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둥글려진 몸은 꿈틀거리고, 말갛고 매끄러운 껍질은 햇빛에 빛난다.
오와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놓여있는 그의 단정한 모습의 이면에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이 숨어있는데 그 모습은 껌껌한 입안에서 혼자 있을 때 드러난다.
하얀 치아가 하얀 그의 껍질을 깨면 몸 안에 숨겨왔던 달콤하고 말랑한 실체가 나와서 입안을 이리저리 만지며 돌아다닌다. 28개의 단단한 치아를 말랑한 자신의 몸 위에 그려보고, 몸을 부풀려 풍선이 되어 바깥세상도 구경하고, 공기를 터트리며 딱딱 노래도 부른다.
그렇게 천진하게 놀다가 달콤함이 쪽 빠져서 힘없는 몸 덩이만 남을 때, ‘퉤’하는 소리와 함께 입 밖으로 버려진다. 씹다가 버려진 그의 행색은 초라하다. 그는 살기 위해 몸이 닿는 어디든 붙는다. 흰 피부가 검게 변하고 유연했던 몸이 굳어간다. 그는 끝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날카로운 쇠칼로 떼어져 삶을 마무리하지만, 오롯이 자신을 드러내고 원 없이 즐겼으니 여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