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노안에 대처하는 노산맘의 자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좋은 여행지가 있다는 말에 다 같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검색을 하려고 글자를 누르는데 어랍쇼. 평소와 달리 글자가 뿌옇게 보였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겨우 검색하면서도 느낌이 싸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큰 화면의 컴퓨터를 켰다. '글자가 뿌옇게'를 누르니 떠오르는 내용은 '노안의 증상으로...'였다. 아직 40대 중반인데 벌써 노안이 온다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보청기를 맞추며 화를 내시던 아빠가 떠올랐다. 70대에 보청기는 어색하지 않지만, 내 일이 되면 다른 법이다.
처음 노안 증세 이후 눈은 점점 더 침침해졌고, 도수 높은 컨택트 렌즈를 끼면 근거리 글자는 더 깜깜해졌다. 마침 안경을 바꿀 때가 돼서 침울한 마음으로 안경점을 찾았다. 처음 안경을 쓰게 된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계속 도수를 높여왔는데 처음으로 도수를 낮춰보자는 말을 들었다. 지금 안경을 유지하면 눈이 너무 긴장을 해서 피로감이 높아진다나... 빨리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결국 난생처음 낮아진 도수의 안경을 썼다.
자주 만나는 태금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느끼는 세대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래도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고 나이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최선이라 여겼다. 젊다고 건강하고 나이가 많다고 아프기만 한건 아니니까. 다만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노화 증상은 내 나이를 실감케 한다. 아주 가끔은 무서운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태금이를 늦게 만난 게 미안해지는 유일한 포인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고 내게는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마음먹는다. 눈앞에 있는 글자가 안 보이면 돋보기를 쓰면 되고, 흰머리가 많아지면 염색하면 되고. 40대가 지나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화에 너무 겁먹지 않기로 한다. 오히려 더 열심히 운동과 식단관리에 신경 쓰면서 지내야 할 동기가 생긴다. 사실 아직도 노안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태금이는 첫돌에 걸음마를 떼고, 두 돌에 말이 트였고, 세돌에 기저귀를 뗐다. 매일 아침 다리가 조금씩 길어져 있고, 앞 구르기 뒤구르기 장애물 넘기도 가능하다. 교과서처럼 성장하는 태금이 옆에서 엄마도 차근차근 노화를 겪고 있다. 우리 같이 잘 자라고 잘 늙도록 하자. 멀리 보고 가야지.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위해 파이팅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