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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go Oct 27. 2019

거리에 가로등 불이...

[여행사진]

San Francisco, Twin Peaks, 2017


어느 시월 멋진 날 트윈픽스에 올라서서 낯선 도시를 내려다본다. 멀리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리지가 환하게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거리에는 어둠이 하나 내리면 가로등이 하나씩 켜진다. 직장 생활 중 백미는 '행사 전 망중한'이다. 어딘가 출장이나 답사를 가서 본 게임을 기다리며 잠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었던 듯 하다. 


지구 방랑자의 모습으로 사람들이 빚어낸 도시의 색을 바라본다. 나 보다 한발 먼저 온 다른 방랑자가 있었구나. 그와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웃음을 주고받는다. 따듯한 태양빛을 머금었던 대지가 식어가고 찬 기운을 내뿜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새들이 석양빛에 궤적을 만들어 낸다. 살랑이는 서늘한 바람이 방랑자의 하루의 추억을 흔들고, 그는 그것들을 지키려는 듯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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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가로등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넘어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와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리고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눌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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