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찾아
나는 교사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내 인생을 돌아본다.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2남 2녀의 막대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이 나의 첫 롤모델이다. 선생님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계셔서 나 또한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어중간한 성적으로 사대를 입학하고 경기가 좋지 않고. 내 전공은 사라지는 시대에 내가 교사가 되기엔 희미한 안갯속 보이지 않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이 어둠 속에 한줄기 희망은 친구였다. 전국에서 1명. 때론 0명을 뽑을 때 내 친구들은 임용에 합격했다. 그 이후 친구들은 내게 임용시험을 포기할 수 없게 매년 용기를 주었다.
공공근로요원으로 교무실과 행정실에서 잡무, 방과 후 강사와 학원강사 투잡, 기간제교사, 학습지 선생님 등의 일을 하며, 1년 중 상반기엔 학원비를 벌고 하반기엔 임용학원을 다니며 10여 년을 임용시험에 실패를 하고 있었다. 포기할 만도 한데 그게 안된다. 대부분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진짜 선생님이 너무 부러웠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선생님~~~ 이렇게 부를 때 정말 정교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매년 설명절에도 추석에도 어머니는 내 몸하나 앉아 공부하고 자는 5평 고시원에 먹을 것을 가지고 오셨다. 언제쯤 보통사람들처럼 부모님께 내복도 사주고 용돈도 드릴 수 있을까 절망과 한숨이 내 인생을 채우고 있다. 정말 임용합격의 날이 올까?
절망의 숲을 지나가고 있는데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교대편입 접수하러 같이 가자고 해서 간 날 그 친구는 한마디를 건넨다. 친구야, 접수가 내일까지인데 너도 접수할래? 글쎄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다음날 교대편입원서를 제출한다. 이것이 나의 제1의 인생의 서막이 될 줄 몰랐다. 꿈에도 몰랐다.
교대 편입 시험 합격자발표날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해 본 결과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떡하니 붙어있다. 가슴이 벅차올라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기쁨도 잠시 친구이름이 없다.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왔다. 그 친구는 다행히 2년 뒤에 교대편입에 합격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지금 현재 둘 다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 둘도 없는 고마운 은인이다. 고맙다 친구야.
2006년 3월 그렇게도 꿈꾸던 선생님이 되어 첫 발령을 받고 첫 학교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결혼도 출산도 한다. 밤새워 반친구들 모두에게 편지 쓰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쓰고 선물도 한 명 한 명 주고. 힘든 학생도 어려운 학부모도 만나고, 하지만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선생님이기에 참고 이겨내고 지낼 수 있었다.
2023년 작년 여름 이겨낼 수 없는 아픔에 눈물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보에 몇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어쩌면 나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매일밤하며 울며 지새웠다. 학교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후배교사들이 너무 걱정되어 밤마다 인디에서 교사맘카페에서 동료들과 울부짖었다. 열심히 알아야 한다. 우리 학교에도 신규샘이 있다. 내가 방패망이 되든 앞잡이가 되든 뭔가 해야 살 것 같았다. 한여름부터 지금까지 집회에 참석하고 후배샘들에게 힘이 되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니 내가 살기 위해 그랬다. 안 그럼 죽을 것 같았으니까.
서이초사건 이후 계속되는 집회에도 학교현장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수많은 교사들의 요구에도 하는 척만 할 뿐 그대로다. 많은 교사들은 가르치고 싶다를 외치고 있지만 행정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4년 2월 신학기 준비기간에 업무만 열심히 3월이 시작된 오늘까지도 업무만 하다 하루가 지나간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고 교과연구에 온 힘을 다하고픈데 왜 이리 힘든 걸까? 이런 회의감으로 많은 샘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슬픈 일이다.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샘들을 응원한다. 지난겨울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제2의 직업을 떠올려보았다. 가르침을 위한 교과연구가 아닌 행정업무전문가가 되어가고, 3차의 연금개혁으로 노후보장도 어렵고, 물가상승에 월급은 제자리니 가정경제상황도 점점 어려줘 진다. 아이 둘을 교육해야 부모이니 생계형이라 한다. 나이 들고 생계형인 교사는 제2의 직업도 그림의 떡이다, 죽으나 사나 정년까지 가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찾아 내가 좋아하는 반려견자격증 강의를 듣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유튜브를 보고,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공부한다. 제2의 인생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