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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ul 11. 2024

내 자존감 잘 지내고 있나

 ‘자기 존중감은 한 개인이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사적 판단이다.’라고 심리학자 나사니엘 브랜든은 말했다. 자존감은 자기 존중과 자기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구분해야 한다. 자존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처우하느냐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 품위를 지키는 마음이다. 이를테면 부당한 꾸중을 들어서 모욕감을 느낄 때, 우린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자존 강도는 개인이 가진 힘에 비례한다. 재력, 권력 등 가진 힘이 강할수록 그만큼 자존심이 높은 경향을 띤다. 자존심은 외적 평가에 매우 취약하다. 이에 반하여 자존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우하든 간에 상관없이 자기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존중과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남을 의식한 것이라면 자존감은 ‘나’를 중심에 두는 마음이다. (「자존감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선안남)

 

 우리는 자존감을 표현할 때 높다 낮다고 말한다. 자존감 감정은 시시각각 오르락내리락함에 따라 마음이 불편해졌다가 편안해지기도 한다. 때론 자신 기준에 흡족하지 못하면 자신을 심지어 미워하고 학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존감은 높낮이 기준보다는 기복 없는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안정성’이 곧 ‘심리적 건강’이며, ‘정신건강’의 가늠자이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존중 애이다. 

 자존감은 정신건강의 핵심이다. 정신건강의 코어라면, 그 의미와 내 삶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들여 다본다. 돌이켜보니 자존감에 대해 배운 적도 공부한 적도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저 방치했다. 기껏해야 TV 어느 프로그램에서 유명 강사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뿐이다. 게다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 전유물인 듯 말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얕은 인식만 있을 뿐이다. 문득 인간 감정학과 심리학이 중고등 교과과정에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매만진다.

 

남의 시선

 우리는 타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로는 눈치껏 행동하고, 상대방 기분도 살핀다. 이런 건 자존감과 관련성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 연관성은 매우 얕다. 오히려 개인 성품과 매너에 가깝다. 남이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라고 신경을 쓰는 것은 건강한 태도다. 그런데 남의 시선 때문에 내 생각과 행동의 본질이 오락가락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마치 개인의 삶이 곡예사 줄타기처럼 위태로워진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하루 생활 자체가 고통이다. 쇼펜하우어는 ‘남이 자기를 판단해주는 기준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결국 이웃의 노예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자존감을 깔아뭉개는 유혹이 사방에 깔렸다. SNS 발달로 실시간 타자와 비교한다. 삐까뻔쩍한 명품 옷과 가방, 럭셔리한 자동차와 시계. 우리가 소유한 겉모습을 실시간 생중계한다. 허영을 받아먹은 사람은 빵빵하게 자존감이 올라간다. 부럽기도 하다. 인간은 모든 물건에 익숙해지면 지겨워지고 싫증 내기 마련이다. 외양의 화려함은 일시적 우쭐함에 지나치지 않는다. 곧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자존감은 내적인 것이다. 외부의 평가나 자극에 영향을 받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 이런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다. 나를 보호하지 장치이다. 자기방어 체계가 자존감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만일 우리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면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단다. 현재의 물질과 정신 가치의 10분의 1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해진다. 대부분 불행은 남을 의식하는 데서 온다. 만일 인간이 남의 눈을 의식하는 고질병에서 벗어난다면, 개인의 안정과 평화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다. 매사에 자유롭다. 수도자들은 은둔 생활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이는 남의 눈치를 안 보고 타인 본위 속세 생활에서 자기 본위 생활을 하는 까닭이다.

 

내 자존감 만나기

 먼저 자기 존중감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실상 현대인들은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냥 막연하게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인지할 뿐이다. 자존감 정체성은 무엇인지? 나의 자존감은 어떤 인자로 구성되었는지? 나의 자존감에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지? 사는 게 바쁜 우리는 자존감 낱말 앞에서 그저 길잃은 방랑자일 뿐이다. 

 

 우선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성격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야비한 태도를 지닌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지. 사회윤리 규범을 지키는지 편인지, 어떤 문제로 기분이 울적한지. 오늘은 왜 기운이 없는지. 가능하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상황을 되뇌어 보자. 그러면 마음 한구석에 하나둘 생각의 파편들이 부딪쳐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흘려보내야 할 것은 흘려보내고, 잡을 수 있는 생각만 간추려 정리해보자.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이 걸 리도 좋으니 지속 해보자. 그러다가 문득 안갯속에서 나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이면, 그게 나의 자존감 첫 만남이다.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 세우기

 어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멋지고 훌륭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한다. 어떤 사람은 힘들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신뢰한다. 남의 시선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내면 심리를 파헤쳐보면 인정 심리 욕구에서 발현된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꼭 필요한가. 그냥 나로 존재하면 안 되는가? 좋은 음식을 먹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맛있게 먹다 보니 건강해지는 것처럼, 자신 일을 집중하면 인정 욕구는 저절로 따라오는 법이다. 

 

 나는 일의 성취욕구 강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라 치자. 일하다 보니 ‘까탈스럽다’라는 비난을 동료 선후배로부터 받는다. 나는 일을 잘하기 위해 꼼꼼하게 확인 했을 뿐인데, 이 비난을 받는 게 무척 억울하고 화가 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까탈스럽다는 ‘사실(fact)’이고 그 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생각(thinking)‘이다. 내 생각의 해석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온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경우이다. 그러하니 타인의 평가를 가볍게 넘기자. 타인이 무심코 뱉은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 나의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리고 ’사실(fact)‘은 쿨하게 인정하자. 그냥 나의 성격이고 기질적 특성이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게 바로 나다. 당당한 자존감은 사실(fact)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변화는 더디게 온다. 더군다나 우리는 변화 과정에서 수많은 유혹과 좌절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변화는 진보와 퇴행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나아졌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제자리인 듯하기도 하다. 우리 의욕은 꺾여, 때론 더 큰 좌절감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끝내 변화하여 퇴행을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를 위해 미미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고 아끼는 자존감 역시 조금씩 흔들리며 변화한다. 나의 자존감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변화시키지 못하며 존중해 주지도 않는다. 

 

사업가이자 연예인 홍진경이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사례이다. “제 동생이 저를 우습게 봐요. 많은 사람이 저를 우습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다른 분들한테 우습게 보이던 안 보이던 그걸 중요하게 생각 안 합니다. 사실 저 나름의 방식으로 자존감을 좀 갖는 편 이거든요. 뭐냐면, 남한테 보여지는 자동차라던가, 옷이라던가, 구두라던가, 액세서리 이런 것보다도 제가 늘 베고 잠자는 배게 그 면, 내가 맨날 입을 대고 먹는 컵의 디자인, 매일매일 지내는 내 집 정리 정돈, 여기서부터 자존감이 사실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정돈되고 그런 것으로 이렇게 채워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쌓여서 내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 나한테 맡겨지는 일, 모든 거를 정말 예쁘고 퀄리티 있게 잘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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