥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당장 결정적으로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이스터 섬의 붕괴를 부추긴 요인으로는 위 두 가지, 인간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종교, 사회, 정치적인 요인으로 보았다. 


이스터 섬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세계화, 국제 무역, 인터넷, 항공기의 발달로 오늘날 국가와 사회는 너무나 가까워지고 모든 자원을 동시에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좁은 이스터 섬에서 여러 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지구는 좁쌀만 한 크기에 불과하다. 


또한 이스터 섬이 드넓은 태평양에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우주에서 고립되어 있다. 따라서 이스터 섬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피신할 곳도 구원을 요청할 곳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인이 곤경에 빠진다면 어디로 피신을 하고, 누구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의지를 할 수 있을까? 지구 밖의 다른 외계의 항성에서 어떤 누구도 우리를 구원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학자들은 이스터 섬의 붕괴를 하나의 비유로 들고, 이스터 섬의 붕괴 사례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미래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스터 섬은 태평양에서 극도로 고립되어 피신할 곳도 구원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물론 완벽한 비교는 아닐지라도 더 거대한 석상을 세우기 위해 연장과 완력만을 지닌 수천 명의 섬사람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사회를 붕괴시켰듯이, 오늘날 핵무기 등 강력한 무기와 무수한 기계로 무장한 수십억 지구인들이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전쟁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훨씬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단호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전 세계가 수십 년 내에 큰 위험에 처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나는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말하며,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장기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과거에 가졌던 핵심가치를 재검토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소중한 가치관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식으로 대체해야 할 가치관은 무엇일까? 


그는 그린란드의 노르웨인들과 티코피아 섬사람들의 예를 들고 있다. 그린란드의 유럽인, 기독교인들은 목축 사회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끝가지 고집을 했지만 그 결과는 붕괴였다. 반면에 티코피아 섬사람들은 생태 파괴의 원인이 되었던 돼지 사육을 과감히 포기를 함으로써 붕괴를 면했다. 이렇게 보다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하여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전통적인 가치관을 재검토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환경에 대한 충격을 줄인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의지도 크게 작용을 한다. 


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탄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가난하지만 온 국민이 국왕을 존경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부탄은 당시 환경오염을 우려하여 연도별로 여행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부탄왕립자연보호협회에 일을 하고 있는 체텐 도르지(Tchetn Dorjee)를 팀푸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나와 구면이었다. 2009년 10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한국 용평에서 주최하는 '아태환경포럼'에서 나는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당시 도르지는 부탄 NGO 대표로 참석을 했고, 숲 해설가인 나는 한국숲해설가협회(FIA) 회원으로 참석을 했다. 


그는 부탄의 가장 위대한 자연유산인 숲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보호를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의하면 부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기 위하여 개발을 극도로 억제하고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에 16백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를 만들 수 있지만 큰 댐을 만들면 생태계가 파괴되므로, 환경파괴에 영향의 거의 없는 아주 작은 소규모 댐을 요소요소에 만들어  필요로 할 만큼의 전력만 생산한다고 했다. 


"우린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데도 아주 심사숙고를 한 끝에 결정을 내리지요. 만약 나무 한그루를 베어내면 그 자리에 세 그루 이상이 나무를 심지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부탄인들이 노력은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부탄은 국토의 60퍼센트 이상을 삼림면적으로 영구히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자연보호 정신을 국가적인 차원으로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만약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부탄처럼 자연을 보호하려고 노력을 한다면 환경파괴로 인한 대 재앙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이스터 섬이 주는 교훈을 곰곰이 생각하며 나부터 자연의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작은 일부터 실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컨대 고기를 더 적게 먹고(완전히 채식을 할 수 있으며 더욱 좋겠지만), 화장지와 종이컵의 소비를 더 줄이는 일 등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다짐해보았다. 이스터 섬이 붕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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