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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입니다 Jan 20. 2016

[접속]제가 한번 개발자를 만나 봤습니다.

시즌1 에피소드 01 -- 박성철님 편

이 인터뷰는 2014년 2월 지앤선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되었던 인터뷰를 다시 브런치에 재등록하는 글입니다. 개발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첫 번째 인터뷰는 2월 17일 월요일에 SKP에서 근무 중이신 박성철 팀장님과 진행했다. 박성철 팀장님을 첫 번째 인터뷰이로 선택한 이유는… 다른 분들보다 많이 뵈어서 편하니까???!!! 

(인터뷰는 가급적 나의 개인 의견은 배제하고 대화한 내용만을 중심으로 정리하도록 한다. 나의 생각은 붉은색으로 표기하였다. 대화는 모두 존댓말로 진행되었으나 답변은 그냥 편한 말투로 정리하였다.)


Q 우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부터 해주세요.

A 노땅 개발자이고, 아직은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은 관리자에 가깝다. SK Planet의 Commerce Platform 개발팀 팀장(2016년 1월 현재는 본부장이 되셨다)을 맡고 있다. 예전에 10여 년 정도 회사를 경영했으나 대박 망해서 빚도 졌었다. 지금은 다 갚으셨는지 못 여쭤봤네… 그렇지만 그런 순간에도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재미있었다. 82년도에 초기 오덕 잡지 "라디오와 모형"의 마이콤 강좌에 낚인 이후로 지금까지 프로그래밍에 빠져 살고 있으며 재능이 넘치는 멋진 개발자들과 같이 일하는 행운을 누리는 중이다.


Q 프로그래머가 된 계기랄까, 언제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 결심하게 되셨어요?

A 내가 어릴 때는 로봇이 세계를 구하는 만화가 많았다. 그리고 그 로봇은 보통 흰 가운을 입은 박사라는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런 만화들을 보면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프라모델과 조립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는 "라디오와 모형"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그 잡지를 보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년 뒤쯤 정부의 교육용 PC산업에 의해 PC가 보급되면서 컴퓨터학원도 생기고 컴퓨터를 산 친구들도 생겼다. 그때부터 친구들과 프로그래밍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잡지와 책을 통해서 배우다가 컴퓨터 학원에 배운다기 보다는 만져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는 인터넷도 없고 컴퓨터 통신도 없었을 때라서, 방학에는 컴퓨터를 만져볼 수 있는 곳(컴퓨터 전시장 등)으로 원정을 다니면서 서로 프로그램을 자랑하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대학 전까지는 거의 학교에서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었다. 성적은 중간 정도였고 관심 있는 것들은 깊게 팠지만 관심 없는 것들은 전혀 안 보는 편식이 심한 학생이었다. 누군가 설명해주는 것을 집중해서 못 듣는 편이어서 거의 혼자 공부하는 타입이었고, 솔직히 고3 때는 땡땡이도 많이 쳤다. 고3 때 제일 많이 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대학은 그때 제일 친한 친구를 따라서 토목공학과를 선택했다. 전산과를 안 갔던 이유는 솔직히 성적이 안 되서이기도 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겉멋도 들어 있었다. 대학시절은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나름 재미있었다. 토목공학도 공부할 내용이 많아서 좋았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잘하는 편이었는데, 마지막 4학년,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고민을 해봤더니 현실에서의 구조물이 통계학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안 맞는다 싶었다. 역시 확실한 결과가 나오는 프로그래밍이 나와는 더 맞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프로그래밍도 수 많은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는 영역이었다.


Q 업계에 들어와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개발자를 꼽으라고 하면 어떤 분을 꼽으시겠어요???

A 첫 번째 회사의 사장님을 꼽고 싶다. 그때 당시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회사가 없어서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그래픽 회사(장원 그래픽스)에 처음 입사했다. 사장님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시고 캘리포니아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오신 분이셨다. 그 회사에 입사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배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장님을 통해 많은 프로그래밍 기법을 배웠다.

나는 사실 이 질문에서 뭐랄까 좀 유명한 제임스 고슬링이라든가 리누스 토발즈라든가 이런 분들을 이야기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Q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자존감을 갖기 힘든 상황!!! 스스로 일에 대해 창조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한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노무직 같은 취급을 받는다거나 자기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권이 없을 때 느껴지는데,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예전에는 프로그래머가 혼자 많은 부분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닷컴 붐이 일어나면서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사람들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면서 프로그래밍 작업 자체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고 그럼에도 프로그래머에게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황이 많이 생겨버렸다. 어떤 면에서는 프로그래머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들이 안 좋은 환경을 만들 때 프로그래머들이 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본다. 심지어 사기 행위에 개발자가 이용되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들 때문에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개발자들이 개발 외의 고민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사업을 했었다. 


Q 함께 일하기 싫은 프로그래머가 있나요???

A 수동적인 사람, 자기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사람, 겉포장만 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기 감정을 너무 실어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사람과도 일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스포츠와 같은 팀워크가 필요하다. 목표를 향해서 같이 호흡할 수 없는 이런 사람들과는 같이 하기 어렵다. 


Q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뷰어로도 많이 활동하셨을 텐데,  그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또 그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A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해서 그 사람이 대답하는 방법을 보며 성향을 파악하려고 한다. 간단하고 교과서 같은 대답만 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의견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본 사람을 눈여겨본다. 신입 면접 시에는 장래성을 주로 보는데, 수상경력 같은 것은 보지 않는다. 요즘은 특성화고나 마에스터고 등이 생겨서 실적 위주의 경력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기본기를 쌓지 못해서 오히려 부족한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다양한 기회를 주지 못하고 취업으로 내모는 특성화고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특성화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여기서는 생략~ 그렇지만 현재 SKP에서 특성화고 출신의 개발자를 3명 뽑았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사원들에게는 얼마나 이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배우려는 자세(겸손함)가 있는지 많이 보고 있다. 프로그래머는 평생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 일(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나처럼 45살에 대기업에 한 번도 안 다녀본 사람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이 프로그래머 말고 어떤 직업이 있겠는가? 프로그래머는 정말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이고 재미있고 사회가 필요로 한다. 노땅 개발자들은 정년을 뛰어넘어서도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물론 돈을 조금 받는다고 할지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목표는 80살까지 프로그래머로 사는 것!!!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팀장님께서 “노인Z”라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주셨다. 노인 병동에 입원한 해커들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설명해주시면서 이 모습이 어쩌면 팀장님의 로망이라고 하셨다.


Q 요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 정말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한 것일까요???

A 지금 사회에서 떠들어대는 인문학의 본질이 조금 변형된 것 같은데, 개발자에게 필요한 인문학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소양과 창의적인 생각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는 창의적이다. 창의적이란 건 문제 해결 능력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는 이미 모두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더 많이 갖추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필수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회는 분업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족한 점도 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대신 돈을 위해서 누가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자기 삶을 개선하는데 자기 기술을 활용하는 노력이 있다면 자연히 사회가 바라는 창의력과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한다. 


Q 사용자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중요하겠지만, 개발자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단순히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결국은 인문학일 수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 나는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소수의 친구들만 만나고 밖에서 놀지도 않고 자기 관심사에 빠져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군대에서 진지구축 작업을 하면서 같이 일한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같게 되었다.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야 한다. 팀장님께서는 군대에서 진지구축이라는 작업을 한 후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하물며 보도블록을 하나 봐도, ‘이것도 누군가가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깔아 둔 것이겠지’라는 생각이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Q 개발자로서  사회생활(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남아 있는 선택을 했다면 그건 어느 정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요즘은 개발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의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돈에 대한 문제든,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든, 어느 정도는 자신이 타협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다. 조금 더 도전 정신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습관적으로 나의 하루에 내 기술이 접목되었을 때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나름 고민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들이 나도, 사회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Q 이전 질문에서 군대 가기 전까지는 사람들과 소통이 거의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참고로 박성철 팀장님은 한국 스프링사용자 모임(KSUG)에서 활동 중이시다.

A 회사가 망하고 나니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동업자와 안 좋게 헤어지고 난 후, 처음에는 진로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도움을 받고자 업계의 예전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면서 회복이 되더라. 우연히 커뮤니티 대표를 넘겨받고 여러 일이 거치면서 사람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그게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많은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계속 커뮤니티에 남아서 활동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경험을 공유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선배로서 여러 사람에게 신기술이나 여러 가지를 경험을 전파해주고 싶다는 생각 또한 있다. 


Q 좋은 커뮤니티는 어떤 커뮤니티라고 생각하시나요???

A 누구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 장단점이 있고 어디선가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이지만, 순수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고 그 관심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커뮤니티가 바로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Q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으세요???

A 애니메이션 감독!!! 대학생 때 2년간 전직 만화 영화계에 계셨던 분을  따라다니면서 사부로 모셨던 적이 있다. 게임 캐릭터 아이디어를 얻으려다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보고 애니메이션에 홀딱 빠져서 다녔는데, 그림을 못 그려서(프로그래밍을 오래 했더니 수전증이 생겨서) 포기했다. 프로그래밍을 몰랐다면 그쪽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한 가지 직업을 더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하드웨어 쪽의 직업을 갖고 싶다. 유명환 대표님이 롤모델이다. 

팀장님께 만약 지금 프로그래밍 외에 한 가지 뛰어난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걸 갖고 싶으신지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을 드렸더니 피아니스트라고 하셨다. 멋있어 보인다고 하시면서…


Q 취미가 있으신가요???

A 음악 감상, 책 읽기, 애니메이션 보기, 그리고 코딩을 취미로 갖고 있다. 음악은 69년에서 70년대의 블루스 & 록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 클래식도 자주 듣는 편이긴 한데,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는다. 책의 경우, 제일 싫어하는 분야의 도서가 ‘전기’이다. 사회학이나 철학 책을 특히 좋아하고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을 좋아한다. 


Q 스트레스를 푼다거나 재충전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솔직히 제일 잘 못하는 부분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자각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재충전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내 관심사에 빠져있을 때가 가장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더 집중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꿈에서 해결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마도 꿈에서는 사고가 유연해져서 그 문제를 단순하게 볼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 부분은 정말 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럴 수만 있다면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니… 나의 꿈은 대략 항상 개꿈이나 액션 어드벤처인데…


Q 최근에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A 프로그래밍과 관련되어서는 자바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으나 자바와 연속성이 있는 기술들에 대해서 가장 관심 있는 보는 중이다. 조금 더 업계가 성숙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활동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해지고 하향평준화가 되면서 개발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현실에 업계의 선배로서 고민도 많고 관심을 기울이며 보고 있다. 비 프로그래밍 관련으로 관심 있는 분야는… 비밀이다. 인문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뭐 그런 것이다.


Q 최근에 가장 짜릿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이 질문에서 팀장님은 정말 최근에 그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까먹었다고 하셔서 함께 잠시 생각해보았다. 바이엘 16번을 드디어 넘어섰다!!! 최근에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인터넷에서 바이엘 악보를 다운받아 치는 중인데 16번에서 며칠을 헤맸다. 바이엘 16번이 뭐였지???


Q 3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30년 뒤면… 70대 후반이지만, 해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영어로 무언가를 발표하고 있고 사람들이 ‘노인네 대단하네~’라고 이야기하며  재미있어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50이 넘으면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얼마 안 남았다는 막연한 조급함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 전에 꼭 영어를 익히고 싶다.


Q 본인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할 수 있는 게 개발 말고 없는 재주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개발을 하다 보니 못하던 것들을 하게 된다. 하물며 지금처럼 여자 앞에서 눈을 보면서  이야기한다는 것 또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불과 5~6년 전에만 해도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10여 명만 모여 있어도 심장이 터질 듯이 떨릴 지경이었고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협상도 하면서 나아졌다. 개발을 계속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에 대해서 조금씩 노출되는데, 그런 과정들을 통해 정말 개발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나에 대해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것 같다. 


Q 후배 개발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이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데, 돈이 되니까, 취직하려고 시작할 수는 있지만  재미없이는 절대 할 수가 없고 정말 힘든 직업이다. 인터넷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나에게 모두 적용될 수는 없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지 말고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적어도 학생일 때는) 하는 게 좋다. 취직이 잘되고 안 되고는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고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재미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제1원칙은… 소프트웨어 개발은 재미있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시며 팀장님만의 개똥철학이라고 하셨다.



인터뷰 후 느낀 점… 팀장님은 천상 개발자이다. 모든 것을, 하물며 본인의 하루를 개발과 연결시키고 이 일 자체를 정말 좋아하신다. 그리고 항상 마냥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는데, 업계의 선배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3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다 지면을 통해서 모두 공개하기에는 나의 글 실력이 너무 부족하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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