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끝자락

by 참진



인연의 끝자락


언제나 두꺼울 것 같던 인연이

실 보다도 얇게 변해버릴 때

내 안의 너는 곤두박질친다


당신과 내가 함께한

기대로 가득했던 나날들이

실망 속으로 가라앉아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가고


지금 내 앞에는

내가 사랑했던 당신 대신

내가 미워하는 당신이 있다


실바람에도 위태롭게 출렁이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인연의 끈을 간신히 붙잡은

내 모습이 무색하게


현재의 당신이

과거의 당신을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무심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렁이는 긴 세월 위로

가물거리는 추억을 잡아보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도망치듯 달아나버리는데


너로 반짝였던

너로 설레었던

바다 위엔 빈껍데기만 떠다닌다


인연의 끝자락

아득할 것만 같던 그곳에 다다라서

문득 뒤돌아본 길이 너무나도 짧기에

멍하니 건너편을 바라보다


떠밀리듯 밀려온 이곳에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너를 끊어낸다


이전 18화의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