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Oct 09. 2019

[사진] 천국보다 낮술

을지로의 망중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과 성의를 다해 몸이 약한 그를 도와주는 아우가 있다. 몽고에서 돈을 벌러 온 세 아이의 아빠이다. 예전의 영화로운 시절의 활기는 온데간데없지만 그에게는 대를 이어 온 을지로의 공장을 지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이 점점 힘에 부치는데 살갑게 구는 동생이 큰 힘이된다. 점점 줄어만 가던 주문량이 어제는 쉴 새 없이 밀려들어 일을 다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도 출근해서 땀 흘리며 일을 해야 했다.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휴일근무이던가. 큰 돈은 못벌어도 일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고객에게 주문 수량을 맞추어 보낸 후 화롯가에 노가리를 올려놓고 소주 한 병을 깟다. 한 병이 두병이 되고 낮술은 천국보다 좋다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모처럼의 소박한 파티가 이어졌다. 아우님이 자꾸 실없는 소리를 해서 웃겨 죽겠다. 


"행님, 내가 살던 고향 얘기 더 해줄까? 내가 쫓아다니던 아가씨, 체첵 말이지, 그날 밤에 말이야..."

"아따 고만해~ 벌써 배꼽이 밖에 나왔어~" 


아모르 파티~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 나만 바라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