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는 건 여유가 없다는 뜻
사실 인생에서 미련은 거의 없고, 특히 선택한 것에 대해서 가급적 후회하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편이다.
대학생 때, 유학생으로서 나는 엄청 치열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공부를 못한다는 좌절감도 들어서 유학생활 동안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그 시절 배낭여행을 가지 않았던 건 많이 후회된다. 그리고 조금 더 뉴욕을 느끼고 조금 더 뉴욕을 즐기지 못한 것도 후회된다. 그 나이의 나를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은 것도 후회가 된다.
지금은 그때보다 시간도 돈도 여유도 있지만, 그때가 아니면 못 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20대 때, 대학생 때 느낄 수 있는... 가끔 친구들이랑도 이야기한다. 그때의 웃음은 지금의 웃음과 다르다고.
최근에 다시 공부랄까,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지극히 한국의 교육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 나는, 혼자 스스로 공부하거나 배우는 법을 잘 모른다. 나 같은 의지박약에게 독학은 좌절감만 줄 뿐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학원이나 강사의 도움 없이 혼자 해본 적이 없다. 운동이나 악기나 모든 것들을...
주말에 잠시 짬을 내서 힐링 여행을 서울 근교로 다녀왔다. 아니 어쩌면 그마저도 내가 준비하고 혼자 움직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잠깐의 여행이었지만, 뭐가 나를 이렇게 여유 없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것들은 허울 좋은 핑계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시간이 없어서...라는 지극히 뻔한 핑계를 대고 있으나 사실 어쩌면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여유란 것이 기다리면 '쨘~~~'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임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나 스스로 여유를 만들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유가 생긱고 나면 그동안 핑계를 대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미루던 것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 억지로라도 시작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응???) 원래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장기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인데, 아무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은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 매일매일 하루에 적어도 30분 책 보기. 페이스북만 줄여도 책 볼 시간은 넘쳐날 듯.
*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글쓰기. 한 주동안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떠오르는 생각들, 그냥 잡소리라도...
*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코딩 연습하기. 아직은 혼자 코딩을 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Codeacademy를 통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고 직접 코딩해보고 깃헙에 올려보기.
우선은 이렇게 세 가지를 습관이 될 정도로 익숙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엄청난 의지박약이니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표를 해놓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발견하면 옆구리 콕콕 찔러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