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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26. 2018

8. 노르웨이로 떠나는
꿈의 피오르드 여행

▶노르웨이 베르겐~송네피오르드~플롬바나 산악열차 투어

솔베이지 노래 흐르는 송네피오르드 크루즈 여행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로의 여행은 오랫동안 내가 꿈꾸어 왔던 꿈의 여행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지형이 공룡의 마치 머리 같은 느낌이 든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공룡의 머리라면 칠레의 파타고니아는 공룡의 꼬리쯤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이번 여행은 공룡의 머리에 해당되는 노르웨이 최북단에서 세계일주를 시작하여 남미의 최남단 우수아이아까지 대장정의 세계일주에 오르고 있다. 세상 끝에서 세상 끝으로 떠나는 여행이랄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 중에서 노르웨이는 피오르드의 나라다. 노르웨이는 100만 년 동안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던 빙하가 1만 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빙하가 녹아 없어지고 나서 햇빛을 보게 된 나라다. 빙하가 빠져나간 곳곳에 피오르드가 톱니처럼 생긴 자연을 가진 노르웨이는 거칠다. 어디를 가나 사람을 깜짝깜짝 놀래게 하는 절경들이 널려 있다. 


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피오르드 여행은 날씨에 따라 느낌이 변한다. 햇살이 비칠 때에는 은빛 물길을 낭만적으로 항해를 하다가도 비구름이 끼면 폭풍전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피오르드 여행은 낭만과 스릴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진 피오르드는 그리그의 음악과 입센의 희곡, 그리고 뭉크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들이 빚어낸 예술 작품에는 피오르드처럼 차가운 아름다움과 웅장한 고독이 배어 있다. 

▲베르겐에서 출발하는 전설적인 후티루텐 크루즈 여행 루트


노르웨이 피오르드 관광은 끝이 없다. 베르겐에서 출발하는 전설적인 후티루텐(Hurtigruten:https://global.hurtigruten.com) 크루즈 선은 베르겐에서 노르웨이 최북단 키르케네스(Kikenes)를 왕복 운행한다. 12일 동안 34개 항구를 거치며 톱날처럼 생긴 100개 이상의 피오르드와 1,000개가 넘는 산을 항해한다. 항해 중에 오로라도(Northern Lights) 관측한다. 만약 오로라를 관측하지 못하면 6~7일간의 클래식 항해를 추가로 제공한다. 

▲노르웨이 북단에 출연하는 오로라


여름철에는 해가 지지 않는 절묘한 피오르드와 만난다. 바다 위로 300미터나 솟아있는 노르드 곶(Norway Nordkapp)은 알래스카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다. 태양은 5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는 지지 않고 지평선 위에 머물며 백야를 연출하고, 11월 19일부터 1월 25일까지는 지평선 아래에 머문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 볼만한 여행지다. 우리는 전설적인 후티루텐 크루즈를 꼭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포기를 했다.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야 했다. 우리는 송네 피오르드 1일 크루즈를 736 크로네(2인, 약 11만 원) 티켓을 샀다. 오로라는 북유럽 패스를 타고 나르빅까지 가서 보기로 했다.  


▲송네피오르드와 플롬산악철도여행 루트


노르웨이 송네피오르드(Songefjord)는 총연장 204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약 20억 년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 벽이 만을 기준으로 무려 900미터나 우뚝 솟아 있다.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웅장한 산줄기에서 암갈색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장관을 연출한다. 송네피오르드 여행 일정은 베르겐-보스(기차)-구드방겐(버스)-플롬(페리)-뮈르달(기차)-보스(기차)-베르겐 도착으로 기차와 버스, 그리고 페리와 연계한 다양한 여행 일정이다. 


▲송네피오르드 페리를 타는 구드방겐에서 바라본 풍경


10월 4일 아침 8시 40분, 베르겐 중앙역에서 보스행 기차를 탔다. 베르겐 항구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있다. 기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 보스 역에서 내리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떨어져 내리는 계곡을 굴러 내려가 송네피오르드의 크루즈 기점인 구드방겐에 도착했다. 


구두방겐의 유람선 대합실 목조건물 지붕에는 파란 이끼가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정원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미소를 지으며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변의 산에는 실핏줄 같은 폭포들이 무수히 공중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뉴질랜드 남 섬의 밀포드 사운드에 있는 폭포들과 흡사하다.


▲구드방겐 페리선착장


▲비가내리는 데 산 위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갑자기 눈이 내리는 송네피오르드


▲깎아지른 듯 우뚝 솟아있는 암벽


유람선은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 사이를 유유히 흘러갔다. 호수에는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는데, 산 위에서는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괴괴한 날씨다. 선상에는 그리그의 ‘모닝’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다가 ‘솔베이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북유럽의 10월은 초겨울 날씨다. 아내는 춥다고 하며 선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 홀로 뱃전에 기대서서 유유히 흘러가는 산과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챙이 둥근 모자를 깊이 눌러쓴 여인이 요정처럼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작은 키에 아주 깜찍하게 생긴 아가씨는 꼭 인어공주처럼 귀엽고 아름다웠다.


“저어, 사진 한 장 찍어주실래요?”

“오케이, 그건 나의 기쁨이오.”


흘러가는 풍경 속에 그녀를 세워두고 카메라의 셔터를 연속해서 눌렀다. 웃는 모습이 천사처럼 맑고 예뻤다. 


“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온 가브리엘라예요.”

“아하, 리스본? 반갑소. 난 코리아에서 온 오케이 초이라고 하오.”

“오케이? 호호, 멋진 이름이군요.”

“네, 매우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지요. 만사 오케이, 하하.”


나는 외국인에게 나 자신을 소개할 때 내 이름 이니셜 <Oh Kyun> 첫 자를 따서 'OK'라고 간단하게 소개를 한다. 어차피 풀 네임을 소개해보아야 발음을 하기도 어렵고 금방 잊어버릴 것이므로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쉽게 OK라고 소개를 하면 모두가 웃으며 쉽게 기억을 한다.


가브리엘라는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 다른 문화, 다른 관습들을 접하며 이문화(異文化) 국가들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오케이 씨는 무슨 일을 하시지요?”

“하하, 저요? 이렇게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가끔 여행에 관한 글을 쓰기도 한답니다.”

“참 멋진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리스본에 오시거든 꼭 연락을 주세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대접해 드릴게요.”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아마 한 달 후쯤에는 리스본에 도착을 하게 될 겁니다." 


▲송네피오르드


그녀는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적어주며 흰 이를 드러내 놓고 해맑게 웃었다. 과연 그녀를 리스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 인연이 닿으면 만날 수 있겠지. 가브리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 미소를 짓고 있다. 내가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자, 그녀는 장래 자기의 꿈이 사랑하는 남자와 세계를 두루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날더러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진 남자라고 나를 부러워했다. 순간 아내 덕분에 나는 이 여인 앞에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좋은 직장을 팽개치고 부평초처럼 배낭 하나 걸머지고 아내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일지도 모른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돈도 명예도 집어던지고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서 여행을 떠난 남자.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누에고치처럼 웅크리고 잠을 자고, 버스에, 페리의 선실에서, 숲 속의 텐트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일어나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인지도 모른다. 머무르는 곳이 나의 집이고, 세상의 아름다운 자연을 나의 정원으로 삼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일지도 모른다. 

▲리스본에서 온 가브리엘라와 함께

가브리엘라는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나와 함께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와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일까? 나는 그녀와 함께 흘러가는 뱃전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녀는 내게 다시 말했다. 리스본에 오거든 꼭 전화를 하라고. 


그리그의 음악에 취해 있다가 만난 리스본의 여인. 옷차림은 집시 같은데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잘거리는 순진한 표정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비추이는 가브리엘라의 모습 속에서 나는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솔베이지를 연상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하여 늙고 병들어 지친 마음과 육신을 이끌고 긴 여행에서 돌아온 탕아를 위해 '솔베이지의 노래'를 불러주는 솔베이지를 연상하는 남자. 아, 나는 지금 페르귄트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윽고 유람선은 목적지인 플롬 역에 정박을 했다. 우리는 가브리엘라와 함께 주변을 산책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뮈르달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뮈르달 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자 많은 여행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우리가 타고 온 페리에 올랐다. 아마 그들은 우리들과 역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모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플롬 산악철도 여행  


플롬바나(Flamsbana:https://www.visitflam.com) 산악철도 노선은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장엄한 철도 중의 하나다. 뮈르달-플롬 간을 오가는 이 철도는 베르겐 노선의 깊숙한 구석에 자리 잡은 멋진 기차여행이다. 플롬 철도만큼 가파른 협곡을 운행하는 산악열차 여행지를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플롬철도 여행은 야생 그대로의 노르웨이 멋진 산악 풍경을 보게 되는, 분명히 놓치기 아쉬운 아주 매력적이고 로맨틱한 코스 중의 하나다. 


우리가 탄 페리 호가 플롬 역에 정박하자, 마치 어느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집과 산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호숫가에 밤색 지붕으로 지어진 역사는 마치 입센의 "인형의 집"처럼 예쁘고 앙증맞다. 뮈르달에서 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우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역 주변의 이곳저곳을 산책을 하였다. 포르투갈에서 온 아가씨 가브리엘라 양도 우리와 일행이 되어 우리는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송네피오르드 페리에서 내려 플롬산악열차를 기다리며...


▲플롬산악열차를 타기 전에


기차가 도착하자 많은 여행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페리에 올랐다.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윽고… 우리가 탄 기차가 긴 기적 소리를 내며 산을 향해 출발을 한다. 해발 2m에서부터 출발하는 기차는 뮈르달 역까지 11개의 역을 통 과하게 되어 있다. 

총연장 20km의 짧은 구간에 20개의 터널이 있고, 가장 높은 역은 863.5m의 뮈르달 역으로 매우 가파른 길이다. 기차가 룬덴 역에 도착하자 갑자기 깎아지른 듯한 산이 다가왔다. 그 산을 지나니 계곡이 넓어지면서 그림 같은 농장이 펼쳐졌다. 하레이나 역 위로 급격히 뻗어있는 산은 비브메스노시산(1,260m)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높이 140m의 폭포가 기막힌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플롬산악열차에서 바라본 풍경


달보스톤 역 남쪽에는 거대한 바위가 강을 가로지르며 교량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기차가 서로 교환을 할 수 있는 베레크얌 역을 지나니 아찔한 광경이 펼쳐졌다. 블름헬레르 역은 플롬계곡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눈사태가 자주 발생하여 매년 겨울이면 높은 꼭대기에서 천둥 치듯 눈이 떠밀려 내려온다고 한다. 기차는 마치 언덕에 매달린 듯 천천히 기어갔다.


효스포젠 역에 도착을 하자 기차는 승객들에게 사진 촬영의 기회를 주기 위해 15분 동안 정차를 했다. 효스폭포가 웅장하게 흘러내리는 이곳은 플롬철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사진을 몇 컷 찍고 있는데 차장이 호루라기를 길게 불었다. 기차에 오르라는 신호였다. 승객들이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급하게 꺾어진 커브를 돌고 돌아 파노라마를 보여주더니 기차는 마침내 뮈르달 역에 도착했다. 뮈르달 역은 해발 867미터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오가는 교차역이다.      


▲플롬철도여행의 하이라이트 효스폭포


기차가 뮈르달 역에 도착을 하니 흰 눈이 정신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눈이다. 눈 내리는 뮈르달 역의 모습은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해 냈다. 뮈르달 역은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와 오슬로로 가는 기차의 교차지점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눈을 맞고 있는데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 가 도착했다. 우리는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 쏟아지는 눈 속에 멀어져 가는 뮈르달 역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드디어 시계 속에서 뮈르달 역이 사라져 갔다. 


▲눈 내리는 뮈르달 역


플롬철도의 파노라마가 한 편의 영상으로 마음속에 각인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다. 플롬철도 여행은 마치 한 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은 이렇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풍경도 인간도 이 세상의 모든 만물도 블랙홀로 사라 졌다가 다시 태어난다. 날이 어두워지자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호스텔에서 만난 브라질 부부


베르겐에 도착을 하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역 근처의 식료품점에 들려 돼지고기와 야채, 빵을 샀다. 몬태나 호스텔 부엌으로 들어가니 50대로 보이는 남미 스타일의 부부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긴 미인형의 부인은 피자를 데우고 있었다. 밤색 재킷을 걸치고 피노키오처럼 긴 코를 가진 남편은 포도주 마개를 따고 있었다. 재미있게 생긴 부부였다. 내가 눈인사를 건네자 그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아내가 식료품점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설겅설겅 썰어서 야채와 섞어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볶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재미있게 보였던지 포도주 마개를 따던 그가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 고기를 참 맛있게 굽는군요.”

“돼지고기인데요. 좀 드시겠어요?”


아내가 고기 한 접시를 퍼서 그에게 내밀었다.


“엇, 이거 너무 감사합니다. 일본에서 오셨나요?”

“아니오, 저희들은 한국에서 왔답니다.”

“오, 꼬레! 이거 미안합니다. 저희들은 브라질 리오에서 왔답니다. 2002년도에 한국에서 치른 월드컵 축구경기가 너무 인상 깊었어요. 이태리 전에서 헤딩 골을 멋지게 넣었던 한국 선수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 그랬군요!"

“저희는 자동차로 북유럽을 여행 중에 있어요. 한 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자, 이 포도주도 한 잔 드시지요.”


그는 적포도주 두 잔을 맥주 글라스에 듬뿍 따라서 우리들 테이블로 가져왔다. 멋진 저녁 식사였다. 우리는 브라질 부부와 함께 포도주 잔을 높이 쳐들고 “브라보!”와 “건배!”를 외치며 때 아닌 축배를 들었다. 그가 따라준 포도주를 마시며 렌터카 여행에 대하여 몇 마디 물었다. 우리도 당초에는 렌터카로 북유럽을 여행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에 궁금했다.


“운전하기는 어렵지 않던가요?”

“길이 한가로워 큰 애로는 없어요. 다만 피오르드와 산간지방엔 구부러진 길들이 많아 조심해야 돼요. 그렇지만 너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저희들도 처음엔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다가 변경했어요."

"아니 왜요?"

"저희들 여행코스는 헬싱키로 건너가 러시아로 들어가는데 렌터카 리턴 비용이 너무 비싸서 포기를 했지요." 

"그렇기도 하겠군요. 아주 긴 여정이네요?"

“그런 샘이지요. 저희는 남미 페루를 거쳐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갈 예정이니까요.”

“와, 정말이요? 두 분만?”

“네.”

“참 대단한 용기네요.”

“글쎄요.”

“리우에 가면 슈하스꼬 요리를 꼭 먹어보세요. 아주 싸고 맛이 그만입니다.”

“슈하스꼬? 어떤 요리지요?”

“긴 꼬챙이에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까지 구운 일종의 바비큐지요.”

“하하. 그거 대단하군요. 듣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데요. 꼭 한 번 먹어봐야겠네요. 여기에 요리 이름을 좀 적어 주시지요.”

“오케이. 잊지 말고 꼭 먹어보세요. 슈라스꼬!”


그는 내 수첩에 'Churrasco'라고 적으며 영어로는 '츄라스코'라고 발음을 하지만 포르투갈어로는 '슈라스꼬'라고 발음을 한다는 것까지 친절하게 말을 해 주었다. 그는 매우 유쾌한 남자였다. 축구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남미 특유의 기질이라고 할까? 그는 은퇴를 하고 부인과 함께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마음껏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가 준 포도주 한 잔을 다 마시고, 아내가 남긴 반잔까지 마시고 나니 취기가 올라오고 슬슬 졸음이 왔다. 


“슈라스꼬! 잊지 않을게요.” 

"기억하세요. 슈라스꼬!"


나는 굿 나이트 대신 '슈라스꼬!'를 외치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브라질 부부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베르겐에서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꿈은 이루어 진다.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피오르드 여행은 노년의 꿈을 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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