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Oct 01. 2020

튜너교체보다  안테나가 우선

과학적 접근방법의 승리


튜너 멀티패스 회로단 fm 반송파 안정구동력 높이려면 가능한 방송국 송신소를 출발한 전파  입사각도를 순방향으로 컷팅되는것이 가장 좋으나 철구조물이 많이 사용된 현대 아파트 밀집지역은 순방향전파 보다 다른 건물에 부딧친 반사파나 회절파가 존재하여 튜너 초단에 일정한 전압을 걸어주지 못하고 수시로 흔들리는데 그때마다 스테레오 신호가 깜박거리고 음색도 갈라진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재건축 아파트들이 앞 다투어 들어서고 있어 라디오 수신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마치 모든 신제품 골프 드라이버가 공을 20미터 더 날려보낸다고 허풍스런 광고를 하듯이, 초고가 전설의 튜너 명기들은 아무리 어려운 수신환경 속에서도 귀신같이 신호를 잡아줄 것 같이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튜너에 천만원을 투자하더라도 안테나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오래된 튜너에서 흘러나오는 FM사운드는 나뿐만 아니라 와이프에게도 커다란 힘이 되어왔다. 하지만 명경같이 맑고 투명한 음질은 오래 가질 않고 지직 거리는 불완전한 전파와 깊은 시름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수신감도가 일정치 않다는 것이다. 나이 먹은 노인의 무릅팍 처럼 흐린 날은 잡음이 잔뜩 낀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미세먼지라도 많으면 마치 사람처럼 목이 꽉 막힌 답답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한 여름 긴 장마철을 지나면 잘 나오던 방송국 주파수가 틀어져 있기도 하다.


올 해 초부터 튜너가 감기에 걸린 듯 했다. 음악 소리에 탁한 잡음이 실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기계를 들고 오디오샾을 찾아가 건강검진과 약간의 치료를 하고 왔는데 일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샾에서는 멀쩡하게 나오던 소리가 집에 오면 잡음이 생기고 고음이 갈라지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다시 수백만 원짜리 튜너를 사기에는 재정적 부담도 있고 난청 지대인 우리 동네에서 93.1을 잡아낼 보장도 없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만 겨우 주파수를 맞춰 듣던지 전파가 좋은 불교나 천주교 방송 쪽으로 확 돌려서 가요 프로그램을 듣던지 하는 게 가능한 옵션이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 Fisher의 FM-1000이라는 진공관 튜너가 눈에 띄었다. 60년대 초반 생산품인데 무려 30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고 먼지가 잔뜩 낀 부품 상태를 보면 거금을 들이고도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일본 사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일본 경매 사이트에서 아큐페이스 T-109를 구입할까 하고 관련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보았지만 그 섬세한 기계가 택배로 마구 던져지다 망가지면 나만 억울한 꼴을 당할까 생각을 접었다. (아직 미련이 있기는 함)

Fisher FM-1000 (이 전설의 명기가 며칠 반짝 매물에 나왔다가 금방 사라졌다)


오디오 마니아들의 참새방앗간이나 다름없는 소리전자 사이트에서 우연히 안테나 공사를 해주는 분의 정보를 알게 되어 추석 전날 전화를 했다. 다급한 마음에 추석날 오전에 공사해줄 수 있냐고 물었고 그는 흔쾌히 그러겠노라 답변했다.


오전 10시에 해결사가 왔다. 안테나, 그가 사용할 표준 튜너, 그리고 뭐가 뭔지 잔뜩 짐을 들고 들어왔다. 가장 먼저 테스트한 것은 현재 달려있는 안테나의 수신 상태 확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마이너스 20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 그리고 멀티패스라는 교란 신호도 상당히 나타났다.




베란다 밖에 태극기 다는 곳 옆에 신형 안테나를 달고 수신율을 테스트했다. 기존보다 많이 좋기는 하지만 멀티패스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93.1은 95% 수준으로 들을 수 있지만 93.9는 듣기 힘든 상황이 계속 나타난다.

좌측 사진  : 기존 안테나의 신호강도 마이너스 20.2 / 중앙사진 : 처은ㅁ 시도한 안테나 위치 / 우측 사진 : 신호강도 체크 중



이럴 경우 아파트의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하고 케이블을 내리는 대공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베란다의 다른 장소를 물색해보던지 해야 한다. 다행히 베란다의 오른쪽 끝에 있는 쓰지 않는 스카이라이프 접시 안테나 옆에 설치했을 때 멀티패스가 작아지고 93.9도 어느 정도 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출장 오신 사장님이 안테나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나에게 묻는다.

"지금 튜너에 멀티 패스 얼마로 나오나요?" "1~2 왔다 갔다 해요"

"그러면 지금은요?" "1 밑으로 떨어졌어요"

"지금은요?"    " 아~ 지금은 거의 0에 접근했어요"

"그러면 이방향으로 고정할게요"   "네, 그러시죠"


어렵게 안테나의 방향을 잡고 고정시켰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듣고 있는 93.1 사운드는 그야말로 CD 음질이다. 수백만 원 기계도 수신환경이 좋지 않으면 듣기 힘들고, 값이 싼 튜너도 안테나가 잘 세팅되어 있으면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


두 시간 훌쩍 넘겨서 나와 함께 씨름을 하신 안테나 설비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더 좋은 튜너에 대한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세팅되었다. 튜너병 걸리면 지구 끝까지 완벽한 튜너를 찾아다닌다고 하던데 참으로 다행이다. 사람이나 기계나 모두 환경을 일단 잘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좌측 : 두번째 안테나 위치, 중앙 : 신호강도 체크 중, 우측: 신호강도가 마이너스 5.5로 흡족하지는 않지만 많이 높아짐




[상단 좌측의 멀티패스는 제로에 가깝고, 하단의 시그널은 최고에 가깝게 완벽한 수신을 나타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술 덜 깬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