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의 기사들을 자주 살피는 편이다.
출판계 이슈나 신간, 베스트셀러 정보 등을 얻을 수 있고, 해당 소식에 대한 독자분들의 생각을 댓글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카피캣 출판사에 대한 기사가 보여 드디어 그곳인가... 싶은 마음에 클릭해 봤는데, 역시 그곳이었다.
사실 존재 자체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출판계 톡방에 몇 번 언급이 되기도 했고, 실제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보기도 했고,
해당되는 몇몇 도서나 출판사가 언급된 SNS 글들을 본 적도 있어서다.
가만 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건 단순히 참고 정도만 한 게 아니라, 책 한 권 표제만 카피한 게 아니라,
디자인이나 컨셉 등 다른 요소들도 티 나게, 여러 권에 걸쳐서 가져왔다는 데 있다.
지금 다시 살펴보니, 누가 봐도 카피인 책들은 홈페이지에서 다 내렸더라.
기사를 읽으셨나.
편집자들은 표제, 부제는 물론이고 앞뒤 표지의 리드문, 띠지 문구 카피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서점에 보낼 보도자료, SNS에 올릴 카드뉴스 카피 한 줄 한 줄도 마찬가지다.
표제 카피, 부제 카피 한 줄을 몇 날 며칠씩 붙잡고 있을 때도 많다.
'오, 이거 내가 생각했지만 대박인데?' 싶은 카피 한 줄을 뽑은 날,
혹시 몰라 검색해 보면 십중팔구 비슷한 표제나 카피가 이미 있다.
그럼 문장 전체를 지워버린다. 다시 0에서부터 시작이다.
그게 다른 출판사와 업계 종사자에 대한, 작가님과 독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피 한 줄을 몇 날 며칠 고민하는 출판사와 카피캣 출판사.
어제부터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3자인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담당 편집자나 디자이너, 출판사, 작가들의 심정은 어떨지 헤아려 보니 오늘은 도저히 다른 글을 써낼 수가 없었다.
사실 엄청나게 길게 썼다가, 보기 좋지 않은 내용들은 전부 지워버렸다.
아무리 줄이고 줄이고 지워도 좋은 문장이 안 써져서,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
맘 같아서는 카피 하나하나, 디자인, 표제 등 모든 요소들을 조목조목 따져 올리고 싶었지만,
카피캣 도서들에 달린 독자들의 신랄한 댓글을 보면서 화를 삭여본다. :)
이제 기사로도 나왔으니, 9시 뉴스에서도 해당 소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은 금주고 나발이고 소고기 사다가 소주 마셔야지.
(판사님, 저는 어느 출판사의 어느 책들인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