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판

by 참진



빨래판


한때였다


내 몸과 너의 몸이 처음 만나

어색할 공백도 없이

내 울퉁불퉁한 근육 위로

팔을 누르고

다리 사이를 비비고

엉덩이를 치면

내가 뜨거워지고

네가 뜨거워졌지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

너를 안으면

넌,

과거의 순간을 잊고

새로움을 맞을 준비를 했었지


지쳐 쓰러진 너를 한쪽에 눕혀놓고

다른 누군가를 맞아야 하는

불운한 운명을 외면할 길 없어

너를 바라보면

넌,

터진 실밥에 눈물이 맺혔지


떠나버린 네가 돌아오지 않아

메말라 버린 내 몸뚱이는

늙고 닳아

시커멓게 죽어가고

어쩌다

갈라진 마음 사이로 빛이 새어들면

구석에 기대어 너를 그리워하는

다신 오지 않을 한때

이전 19화인연의 끝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