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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go Aug 25. 2019

[튜너] 지금은 라디오 시대-주파수를 맞추어라

잡음 속에서 제 위치를 찾아내는 찌릿한 손맛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이었으니 디지털 시대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딸아이가 최근에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더라고요. 이유는 아날로그 이미지에 대한 매력과 기다림의 미학(필름 현상) 때문이라고 하네요. 메마른 디지털 시대에 우리 가슴을 적셔 줄 오아시스 같은 아날로그의 세계에는 라디오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오죽하면 제 버킷 리스트 30번째가 깨끗한 음질의 FM 수신이었을까요? 한번 관심을 갖기는 쉬운데 빠져나오기가 어려운 깨끗한 라디오 소리에 대한 집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필름 사진에 적응하지 못해 디지털 사진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음악만큼은 오래된 아날로그 튜너를 통해 많은 위안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보통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차 한잔 하면서 아름다운 FM 선율과 함께 하는 삶이 즐겁습니다. 특히 하루 종일 바깥공기가 탁하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소중함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오래된(40살 이상 된) 튜너가 가슴을 은 곳까지 울려주는데 반해 전원 버튼을 누를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서게 됩니다. 주파수가 잘 힐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CD 음질이고 또 어느 날은 AM 방송 같이 노이즈가 잔뜩 낀 출발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흐린 날이나 미세 먼지가 많은 날은 수신 감도가 떨어지게 되지요. 하지만 노브를 돌려가며 지지직거리는 잡음을 건너 다니며 주파수를 찾는 '아날로그'활동은 바로 제가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입니다. 주파가 맞았을 때의 기쁨은 '0'과 '1'만 존재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한 손맛을 전해줍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좋은 중고 튜너가 나와서 구입하러 갔는데 불행하게도 그곳은 관악산 근처였습니다. 사실 어느 튜너라도 관악산 근처에서는 FM 신호가 기가 막히게 잡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아래 보시는 바와 같이 FM 송신소 위치가 관악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것을 집에 들고 와서 별짓을 해보아도 맑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오버홀 비용이 15만 원이나 들었었습니다.



베란다에 오만 원짜리 잠자리형 전용 안테나를 설치한 후 안정적으로 주파수가 확보되었습니다. 동네 주변에 오래된 아파트의 재개발 사업으로 고층 빌딩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걱정을 되지만 아직은 짱짱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안테나 모양도 낯설지 않습니다.  흑백 TV 시절에 지붕 위에 올라가서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화상이 겹치지 않는 선명한 화면을 찾던 기억 속의 그 안테나 모양 그대로입니다.
















Classic FM을 타고 아침마다 '출발 FM과 함께'에서부터 '김미숙의 가정음악'이 이 세상 모든 클래식 음악을 골고루 전달을 해주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오래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은 '아날로그'음질의 세계는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삶의 활력소입니다.




기계적인 특성은 잘 모르지만 최근에 튜너 모델을 변경한 후 소리의 성향이나 스테이지 크기에 변화가 감지되어 약간의 느낌을 적어 본 적이 있습니다.


Marantz St-8을 5년 정도 사용하고 미세하게 스테레오 값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간단한 수리를 맡기려다 아큐 페이즈 T-101을 한번 들어보고는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마란츠가 화사하고 결이 고운 소리, 밝은 미소의 여성이라면 Accuphase T-101은 밀도감 있고 음장 감잎 넓으면서 선 굵은 건장한 남성입니다. 저음과 중음이 깊고 풍부하게 들려오고 소리가 더 단단하게 다가옵니다.


다행히 모든 국내 방송 주파수를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93.1은 시그널이 5점 만점에 4.9 정도 잡혀서 정말 CD 음질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외모가 마란츠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든든한 베테랑 집사 같은 느낌의 디자인 또한 나쁘지는 않습니다. (단, 날씨가 쾌청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개의 경우 중고 물품 직거래를 통해 오디오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튜너만큼은 신뢰할 수 있는 숍에서 검증된 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판매자 집에서는 시그널이 최대로 잡히는데 집에 가지고 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번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새 기계: Accuphase T-101 (1974~1981년 시판됨)

Specifications:

Type: Mono/Stereo Tuner

Tuning Bands: FM

Tuning Scale: Analogue

FM Tuning Range: 88 to 108 MHz

Sensitivity: 20uV (FM)

Signal to Noise Ratio: 70dB (FM)

Distortion: 0.5% (FM)

Frequency response: 20Hz to 15kHz (FM)

Output: 2000mV (FM)

Semiconductors: 2 x FET, 7 x IC, 25 x transistors, 24 x diodes

Dimensions: 455 x 152 x 355mm

Weight: 11.1kg



이전 기계: Marantz St-8 (1980~1982년 시판됨)

Specifications:

Type: Mono/Stereo Tuner

Tuning Bands: FM, MW

Tuning Scale: Analogue

FM Tuning Range: 76 to 90 MHz

MW Tuning Range: 535 to 1605 kHz

Sensitivity: 1.6uV (FM), 10uV (MW)

Signal to Noise Ratio: 80dB (FM), 55dB (MW)

Distortion: 0.08% (FM)

Frequency response: 30Hz to 15kHz (FM)

Dimensions: 416 x 146 x 302mm

Weight: 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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