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의 지독한 자동차 사랑
우리 아이는 뭘 좋아하게 될까. 아이를 낳기 전부터 궁금했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자동차와 공룡에 빠져 지낸다던데 진짜 그럴까? 의외로 인형을 좋아할지도? 밤중수유와 무한 기저귀갈이 지옥에 빠지기 전이었으니 이런 순수한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잠 못 자는 신생아 시절에는 잠시 잊고 있었는데 두 돌이 지나니 그때의 궁금증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금방 답도 알게 됐다. 태금이는 '자동차'에 미쳐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문장도 '엄마 좋아'가 아니라 '자리 없어'였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유독 지하주차장을 좋아해서 지상에 주차를 하려고 하면 드릉드릉 시동을 건다. '지하 주타당~~~!!' 성화에 못 이겨 지하로 들어가면 이번엔 지하 2층으로 가자고 한다. 집에 도착했는데 왜 들어가질 못하니. 주차장에 내려서도 한참을 구경해야 집에 갈 수 있다. 차 한 대 한대를 가리키며 무슨 차냐고 묻는다.
집에서도 자동차 사랑은 계속된다. 돌 전부터 자주 만지던 작은 자동차들이 총 출동한다. 꼬물꼬물 차를 옮기면서 집안 곳곳을 주차장으로 만든다. 처음 자동차 몇 대를 줄 세워놓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귀여웠는데 점점 구체화되는 모습이 살짝 무서울 지경이다. 진짜 주차하듯 자동차를 후진시켜 세워놓는다. 지상주차장, 지하주차장, 쇼핑몰 주차장, 백화점 주차장, 할머니네 주차장... 온 동네 주차장이 우리 집에 다 있다.
태금이의 자동차 사랑이 신기하지만 난감할 때도 있다.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장난감 자동차가 모닝이라고 알려줬더니 그 후로 모든 차의 이름을 묻는다. 장난으로 시작된 자동차 로고 맞추기는 어느새 놀이 루틴이 돼버렸다. 아반떼, 소나타, 산타페, 스포티지, 가끔은 벤츠나 BMW까지. 온갖 차의 이름을 부르고 다닌다. 뒤늦게 이모차, 삼촌차라고 알려줘 봐도 이미 로고에 눈을 뜬 태금이는 정확한 이름을 확인해야 질문을 멈춘다.
태생이 걱정인형이라 너무 자동차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다. 다른 아이들은 그림도 그리고 퍼즐도 맞춘다는데 주차놀이만 계속하게 둬도 괜찮은 걸까. 그러다가도 너무 행복하게 '저기 모닝이다! 굿모닝!!' 하는 태금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 맘이라는 게 이렇게 오락가락이다. 남의 집 아이를 보면 '애들이 다 그렇죠'라고 웃어넘길 일도 내 아이 일이 되면 세상 예민해진다.
빠른 부모들은 이 시기부터 학습 관련된 교육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7세 고시'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좋아하는 대상이 있으면 그걸 다양한 발달에 활용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한다. 글자를 익히거나 숫자를 배울 때도 자동차가 등장하면 관심이 많아질 테니까. 지금의 관심을 어떻게 이용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그냥 자동차만 좋아하게 놔두면 안 될까 싶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태금이가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말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아직 뭣도 모르는 영유아 엄마들의 순진한 바람이라 할지라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행복하길 빈다. 자동차 마니아 태금이가 이번주에는 마트에서 어떤 친구를 고를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