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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Nov 09. 2019

우산



우산


비가 오는 날

우산은 악기가 된다


후드드드

타다다다

툭툭툭툭

톡톡톡톡


빗방울과 우산이 만나는

찰나의 순간에

빗방울은 소멸하고 음이 태어난다


그 죽음과 탄생이 수차례 반복되어

생성되는 물결의 진동이 

세상에 없던 음의 세계를 빚어낸다


머리 위를 360도로 둘러싼 우산이

내 몸으로 연장되어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입체적인 연주가 들려오면


우산을 잡고 있는 나는

악기를 지탱하는 무대이자

연주를 듣는 청중이 된다


하늘의 감정

시간과 공간

나의 움직임


그 안에서 흘러가는

장중하면서도 격렬한 선율이

때로는 감미롭고 부드러운 선율이

나를 채운다


정처 없이 쏟아지는 

비의 선율 속에 빠져서

햇살이 더디게 느리게

세상을 쓰다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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