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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어 도전한 요가 지도자 과정

제대로 걸을 수 있습니다

마흔 중반


마흔 중반이 넘으면 본격적인 노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나이 먹었다고 유세하려고 저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젠 저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하루를 살고나면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비슷한 느낌으로 살고 계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함께 보는 요가일기를 한번 시작해보려고 해요. 

난 멋지게 집중하고 있는데 내 몸은 무슨 일을 겪고 있을까


살아야 해


농담처럼 말했던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해'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었을 때 20년 전 시작했던 요가원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네이버지도에서 가장 집에서 가깝고 리뷰가 괜찮은 요가원을 골라 일단 등록을 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을 가는 코스로, 일단 한 달만 결재를 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제대로 꾸준히 다닐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운동이라는게 그런거니까요.


생각보다 너무 아픈데?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가수업을 처음 참여했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몸은 훨씬 더 많이 굳어있었어요.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의 몸은 이미 60대였어요. 일단 예전처럼 힘차게 걸을 수 없었죠. 


일 할 때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온몸의 감각들이 요가 수업에 참여하던 날, 

난리가 났습니다. 


으.. 으악...!


보다 못한 선생님이 핸즈온(Hands-on : 수련을 위해 손으로 잡아줌)을 해주셨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민망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손이 발에 닿지 않는 정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척추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고, 팔은 필요한 만큼 뻗을 수 없었어요. 그나마 얼마 전 죽지 않으려고 시작한 헬스 덕에 약간의 근력이 몸을 지탱할 뿐이었어요. 


저, 지도자 과정 신청할게요


갑자기?


요가 선생님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순간이었겠죠? 요가를 등록하고 2주가 채 안되었을 때, 수련이 끝나고 요가 원장님께 지도자과정을 시작해 보겠다고 말했거든요. 요가원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공지를 보고 지도자과정을 신청했어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살아야겠다'라는 외침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왜 요가실력이 늘지 않지?


무려 3개월 동안 총 120시간의 수련과 매주 토요일 5시간의 수업,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게 요가 지도자과정이에요. 이걸 요가 시작한 지 2주 된 왕초보가 하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평균 하루 2시간 정도의 요가 수련을 시작했어요. 주2회가 아니라 하루 2시간씩 수련을 하며 그동안 쌓아 두었던 빚을 갚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가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어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어쩜 이렇게 발전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답답했어요. 여전히 허리를 펴고 몸을 구부리면 발 끝에 손이 닿지 않았고, 요가 블록을 잡고 서도 균형을 잡기는 어려웠어요. 


제대로 걷는다는 것


요가실력은 늘지 않는 것 같지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걷기. 제대로 걷는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각에 감격해 보신 적 있나요? 몸에 무슨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구부정하게 등을 굽히고 다리를 뻗지도 못한 채로 걷고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누가 지적해 준 것도 아닌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는 등을 펴고, 다리를 쭉쭉 뻗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요가를 하면 제대로 걸을 수 있다

40대가 넘으면 요가를 의무화해야


한 달 정도 하루 두 시간씩 성실하게 요가 수련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40대가 넘으면 정말 꼭 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근육도 중요하고 심폐도 중요하지만 몸의 가동범위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예요. 몸의 가동범위가 좁아진 상태에서 심폐운동이나 근육운동을 하면 정말 부상의 위험도 많고,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다는게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어요. 


요가지도자과정 도전기


아마도 실제 요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겁니다. 그래도 지도자 과정을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업에 참여하며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는 너무 미안해서 수업시간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족하지 않게 간식까지 공수하고 있어요. 내가 동료들보다 훨씬 못해서 혹시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요가 지도자 과정에서 해부학도 배우고, 차크라도 배우고 명상도 배웁니다. 이름은 지도자 과정이지만 40년 넘게 살아온 내 몸에 대한 빚을 일단 차근차근 갚아나가는 일이 일단 목표예요. 혹시나 마흔 넘어 요가 지도자 과정 혹은 굳어진 몸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를 드릴 수 있을까 해서 도전기를 차근차근 채워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친환경 사인물 허니콤보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signmi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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