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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25. 2021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북리뷰] 여든일곱의 노학자가 나이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100세 시대,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여든일곱의 노학자가 들려주는 노년의 청춘 수업          

    


첫눈(by 찰라)



눈이 폭폭 내린다.

올해 첫눈이다.

순식간에 흰 눈으로 덮인 온 천지는 하얀 도화지로 변했다.   

  

휴전선 인근 연천 임진강 변은 평양보다 춥다. 오늘 최저기온이 영하 16도(체감기온 –19도)로 한낮에도 영하의 추운 날씨다. 거기에다 북풍이 강하게 불어오니 더욱 춥다. 말 그대로 북풍한설이다.


군고구마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나서,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이란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최근에 읽은 파스칼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란 내용과 일맥상통하여 최근 동양과 서양의 노철학자가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비교해 보면 퍽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날은 거실에 앉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텃밭 농사도 지을 일이 없는 겨울철에는 나는 주로 독서와 산책으로 하루를 소일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실내에서 책을 읽다가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쪼이는 한낮에는 책을 들고 뒷산으로 산책하러 간다.

  

내가 산책하러 나가면 집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따라나선다. 그리고 내가 나무 밑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고양이들도 내 주위에 앉아 책을 읽는 나를 지켜본다. 고양이들은 내가 책 읽기를 끝낼 때까지 줄곧 끈기 있게 기다려 준다. 고양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포근하고 책 속의 내용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고양이와 함께 읽은 책(by 찰라)



나는 3년 전에 어미 길고양이가 물고 온 네 마리의 아깽이( 새끼 고양이)들을 받아들여 팔자에 없는 고양이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밥과 물을 주고 스티로폼 박스로 고양이 집도 만들어 주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와서 그런지 아깽이들은 나를 무척 따른다.     


최근에 나는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지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란 책을 병원 입원 중에 읽었다. 저자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춤추라”라고 외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할 일이 많은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시력 장애로 입으로 써 내려간 노년의 청춘 수업    

 


“나는 이 책을 입으로 썼다. 시력 장애가 있어 컴퓨터 자판을 볼 수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장애인 요양보호사 선생을 만나 내가 입으로 구술하면 선생님이 받아 적어 쓰고 그 내용을 다시 나에게 읽어 주면 내가 글을 다듬고 첨삭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이루어진 첫 번째 책이다.”(p. 11)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마치 저자가 구순을 살아오면서 얻은 삶의 지혜 바로 내 옆에서 들려주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정감이 간다.    



여든일곱의 저자 이근후 박사의 최근 모습(by이근후)

 

저자는 오래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지금은 오른쪽 눈의 시력도 나빠져 앞이 거의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시력을 잃은 그는 당뇨와 고혈압, 통풍, 허리 디스크 등 일곱까지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노년의 청춘 수업’이라는 타이틀로 서문을 쓴 그의 발상이 기발하고 놀랍기만 하다.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이란 없다. 올바른 자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살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빛나는 인생을 누릴 수 있다(p. 10)   

  

이 말에서 생의 마지막 날까지 도전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저자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마치 기력을 잃기 전 작열하는 사춘기를 살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일곱 가지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저, 2013년 출간)는 저자를 바라보면 당장 죽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매 순간을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는 저자를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 저자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아직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구나.” 하며 살아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한다.


저자의 베스트셀러

     

1800년경에는 인간의 수명은 고작 20~35세였다. 1900년에는 45~50세, 현재는 80세를 넘어섰다. 눈부신 의학의 발전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인간은 1년에 세 달꼴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 두 명 중 한 명은 앞으로 100세까지 살고, 이번 세기 중반이면 노화 세포 연구의 성과 덕에 15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에 천대받는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자는 올바른 자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살아가라고 말한다. 젊은 나이부터 자기 관리를 잘하여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을 유지하며 건강한 노인으로 정체성 있는 삶을 살아가면 천대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정말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p. 200)     


사람이 소망을 가졌다고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많고, 또 지레짐작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아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저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망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1953년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네팔의 히말라야에 꼭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6.25 전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도에서 교장 선생님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는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등반가가 되어 힐러리 경을 한번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히말라야 설경(2014년 네팔 히말라야 마운틴 플라이트 비행기에서, by 찰라)

    

그 후 꿈을 버리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여 경북학생산악연맹을 결성하여 이효상 교수님을 모시고 조직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그리고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히말라야를 등정해보기로 결심하고 조직적인 훈련을 하고 2만 달러의 기금까지 모았다.   

   

그러던 중 1963년 에베레스트 원정을 성공한 배리 비숍을 초청하여 한국에서 그들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는데, 카트만두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짐을 나르는 비용만 20만 달러가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효상 회장이 10주년 창립 기념 히말라야 등반을 취소해 버렸다.     

 

이근후 박사는 히말라야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지만, 산에 대한 애정은 버릴 수가 없어 가족과 함께 국내 산을 두루 등반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러던 와중에 1982년 한국산악회 마칼루 학술 원정대가 대원을 선발하여 3년 이상 체계적인 훈련을 마치고 떠나려고 했지만, 산에 오르는 것은 학술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교부에서 원정을 불허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등반 경험도 있고, 학술 논문도 쓸 수 있는 등반가를 찾던 중 이근후 박사에게 손을 내밀어 히말라야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그는 힐러리 경을 만나기 위해 그가 거주하고 있는 쿰부 지역에 찾아가 결국 그는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만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들은 지 33년 만에 히말라야에 오르겠다는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30년 넘게 네팔에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쿰부에서 에드몬드 힐러리 경을 만난 이근후(1982년, by 이근후)


 

당신이 인생에서

정말 사랑하는 것을 할 때에는

절대로 안 된다는 대답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p. 200)    

 

저자는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증거로 자신의 사례를 들으며 그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소망이 있어야 한다. 그냥 소망이 아니라 간절하고 간절한 소망이어야 한다.      

둘째, 이 소망을 실천하기 위해 동기화해야 한다. 생각으로 소망만 갖고 있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망이 아니라 몽상일 수밖에 없다.   

   

셋째, 동기화된 소망을 실천으로 옮겨 한발 내디뎌야 한다. 천릿길도 첫걸음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넷째, 이 실천이 꾸준해야 된다.     


다섯째, 이런 준비를 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긴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준비를 해야 한다.


2001년 9.11 테러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는 저자와 함께 의료봉사 활동차 네팔을 방문한 인연이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 저자와 함께 네팔 의료봉사 활동 영향을 받은 나는 네팔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는 봉사 단체(사단법인 헬핑로드)를 설립하여, 10년 넘게 네팔을 오가며 칸첸중가 오지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골 벽촌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고 나서 나도 언젠가는 세계일주를 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 하였다.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영어도 틈틈이 공부를 하며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데, 50년이 지난 다음에야 우연히 세계일주의 꿈이 이루어졌다.


난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가 죽기 전에 세계일주나 하고 죽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2003년 아내와 단 둘이서 세계일주 여정에 올랐다. 세계 80여 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아내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지금까지 함께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저자가 33년 만에 히말라야를 오르고 힐러리 경을 만났듯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설령 금생에 다 못 다 이룰지라도, 죽는 날까지 준비를 한다면 그 꿈은 내생까지 이어져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죽음보다 추한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며 당장 죽을 것처럼 매 순간을 살아가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면 오히려 죽지 않고 건강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에 좋다는 약이나 음식을 찾아드시지 마시고

몸이나 마음에 해롭다는 것을 멀리하세요(P. 50)




저자가 정신과 환자를 돌보며 일관되게 한 말이다. 많은 환자들이 ‘건강이 최고다’란 관념 때문에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보조 식품을 찾아다니는데,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약이나 음식을 찾지 말라고 권한다.  

   

굳이 초콜릿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참 쓸데없는 짓이다(P. 74)     


사진 by 셔터스 톡


저자는 건강 비결로 먹고 싶은 것을 골고루 먹고살라고 권한다. 요즈음 텔레비전을 비롯하여 각종 매체에서 ‘먹방’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몸에 좋다는 정보를 들으면 진위를 확인할 것도 없이 너도나도 구해서 먹는데, 건강의 비결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라’(세계보건기구 10가지 건강 수칙)라고 권한다.    




       

자녀들이 당신의 우는 모습을

보아도 괜찮다(p. 247) 


 

어릴 적에 울보였다는 저자

  

부모의 눈물은 자기 자신의 문제 때문에 흘리는 눈물도 있겠지만, 자녀들로 인해서 흘리는 눈물도 많다. 저자는 어릴 때 울보에 가까울 정도로 툭하면 울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보고 부모님은 “뚝! 남자는 우는 게 아니야.”라고 하면서 울지 말라고 했단다.    


그런데 저자가 의과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잠을 자다가 문득 깼는데 어디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어머니가 우는 소리였다. 남자는 울지 말라고 타이르시던 어머님이 아들이 입학시험에 불합격하자 홀로 밤늦게 흐느끼셨다. 저자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하여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여 그다음 해에 의과대학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자식 앞에서도 마음껏 우라고 권한다.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P. 262) 

    

저자는 ‘준비는 항상 필요한 것보다 많이 하고 실전에서는 흐름에 따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자 했다. 그런데 4·19 때 격렬한 시위를 한 행동 때문에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교도소에 투옥되어 10개월간이나 옥살이를 해야 했다. 다행히 1967년 사면되어 전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나 미국 유학은커녕 취직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군인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꿈꾸었던 유학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저자는 공부를 새롭게 하여 일생을 교수직으로 지내다 정년 퇴임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그가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치는 자세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by 찰라

    

저자는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을 고치라고 조언한다. 늦게 준비하더라도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성공률이 높다. 설사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이 고치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성공률이 높다. 한두 번의 실패는 성공으로 이끄는 단련으로 보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든일곱의 이근후는 아직도 ‘현역’이다. 그는 76세에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고,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 활동해오고 있으며, 20여 종의 책을 펴내고, 전국에 강연을 다니며, 유튜브(이근후 STUDIO)를 개설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늘도 그는 오늘보다 더 재미있는 내일을 맞이할까를 고민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거나 나이 들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노학자의 유쾌함 통찰에 기를 기울여 보자.  


   



☞여든일곱의 현역이 들려주는 노년의 인생수업 내용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기 전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깨달음이 주는 가치


◎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믿음.......................... 나답게 산다는 것


◎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좋은 삶을 결정짓는 태도


◎ 알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나를 성장시키는 생각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내면의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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