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Sep 25. 2020

술 덜 깬 아침

 달달한 코케 허니

FM을 켠 후 코케허니를 조심스레 개봉하고 네 스푼을 갈아 커피를 내렸다. 토요일 아침 9시가 다되었는데 적막감이 느껴졌다. 딸아이와 와이프는 아직 꿈나라다. 원두의 이름만큼 달콤한 꿀맛을 연상하면서 스위트하고 쌉쌀한 복합미를 황홀하게 즐겼다.  커피 향이 어제 마신 술로 황폐해진 온몸을 정화시키는 듯했다. 입안에 남아있는 잔향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양치를 해야 하나 커피 잔향을 더 즐겨야 하나 별거 아닌 고민을 잠시 하였다.


어잿밤 모처럼 갖게 된 함께 일하는 분들과의 저녁식사에 술을 함께 마셨다. 사실은 술을 마시기 위해 음식을 주문한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꽃이 피어났지만 밀폐된 식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서둘러 1차를 마치고 찾아 간 2차는 다행히 노변에 자리가 마련된 생맥주집이었다.  지금 진행 중인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가지 감회와 정보를 나누었다.   


 실로 수개월만에 가진 사회적 활동의 결과물은 대리운전비 만 오천 원 지출과 술이 덜 깬 흐리멍덩한 아침이었다. 커피가 일시적으로 내 정신을 또렷하게 하듯이 내 인생에 잠시나마 에너지를 불어넣는 이 프로젝트는 과연 잘 끝이 날지 궁금해진다.


입안에 잔향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양치를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