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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Jan 08. 2019

15. 얼음호텔 허니문은
어떤 느낌이 들까?

▶스웨덴 키루나-유카스야르비 얼음호텔

얼음호텔에서 하루 밤을 지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얼음벽으로 둘러싸인 초현실적인 얼음침대에서 말이다. 얼음침대는 추울까? 더울까? 얼음호텔에서의 초현실적인 체험은 사람의 인생관도 바뀌게 할 수 있을까? 


키루나의 허름한 호스텔에서 하룻밤을 지낸 우리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얼음호텔이 있는 '유카스야르비(Jukkasjarvi)로 향했다. 눈의 나라 스웨덴 북극 지방 라플란드(Lapland)의 작은 마을인 유카스야르비는 북극에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고 인근 토른 강은 꽁꽁 얼어붙어 얼음호텔을 짓는데 적합한 지역이다. 

    

"어머, 저기 이글루가 보여요!"     


하얀 눈이 덮인 넓은 들판에는 아치형의 대형 이글루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에스키모 지방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얼음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이글루다. 키루나의 아이스 호텔은 20년 전 한 조각가가 얼어붙은 토른 강(Torne River)의 얼음 위에 이글루를 지었고, 이곳을 방문했던 어떤 부부가 그 이글루에서 순록의 털을 깔고 하루 밤을 자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영하 5℃의 이글루에서 얼어 죽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다음날 아침 두 부부는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글루의 이색 체험에 흠뻑 젖어 있었다.  

    

▲키루나 얼음호텔 이글루


이곳에 얼음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토른 강(Torne River)이 있어서 가능하다. 서쪽 고대 삼림지역에서 흘러내린 토른 강의 길이는 520km나 되며 북극권에서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의 강이다. 토른 강은 얼음호텔을 지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얼음을 제공한다.    

   

해마다 유카스야르비에 첫눈이 내리면 세계 각지에서 건축가와 조각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해 투숙을 할 여행객들을 맞이할 얼음호텔을 짓기 위해서다. 얼음호텔은 키루나의 자연이 선물한 얼음과 눈으로 세계 유수 예술가들의 독특한 창의력으로 지어진다. 매년 약 40명의 아티스트들이 얼음호텔 건축에 참여를 하는데, 초대된 아티스트들은 전에 얼음으로 작업을 한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연이 빚어낸 얼음과 눈을 사용하여 얼음호텔을 짓는다. 그러므로 이글루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조각품이다.      


세계의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지어진 키루나의 얼음호텔에는 약 150개의 차가운 침대와 150개의 따뜻한 침대가 있다. 또한 얼음호텔 단지에는 예술적인 감각을 살려 건축된 예식장, 얼음교회, 영화관, 미술관, 아이스 바,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 얼음호텔을 짓는 데 사용되는 눈과 얼음을 스니치(snice-snow+ice)라고 하는데, 매년 사용되는 스니치는 35,000 입방미터에 달한다. 이는 7억 개의 눈 덩이와 맞먹는 양이다. 또한 메인 홀을 장식한 샹들리에는 1,000개의 핸드메이드 크리스털 얼음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음호텔을 짓는데는 7억 개의 눈 덩이가 들어간다고 한다.


얼음호텔의 평균 실내 기온은 눈의 단열효과로 -5℃를 유지한다. 그러나 한겨울인 1월의 실외 온도는 -40℃나 되어 무척 춥다. 허지만 얼어 죽을 일은 없다. 얼음호텔의 객실 침대는 부드럽고 따뜻한 순록의 가죽으로 덮여 있고, 그 위에서 특수 열 침낭 속에서 잠을 자기 때문이다. 객실에는 욕실, 편안한 안락의자가 있고, 샤워실, 사우나와 연결되어 있다. 차가운 방이 싫으면 따듯한 방으로 번갈아가면서 사용을 할 수도 있다. 당초 겨울 한철에만 운영하던 얼음호텔은 이제 인공을 가미하여 365일 문을 열고 있다. 아이스 바에서는 수정 같은 얼음 잔에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얼음으로 만든 안락의자에 앉아 다정한 연인과 칵테일을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몽환적이다. 

     

"도대체 이 추운 얼음 방에서 하루 밤을 자는 데는 얼마나 될까요?"   

"글세?"


얼음호텔을 돌아보던 아내는 객실료가 궁금한 모양이다. 그런데 프런트에 객실요금을 알아보니 작란이 아니다. 얼음호텔은 콜드 룸, 아트 스위트 룸, 디럭스 스위트 룸 등으로 구분되는데, 2인 1실 기준 최저 640달러에서 1,300달러가 넘는다. 그래도 겨울에는 방이 거의 없다고 한다. 아내에게 객실요금을 설명했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같은 배낭 여행자에겐 얼음호텔은 그림의 떡이다.   

   

▲1300달러가 넘는 디럭스 스위트 룸


얼음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들이다. 비싼 투숙 요금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뜨겁다. 자신들의 특별한 기념일을 맞은 커플들과 색다른 결혼식을 올리려는 예비부부들의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지막 남은 방 1개’란 멘트가 반짝거린다. 때문에 키루나 아이스 호텔 투어는 사전예약이 필수이다.      


얼음호텔의 숙박과 투어 일정은 과히 환상적이다. 공항에 내리면 허스키 개들이 끄는 개썰매가 대기를 하고 있다. 개썰매를 타고 이글루에 도착을 하면, 두툼한 스노모빌 슈트에 털모자와 부츠가 지급되어 추위 대비 완전무장을 한다. 사람들은 스릴 넘치는 스노모빌 사파리(Snowmobile Safari)를 즐기거나, 허스키 개썰매를 타고 야생의 설원을 누비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아이스 호텔도 봄이 오면 녹아서 사라지고 만다. 4월부터 녹기 시작한 얼음은 5월이면 자취를 감춘다. 인생은 얼음성과 같은 것일까?     


▲허스키가 그는 개썰매

 

젊은이들은 초현실적인 얼음성에서 자기들만의 독특한 결혼식 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 얼음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중세시대의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는 1600년대 시골풍의 교회를 선택하고, 야생의 낭만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강과 산, 숲에서 숨이 막힐 듯한 배경에서 눈 덮인 자연을 체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별하고도 초현실적인 체험을 하고나면 두고두고 추억거리로 남겠지만 과연 그 사람의 인생관이 바뀌어질 수 있을까? 


얼음으로 만들어진 예식장(Ice Ceremony Hall)은 매년 12월 26일 열렸다가 얼음이 녹아 사라지는 4월까지 열린다. 35~40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얼음 홀은 벽과 천장이 눈으로 이루어져 있고, 탁자와 벤치는 자연 그대로의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결혼식을 올린 후 첫날밤을 맑은 얼음과 부드러운 순록 침대에서 보낸다. 따뜻한 극지방 특수 침낭을 입고 자기 때문에 추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늘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며 신혼부부의 허니문을 축복해준다.  신혼부부들은 얼음호텔에서 자신들만의 특수한 첫날밤을 맞이하며 초현실적인 추억을 만들어 간다. 키루나의 얼음호텔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 1001'에 들어가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호텔이다.


▲얼음호텔에서 맞이하는 특별한 허니문


"다음에 우리도 금혼식 기념으로 개썰매를 타고 와 저 얼음예식장에서 금혼식을 올리고 디럭스 룸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에고고, 싫어요. 돈 내고 얼어 죽을 일 있나요?"  


아내와 나는 얼음호텔을 돌아보는 동안 마치 냉장고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추웠다. 아내는 너무 추우니 이제 그만 나가자고 했다. 우리는 기념품 숍에서 얼음호텔 기념엽서를 몇 장 사들고 이글루에서 나와 키루나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를 않았다. 그런데 마침 빨간색 왜건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무턱대고 히치하이크를 하듯 손을 들었더니 우리 앞을 지나쳤던 자동차가 후진을 하여 다시 되돌아왔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노인이 고개를 내밀며 싱긋 웃더니 타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염치 불고하고 노인의 차를 탔다. 뒷좌석에는 버찌처럼 생긴 열매가 가득 실려 있었다.

      

노인은 그 열매를 팔기 위해 시장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며, 먹어보라는 시늉을 했다. 맛을 보니 약간 시지만 달달했다. 노인은 거의 영어를 하지 못했지만 무언가를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무진 노력했다. 호수가 나오면 호수의 이름을 알려주고, 키루나 광산을 지나면서는 “엘코아베”라고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광산이라는 뜻이다.  

    

노인은 키루나 다운타운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아내가 감사의 표시로 한국 전통 무늬가 새겨진 열쇠고리 하나를 선물로 주었더니 노인은 원더풀은 연발했다. 외국인들은 작은 선물에도 지나칠 정도로 큰 기쁨을 나타낸다. 마음이 따뜻한 노인! 우리는 손을 흔들며 멀어 저가는 노인의 왜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머, 이걸 어쩌지요?"

"아니, 왜요?"

"아이스 호텔에서 산 카드를 몽땅 그 차에 두고 내렸어요."

"저런!"  


세상엔 공짜란 없는가 보다. 공짜로 왜건을 잘도 타고 왔나 싶어 했는데 소중한 기념 카드를 두고 내렸으니 말이다. 마음씨 좋은 노인의 차에서 내려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발바닥이 아파왔다. 키루나에 도착해서부터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통증이 심했다. 하도 많이 걸어서 신발이 다 해져 물이 새든 탓에 물집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페스트 푸드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신발가게로 갔다. 아내의 신발도 다 헤지고 닳아서 물이 새어들고 있었다. 마침 아주 가볍고 편한 신발이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 켤레에 8만 원 정도 했다. 배낭여행을 하는 우리에게는 큰돈이다. 아내와 나는 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사기로 했다.   


▲해진 신발을 버리고 새로 산 신발

   

배낭 여행자에게 신발은 가장 중요하다.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아내와 나는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거리를 걸으며 웃었다. 비록 키루나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아이스 호텔에서 잠을 자지 못했지만, 새 신발을 신고 우리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키루나를 미련 없이 떠나기로 했다. 스톡홀름행 기차는 6시 51분에 있었다. 호스텔에서 배낭을 챙겨 들고 우리는 키루나 역으로 걸어갔다.      


키루나 역 6시 51분. 스톡홀름행 코넥스 급행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이 짙어가는 키루나가 멀어져 갔다. 스웨덴의 최북단 키루나에서 스톡홀름까지는 무려 16시간이 넘게 걸린다. 큰 배낭 두 개를 하나의 쇠줄로 묶어서 열쇠를 채운 다음 포터 칸에 집어놓고 좌석을 찾아갔다. 오늘 밤은 기차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사진은 키루나 아이스호텔 홈페이지(www.icehotel.com)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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