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보거나 일이 고된 날이 지속되어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엄마는 뭇국을 해주시곤 하셨다.
나박나박하게 썬 무와 다진 마늘, 도톰한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뭇국. 끓고 있는 뭇국을 바라보면 그것이 엄마의 사랑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뭇국을 만들기 위해무의 핏줄이 보일 때까지 한소끔 끓여냈다.뜨거움이 무에 침투하여 본연의 단단함이 물러지고 희미해질 때, 무는 자신이 잡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물 속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부터 무와 국물이 하나가 되어국물만 떠먹어도 무의 시원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지친 자식의 속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뭇국을 끓이느라 뜨거움 앞에 서서 무가 익을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는 엄마. 과거의 우려와 걱정이 눌어붙은 연기는 환기팬 속으로 빨려 들고, 엄마의 사랑이 뭇국에 우러나고 스며들었다.
담백하고 시원한 엄마의 뭇국에 밥을 말아 잘 익은 깍두기와 곁들여 먹으면말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