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는 다는 건
밤새 나를 괴롭히는 두통과 기침, 몸살기운으로 힘겨운 출근을 했다. 매일 그렇듯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입 현관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교실앞에 도착했다. HAPPY BIRTHDAY라고 쓰여진 종이봉투가 있었다. 잉? 뭐지?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지? 아마 어제 만난 옆반 선생님이 가져다두었나보다. 종이봉투에는 큰 편지봉투와 생강차액상3봉지, 오렌지액상3봉, 저당 에너지바3개가 들어있었다. 감기로 목이 조여와 누가 준지도 모르고 일단 생강차 1잔을 타서 마셨다. 조금 살 것 같다.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하고 준비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00이 엄마 누구에요. 00이가 선생님 생일이라고 어제 밤에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침에 보고 놀래셨죠?"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 학부모님의 전화였다. 그 아이들은 소나무 16,17기였다. 2~3학년 연이어 가르쳤던 아이들 나에게도 그 녀석들과 추억이 아름다움으로 박제되어 있다. 편지안에는 미국으로 이사간 친구, 전교회장이 된 친구 이야기 등등이 적혀 있었다. 6학년 남자 아이가 빼곡히 쓴 글들은 나에게 감동이었다.
선생님께
저는 2~3학년 때 선생님에게 배웠던 정호입니다. 카카오톡에서 선생님 생일이라고 떠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선생님 저희반 친구들 이름을 아직도 다 기억하실지 궁금해요.
안타깝게도 별이는 미국으로 전학을 갔어요.
그리고 저랑 동효, 은서는 방송부 엔지니어가 됐고, 보민이랑 채움이는 방송부 아나운서가 되었어요. 그런데 방송부에 사연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슬퍼요. ㅠ.ㅠ
또 전교회장은 보민이가 되었고 전교 부회장은 동효가 되었어요.
4학년때는 안00선생님, 5학년 때는 한00샘한테 배웠고 지금은 정00선생님에게 배우고 있어요. 모두 좋은 쌤들이에요.
저는 2학년 때보다 공부를 잘 해요. 그리고 살이 조금 쪘어요.ㅠ.ㅠ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 큰 선물은 못드리지만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 편지 올립니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3학년 때 저를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6일 0정호 올림
정호에게 주는 선생님의 답장
정호야 안녕? 잘 지내니? 선생님은 학교를 옮겨서 잘 적응하고 있단다. 아주 가끔 아니 아주 많이 너희들이 생각난단다. 또 이렇게 멋지게 자라고 있는 정호가 선생님에게 친구들 이야기도 전해주어서 고맙구나.
선생님은 소나무19기 1학년 친구들과 1년 살이를 시작했어. 월요일에 주말이야기 하고 질문과 생각나누기,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율동, 금요일에는 1인1역과 학급회의를 한단다. 아주 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운동장에 나가 줄넘기도 하고 네잎클로버도 찾고 공놀이도 한단다. 아참 이 학교에는 중간놀이터라는 공간이 있어. 소나무 19기는 이곳에서 달팽이 놀이를 즐겨한단다. 너희들과 함께 숲체험, 반월호수까지 걸어갔던 일, 운동장에서 매일 공놀이하고 벚꽃이 떨어질 때 손바닥에 받아 놀이했던 것, 생일편지 주고 받은 것, 여러가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는구나. 엊그제 길가에 핀 벚꽃 구경하며 너희들을 생각했단다.
6학년이 된 너희들은 학교회장, 학교부회장, 방송반 엔지니어와 아나운서 등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있구나. 그런데 방송부에 사연이 올라오지 않아 슬프다니 선생님도 안타깝구나. 선생님이 사연 하나 올릴까? 선생님 편지를 방송부에서 읽어주면 어떨까?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2학년때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고 하니 기특하구나. 그만큼 정호가 더 많은 노력을 한다는 거겠지. 이젠 1년뒤면 어엿한 중학생이 되는구나. 살이 조금 쪘다는 표현은 선생님이 믿기질 않는구나. 2~3학년때 너는 몸이 마른편이었는데 살이 조금 쪘다니 보고 싶구나.
정호야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 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어 너무 또 고맙고 사랑한다. 선생님은 너의 편지로 아픈 몸과 마음이 말끔하게 건강해졌단다. 사랑해 정호야.
2026년 4월7일 너를 사랑하는 선생님이
PS. 신청곡은 우리 함께 불렀던 레몬트리입니다.~
사랑을 주고 받는 건 참 아름다운 아주 멋진 일이다.^*^까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