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Love is never earned. It is already here.
수하야,
“주디야, 키다리 아저씨는 졸업식에 오실 거야. 꽃도 들고 오실 거야.”
너는 킥킥댔어. 키다리 아저씨가 대학교 졸업식에 오실 건지 모르는 채 기다림 반 체념 반 섞인 주디의 편지를 읽고 있었거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맨 마지막 편지를 읽어버려서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지 알아버렸지. 그렇지만 책 속의 주디는 끝을 알 수 없으니 답 없는 편지를 계속 써.
나는 주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 주디가 써야 하는 편지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상황과 감사하다는 인사만 담으면 됐어. 간략해도 괜찮았지. 그런데 주디는 자기의 삶과 생각을 상세하게 전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쓰는 거지? 처음에는 주디가 독특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어.
주디는 보육원에서 자라났어. 부모님이 없었지.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처음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생겼을 때, 돈보다 자기 삶을 믿어주는 사람이 생긴 게 좋았을 거야. 감사함을 넘어 애정을 가졌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자기 얘기를 늘어놓고 싶은 존재로 받아들였어.
그런데 동시에 주디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갖고 있었어. 마음의 빚이 있었지.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하고 평범한 여자에 그친다면, 깊이 실망하실 건가요. 아저씨?”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좋은 평가를 못 받았을 때 키다리 아저씨가 자기를 지원해 준 걸 후회할까 걱정해. 또 작가가 되어 키다리 아저씨에게 은혜를 갚기 전에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고민도 해.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에 누군가가 조건 없이 자기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
주디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아팠어. 엄마도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던 마음이었어. 무언가 잘 해내야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효율적으로 많이 가르쳐서 점수를 올려줘야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같았어. 결혼하고 나서는 집안일을 반짝반짝하게 해야 좋은 주부가 되는 것 같았어. 너를 낳고서는 아이의 발달에 맞게 준비해서 똑똑하게 키워내야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같았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