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란 무엇인가

생활습관 잡기 대작전

by 선돌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시그널 음악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집안 전체를 울리는 태금이의 외침.

'꺼줘!!'

어린이집에 가려면 9시쯤 씻어야 해서, 윤상아저씨 목소리 나오면 화장실에 갈 거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옆집 누구는 혼자 씻으러 가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수건으로 물도 닦고 나온다는데, 에휴... 육아는 실전이라는 말이 정답이었다.


34개월 태금이는 미운 4살이 되어 본격적인 아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대체로 잘 자라고 있지만 걱정 없는 육아는 없는 법. 혼자서 밥 먹기, 옷 입기, 양치하기 같은 '자조능력'이 부족하다.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스스로 해내는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거다. 의지도 없고 소근육도 느리다 보니 귀찮고 싫은 일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아직 만 3살 이전이라 심각한 건 아니지만, 요즘 친구들은 이유식부터 자기 주도를 한다고 하니 신경이 쓰였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육아종합센터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다. 설문과 대면 상담을 통해, 나의 육아방식이 '지나치게 허용적인 편' 이면서 '정서적 반응 부족한 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런 양육 태도가 아이 스스로 하는 일에 거부감을 심어준다는 말이었다. 워낙에 감정표현이 적고 톤이 낮은 말투 때문에 반응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는 수긍이 갔지만, 허용적이라는 말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상담선생님은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돌아보니, 그동안 안전에 관련한 부분은 철저하게 교육했지만 생활습관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때 되면 다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그저 도와줬던 거다. 솔직히 '자기 주도 식사'나 '잠자리 분리'에 대해서도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젊은 엄마들이 어떻게든 혼자 할 수 있게 아이들을 교육할 때 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가 편한 방식'을 택한 거다. 문득, 음식을 입으로 씹어 그 숟가락을 아이 입에 넣던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렸다. 그저 트렌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차 싶었다.


씻기를 가르칠 때 시간만 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10분 전부터 예고를 하고, 시간이 되면 아이가 싫어해도 번쩍 들어 화장실로 가야 했다. 안 씻는다고 짜증을 부릴 때, 사탕을 주고 5분의 시간을 주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해야 되는 거야' 공감과 행동을 연결해서 보여줘야 아이도 받아들일 수 있다. 선생님의 구체적인 코치를 받으며 무한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늦은 임신과 출산으로 나이 많은 부모가 됐다. 늦둥이도 아니고 첫째다 보니 신체적 부담을 넘어서는 고민이 있었다. 또래보다 열 살 많은 부모를 갖게 된 아이에게 혹시나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게 아이를 보며 '오냐오냐' 키우게 되지는 않을까. 주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던 '오냐오냐'가 결국엔 내 에너지 부족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오냐오냐'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면서 지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과 더불어 생활습관 잡기도 훈육의 범주에 넣기. 혼자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더 세세하게 설명해 주기. 태금이가 잘 해내면 평소보다 더 큰 에너지로 오냐오냐 해주기.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기.


태금이는 일주일째 달랑달랑 들려서 화장실에 가고 있다. 희망적인 건 그렇게 울고불고 싫어하다가도 씻기가 끝나면 전보다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간다는 점이다. 평소보다 격앙된 하이톤으로 '아이고~~ 너무 깨끗하고 이쁘다. 하기 싫은데 잘했네~ 너무 개운하지?' 하면서 씻기를 마무리하면 민망한 듯 슬쩍 웃어보기도 한다. 친구들보다 늦은 시작이지만 이제부터 하면 되지. 자책은 넣어두기로 했다. 엄마도 가끔은 '오냐오냐'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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