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이슬 Nov 03. 2022

최악의 작가님 TOP 2 - 2편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저번 편에 이어 오늘은 베스트 빌런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기대하실까봐 미리 고백하는데, 저번 편보다는 임팩트가 약합니다....




2. 전남친 빌런


이번엔 합정에서 근무할 때 일어난 이야기.

연세가 지긋하신, 모 대학 교수님의 에세이를 편집하던 때의 일이다.


출간 전 미팅이나, 이후 몇 차례 소소한 미팅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빌런 쪽보다는 아주 젠틀한 킹스맨 쪽에 가까운 분이셨다.

문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저 손에 있는 게 문제였다...


책을 편집할 때는 필연적으로 작가님께 자주 전화나 메일을 드릴 수밖에 없다.

초교, 재교, 삼교 때나 표지나 내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표제나 부제 등을 정할 때에도

100%는 아니더라도 작가님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러 광고들이나, 거기 들어갈 카피, 추천사 청탁, (특히 교수님이라면) 리뷰나 기사를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기자 릴리스 등등.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튼 첫 사건은 초교를 보내드렸을 때 일어났다.

받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초고는 오탈자나 비문이 많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초교 때는 필연적으로 원고에 빨간줄이 많다.


아무튼, 교정지를 보내드리고 퇴근 후에 좀 쉬고 있었는데 22시쯤이었나. 갑자기 작가님께 전화가 왔다.

급한 일인가 싶어서 일단 받았더니만...

첫 문장부터 의미심장하셨다.



"OO 선생, 내가 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한잔했습니다.
아니 그래, 내 글이 그렇게 졸문이었습디까?"

아마 원고에서 큰 수정이 없으리라 생각하셨던 건지, 생각보다 수정 부호가 많아 당황하셨던 것 같다.

아무튼, 초교라 수정이 좀 많았고... 아뇨 졸문이라뇨 그럴리가요... 어르고 달래 겨우 전화를 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날 하루의 해프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


이후로도 표제안, 디자인 시안, 재교, 삼교를 보내드릴 때마다,

어김없이 밤과 새벽이면 전화벨이 울렸다...^^


패턴도 매번 같았다. 하소연, 아니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단 하나라도 있을 때마다.

'디자인이 이게 뭐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속이 상해 한잔했다.', '초교라 빨간줄이 많다더니 재교는 왜 또 수정이 많냐 속이 상해 한잔했다.', '광고가 너무 조금 들어가는 것 아니냐. 속이 상해 한잔했다...'

등등등... 등등등!!!!!! (그놈의 속이 상해 한잔했다는 진짜...)


9시, 10시, 11시는 기본이고 간혹 새벽 2시, 3시에 부재중이 찍혀 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마 해장을 한 이후일 터인 오전이면 전화가 아닌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아마 본인도 매번 사과 전화하기가 민망했을 것...)


'어제는 속상한 마음에 과음을 하여, 또 하소연을 한 것 같습니다. OO 선생님께 너무 송구하고 앞으론 이런 일이 없을...'


GOD가 부릅니다, 거짓말!


몇 달간의 작업 기간 동안, 작가님이 술 취한 다음 날 보낸 사과 문자만 50통은 됐던 걸로 기억한다.

(전남친도 이거보단 덜 집착할듯...)


진짜 때려치울까 골백번 고민한 끝에, 어찌어찌 시간은 가고 책은 나오더라...

그 작가님 때문은 아니지만, 책이 무사히 나오고 곧 이직을 했고 작가님 번호는 칼차단을 했다. :)

이후로 편집장님이 좀 고통받으셨던 것 같은데,

전화를 받다 받다 화가 난 편집장님이 결국 제대로 화를 한번 내셨다는 후기를 전해들었다...

써놓고 보니 역시 1편보다는 임팩트가...




원래 계획했던 TOP 3 작가님 중 남은 한분도,

서울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인데요.

어쩌다 보니 인생 작가님들을 전부 서울에서 만났네요...

파주의 좋은 점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서울에 있을 때보다는

확실히 미팅이나 식사, 술자리가 확 줄었다는 것...☆


아무튼. 두 분 다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였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음주는 글쓰기와 건강에 도움이 되니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책도 과하면 독이듯 술도 적당히만 먹읍시다!

북이슬 만세!

매거진의 이전글 최악의 작가님 TOP 2 -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