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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입니다 Nov 12. 2023

[취미부자] 영화리뷰_신의 구부러진 선

넷플릭스

감독: 오리올 파울로

출연 : 

바르바라 레니

에두아르드 페르난데스

로레토 아울레온

하비에르 벨트란



신의 구부러진 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일까?


사건이 있었던 밤과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 여성 탐정이 정신병원 내부에서 벌이진 일을 파헤치기 위해 편집증 환자로 위장하여 자진 입원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추리 영화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결국 나 역시 이 정도는 예측했다고 자신하던 때 다시 드러나는 반전이라니…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후 내용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는 주인공 앨리스 굴드의 시점과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는 시점을 교차하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영화의 초반에 보여준 ‘그 사건’은 내가(우리가) 생각했던 ‘사건’이 아니었으며, 하물며 과거의 사건도 아닌 미래의 사건이었다. 우리 모두 그 사건이 델올모의 아들이 죽은 사건(앨리스가 의뢰받았다 주장하는)일 것이라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더욱 허를 찔리게 된다. 과거에 일어났다고 믿었던 사건과 그 사건을 덮으려는 병원장의 시도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이미 나는 병원장과 의사들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앨리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녀의 시선을 진실이라 받아들이며 몰입하였다.


영화에서 앨리스가 불리한 상황에도 의사들과 환자들이 점점 그녀를 믿고 지지하듯 나 역시 그녀를 믿고 지지하게 되었으며, 이제 남편과 그 일당들이 파 놓은 함정에서 멋지게 탈출하며 모든 것을 밝히면 끝날 것이었다. 


그런데, 불이 난 밤 델올모의 아들이 죽었다고 믿었던 그 밤이 사실은 앨리스가 탈출하기 위해 불을 낸 밤이었고 죽은 이가 델올모의 아들이 아닌 환자 중 한 명(더욱이 앨리스를 엄마라고 믿고 있던 환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동안의 믿음은 뒤죽박죽이 된다.


생각보다 쉽게 밝혀질 것 같은 미스터리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진실에 접근하는가 싶은 순간 점점 더 진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예측 가능한 반점과 예측 불가능한 반점, 그러나 결국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 


이 환자는 자기 합리화에 강한 사람이고 그걸 위해서는 그 어떤 거짓말도 동원할 수 있다. 그런 쪽으로 특출 난 재능이 있고 과소 평가하면 안 된다. 워낙 똑똑해서 초보 의사들은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정말 앨리스는 편집증 환자였던 걸까? 나 역시도 속아 넘어간 걸까?


구부러진 선은 영화에 등장하는 편지의 삐뚤어진 글씨(조현병 환자의 특징을 나타냄)와 같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은 그들을 구원할 대책도 마련해 두셨기 때문에 그들은 그냥 구부러진 선이 아니라 신의 구부러진 선이 된 것이리라. 나는 믿음이 강한 편은 아니라 더 깊이 있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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