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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Jan 19. 2023

파주에서 살아남기 vs 서울

출판직장인의 파주 적응기


파주는 서울보다 면적이 크고, 번화가와 번화가 사이의 간격도 훨씬 넓습니다.

이 글 속의 파주는 출판단지 인근과 운정, 금촌, 야당 등 제가 경험해 본 한정된 지역의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해가 바뀌어, 파주살이 5년 차가 되었다.

서울은 대중교통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서 웬만한 지역은 대부분 경험해 보았지만

파주는 워낙 땅도 넓고, 마을과 마을 사이도 멀고, 대중교통도 개판 오 분 전이라 사실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운정과 출단, 야당 인근은 꽤 돌아다녀 봤으니 그동안 느낀 개인적인 장단을 정리해 볼까 한다.




파주의 장점


1. 고즈넉하다

파주로 이사 와 첫 산책 때 느낀 점은, 생각보다 호젓하고 길 이름들이 예쁘다는 점이었다.

무슨 테헤란로, 남부순환로 이런 표지판들만 보다가 책향기길, 책향기숲로, 숲속노을로 같은 지명들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책의 도시로 왔다는 실감이 확 났던 기억이 있다.

곳곳에 산책로와 화단, 야트막한 뒷산들과 꽃길들이 있어서 산책 다니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시끄러운 도시 소음이나 네온사인 등이 서울보다 훨씬 덜해서 동네들도 굉장히 조용한 편이다.

단, 야당역 인근은 그야말로 핫플이라 여기가 파주인지 강남인지 홍대인지 헷갈릴 수 있다.


2. 운전과 주차가 편하다

출판단지, 운정, 심학산, 금촌에 있는 웬만한 식당&카페 등등은 서울보다 주차장이 훨씬 넓거나 한적한 갓길이 많아서 어딜 가든 대체로 주차 문제로 걱정할 일이 없다. 도로들도 널찍널찍한 편이고 출퇴근 시간만 빼면 교통량도 적어서 운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저녁 시간엔 자유로가 뻥 뚫려 있어서, 퇴근 후 임진각까지 휙 드라이브 다녀오기도 좋다.

특히 출판단지 인근은 주말엔 텅 비는 편이라 초보운전자가 연수받기에도 나쁘지 않다.

단, 소위 SNS 핫플로 알려진 곳들은 주말에 방문하면 지옥을 방불케 한다. 주말에 파주를 방문 예정이라면 인터넷에 도배되어 있는 핫플보다는 숨겨진 맛집과 카페들을 찾아보길 추천.


3. 숨겨진 맛집과 카페, 빵집과 서점들이 많다

서울도 물론 그렇지만, 파주는 특히 어? 이런 골목에? 싶은 곳에 숨겨진 맛집이나 카페, 동네 책방들이 포진되어 있어 골목길을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키는 대로 걸어 다니다 들어간 작은 국숫집에 허영만 선생님의 사인이 떡하니 붙어있어 놀란 적이 있는데, 국수 맛을 보곤 더 놀랐었다. 허영만 선생님이 얼마나 바지런히 파주를 돌아다니셨는지, 파주 방방곡곡에서 선생님의 사인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카페들도 저마다 특색이 있어 커피가 유별나게 맛있는 곳, 고양이나 강아지가 천연덕스럽게 카페 안을 활보하는 곳, 아마존 밀림같이 꾸며둔 곳, 빵맛이 기가 막힌 곳, 인스타 스타가 될 수 있는 핫플 등 다양하다.

생각보다 음식 종류도 다양해서, 이젠 가끔 지인이 놀러 오면 아침 점심 저녁 풀코스로 맛집을 쭉 나열해 추천해 줄 수 있을 정도다.


4. 술값이 절약된다

파주는 자차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어려운 구조다. 버스는 배차 간격도 넓은데 촘촘하지도 않고 게다가 빨리 끊기지, 지하철역도 몇 곳 없지, 심지어 택시도 더럽게 안 잡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카카오택시가 출시된 이후로 택시가 이렇게 안 잡히는 동네는 생전 처음이다. 이 이야기는 뒤에 단점에서. 아무튼, 결국 자차로 이동해야 되는데 술을 마시려면 무조건 대리를 불러야 하므로 술약속 자체를 거의 잡지 않게 되거나 마시더라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덜 마시게 된다.

서울이었다면 택시든 지하철이든 버스든,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해도 언제든 귀가할 수 있었으므로 당연히 술값이 엄청 깨졌었다.

하지만 파주에 살면 술약속 자체도 줄어들고, 술값도 아껴진다. 물론 이건, 내가 파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5. 주거비, 생활비가 적게 든다(※원룸 및 빌라, 청년 한정)

이 부분은 청년층과 자취생에 한정된 이야기다. 운정신도시 등의 신축 아파트들은 서울만큼이나 비싸다!

우선 산업단지나 출판단지 등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은 지원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주거비 대출이나 월세 지원, 복지포인트 지급, 교통비 지급 등. +파주페이까지. 여러모로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지원 정책들이 많다.

배달이나 외식보다는 대부분 장 봐서 집밥을 해먹는 편인데, 특별히 서울보다 물가가 비싸다고 느낀 적도 없다. 다행히 수도권으로 분류되어서 이마트, 컬리 등의 새벽배송도 이용 가능하다.

게다가 아직 곳곳에 5일장이 남아있어 장날 구경하는 재미들도 쏠쏠하다. :)

만약 자취를 할 예정이라면, 서울에선 저층 원룸도 간당간당한 보증금과 월세 정도로 고층 1.5룸 이상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나보다 훨씬 많은 보증금과 월세를 내면서 방은 터무니없이 작아 기함한 적이 많다.


6. 생각보다 서울과 가깝다

출간미팅이 있을 때, 작가님이 파주로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대부분 미팅을 합정으로 잡는다. 2200번을 타든 자차로 가든, 별일 없다면 30분 이내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 대학로 쪽은 1시간도 훨씬 더 잡아야 하지만 강서와 양천, 마포 정도는 자차로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은 제외.

만약 합정에서 술을 마시고 파주까지 택시를 탔다면, 교통량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2~3만 원대면 운정까지 올 수 있다. 개인 최저기록은 2.8만 원, 할증 붙은 심야 최고 기록은 4.5만 원이었다. 보통은 3만 원 내외다.




파주의 단점


1. 문화생활이 어렵다

개인적으로 교통편과 더불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콘서트나 뮤지컬, 전시회나 박람회 등을 지역 내에서 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사실 큰 대도시 몇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에 해당되는 단점일 터다. 다행히 서울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아니라서 그럭저럭 지내지만, 확실히 서울에 살 때에 비하면 문화생활 접근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단, 영화관은 예외다. 특히 파주출판단지 인근 영화관은 평일 낮/저녁에 가면 대관한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소위 '관크'를 당할 확률이 거의 없다.

+파주엔 동네 서점들이 많은데, 서점이나 카페에서 진행하는 동네 강좌들이 굉장히 다양하다. 문화생활에 목마르다면 동네 소식지를 유심히 보면 좋다.


2. 교통편이 거지 같다

지하철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고, 버스 또한 배차간격이 30~60분에 이른다. 게다가 다니는 노선들도 한정되어 있고 막차도 서울에 비해 훨씬 빨리 끊긴다. 여기에 가장 울화통 터지는 건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점이다. 10-20분 정도 걸리는 단거리 택시는 잡을 확률이 0에 수렴한다. 운정역이나 야당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를 갈 때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파주는 '파주콜택시'라는 웃기지도 않은 앱을 써서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카카오택시나 티맵 택시로 콜을 잡다 걸리면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말도 안 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5년간 파주출판단지에서 운정으로 가는 택시를 과장 조금 보태 100번도 넘게 호출해 봤지만,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다.^^


3. *세권은 포기해야 한다

역세권, 스세권, 맥세권 등 파주에선 누리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특히 파주엔 맥도날드 매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처음 들었을 땐 서울 촌놈이라고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근데 진짜 없다. 서브웨이도 없었다는데 다행히 몇 곳 생긴 듯하지만 멀어서 못 가봤다.(다행히 수제버거집은 굉장히 많다...!)

아무튼. 서울엔 어느 역에 내리든 스타벅스가 널려있고 각종 프랜차이즈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파주에선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물론 야당 등 일부 번화가들은 서울과 비슷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운정만 해도 서울처럼 슬리퍼 하나 신고 쇼핑, 스벅, 맥날을 이용하긴 쉽지 않다.

단, 프랜차이즈보단 개인 카페와 음식점 혹은 가까운 공원과 서점, 도서관이 더 좋다면 살기엔 나쁘지 않다.



즉, 안개빛 조명과 화려한 네온사인을 좋아하고 프랜차이즈를 사랑한다면 파주 생활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반대로 좀 더 여유로운 생활과 동네 카페, 서점을 사랑한다면 파주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 핫플과 줄 서서 먹는 식당은 서울보다 좀 적지만, 그에 못지않은 맛집들도 생각보다 많다. :)

1차 정리 끝!




저번 주 금요일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니, 주말 간 거의 죽다 살아난 북이슬입니다...

목요일에 술을 왕창 마셨던 터라 술병인 줄 알았는데 감기 몸살이더라고요.

다행히 코로나는 음성이었는데, 이번 감기는 꽤 독하고 오래가네요.

월화까지도 아무것도 못하다, 오늘 아침은 좀 나은 듯해서 일단 출근을 해볼까 합니다... 후후.


다들 아프지 마시고, 무적권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즐거운 설 연휴 되셔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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