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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un 09. 2024

공허함은 몰래 찾아오는 밤손님일까?

 공허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 감정은 매우 고약하여 개인의 정체성을 사정없이 뭉개버리고 삶의 의미를 앗아간다. 이게 뭐지? 모든 게 허망하고, 공허하다. 부지런히 일하여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명예를 얻고, 학문적 업적을 쌓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따위가 갑자기 무의미하다. 마음이 텅 빈 허무함 그 자체다. 이 감정은 혼자 떨어진 ‘나’가 사람을 그리워하는 외로움과 다르다. 공허함은 삶 전부를 무기력하게 하고 생기를 잃어버리게 한다.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의미를 모르는 감정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 정신세계에는 두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의식영역’과 ‘무의식영역’이다. 의식영역이 이른바 ‘자아’이다. 우리는 흔히 내 내면을 들여다보아라, 나를 먼저 사랑하라고 일컫는 영역이 ‘자아’이다. 바로 나 자신이다. 에고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인 충돌들, 이를테면 성적인 충동, 유아적 충동 등을 지닌다. 이 충동은 인간 정신세계가 가진 본능이다. 내면 충동들은 바깥 사회로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이 본능을 조정하는 게 ‘자아’이다. 바깥세상과 개인의 내면세계를 소통하는 창구가 의식영역인 자아이다. 자아는 정신세계 컨트롤 타워이다. 자아는 사회윤리 규범에 잘 맞도록 나를 통제하고 조정한다. 그럴 뿐만 아니라 성적충동, 유아적 충동을 억압하여 무의식영역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이렇게 억압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나의 무의식영역에 존재한다. 무의식이란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충동 저장소이다. 프로이트는 의식영역과 무의식영역이 갈등을 일으킬 때 신경성의 일종인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고 한다. 반면에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을 구성하는 두 영역 의식영역과 무의식영역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때 의식이란 ‘내가 감각하고 느끼며 생각하여 아는 모든 것’이다. 

 

 어린아이는 인간 자체 본질이다. 그들은 아무런 결핍을 인지하지 않는다. 욕심도 없고, 공허하지도 않고, 순간순간 자신의 행동에 온전히 집중한다. 아이는 자라면서 4~5살이 되면 자의식이 생긴다. 점점 더 성장하면서 바깥 세계와 접촉하여, 자의식이 성장하고 각각 나름 정체성을 갖는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사회윤리 규범과 자신의 정신세계를 접속한다. 그렇게 인간은 저마다 고유의 자아를 만든다. 자아는 단일한 하나 실체가 아니라 복합적 요소로 구성된다. 현재의 나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 형성된 기억과 순간마다 지각하는 감각을 합하여 나라는 존재를 이룬다. ‘나’라는 자아는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경험의 복합체와 감정의 연합체로 이루어진다. (〈지혜의 빛 : 인문학의 숲〉. 유튜브)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로 사랑받고 존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아가 성장할 때, 이미 너무나 많은 사회적 관념을 학습한 상태이고, 그 사회적 관념 상태는 굉장히 추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권위주의 시스템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불공정에 쉽게 눈을 감아버린다. 반항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 입맛에 맞게, 특히 권력자 입맛에 맞게 어렸을 때부터 잘 맞추어졌다. 지금 있는 ‘나’를 그대로 사랑하면서 긍정하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며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니체는 오히려 우리의 추한 면을 극복해야 한다. 내가 현재 조건을 극복하려면 그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 니체는 나의 한계로부터 회피하지 않으려면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가 처한 조건을 순수하게 긍정해서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 안주하지도 회피하지도 않고, 나 자신이 행동으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니체는 낙타, 사자, 아이의 3단계 변화를 거쳐야 한다. 낙타 단계는 인간이 낙타처럼 나의 존재라는 짐을 짊어지고 고난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다음은 사자 단계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화를 내고 기존의 억압적인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은 아이 단계이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스스로 가치를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참신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교육을 받아서 그 참신한 관점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데로 살아간다. 니체는 어린아이 시절로 되돌아갈 때 인간은 본질 관점을 품을 수 있다고 한다.

 

 공허함을 극복하기 인간 심리연구는 지속됐다. 인간 심리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혜안을 찾는 건 어려운 과제이다.  하여, 보편타당한  공통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진정으로 타자를 사랑하기도 하고 사랑을 받자. 사회에서 각자가 지닌 꿈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에 몰입하라. 등산, 춤, 노래 등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탐하라. 자신 내면세계 보호망 울타리 걷어 내고  바깥 세계와 당당히 부딪치라. 그러면 공허하고 허무하고 부조리한 감정이 다가올 여지가 훨씬 줄어든다. 맞는 말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말 같아서 마음이 뒤틀린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삶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내적 가치관에 지나치게 얽매인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 어떤 사회도덕규범을 지키는지 등 정신세계 관념에 지배당한다. 이 관념은 바깥 사회에서 실현되는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사회에서 개인 욕망과 현실은 늘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이 간격은 차이를 만들고 그 간격 크기만큼 결핍이 생긴다. 내가 만들어 낸 허수아비 같은 고정 관념이 나를 억압하는 꼴이다. 다양한 경험과 켜켜이 쌓인 내 생각, 그 관념을 상수로 고정시키고 바깥세상에서 행동하는 노동을 변수 놓는다. 그러니까 내 관념인 생각은 바꾸지 않고, 오로지 그 생각 관념에 맞추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렇게 하면 사람 사는 게 너무 힘든다. 평생 그 결핍의 고통에 벗어날 수 없다. 내 관념을 고정 값 상수가 아닌 변수로 두어야 한다. 똑같은 일을 행하더라도 생각을 바꾸면 훨씬 더 결핍의 간격은 좁혀진다. 내가 만든 생각 관념은 환경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갈대처럼 유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은 새벽에 몰래 찾아오는 밤손님처럼 방문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TV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JYP 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이자 가수인 박진영이 공허감을 극복한 사례이다. 

 “I want to be (sucessful). 성공, 성공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걸 이뤘어요. 모두가 손뼉을 칠 만큼 완벽했어요. 근데 어느 날, 어디 마음 한 군데가 외롭고 쓸쓸하고 허전했어요? 이거 뭐지? 꿈을 이루었으니까 꽉 차야 하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이건 뭐지? 먼저 답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찾아보고 못 찾으면 그냥 살지 뭐! 아무튼 찾아보기는 해야겠다. 그것 말고는 희망이 없었어요. 고민 끝에 ‘성공’이란 낱말을 ‘존중’으로 바꾸었어요. I want to be (respected). 왜냐하면 우리가 남의 책을 어떻게 하면 읽을까요? 가장 성공하고, 톱스타고,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그 사람 책을 읽고 싶나요? 아니에요. 우리는 누군가의 책을 읽으려면 그 사람이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나는 저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자 했어요. 성공과 존경이 다른 건 결과만 좋으면 ‘성공’ 이예요. ‘존경’은 과정도 좋아야 해요. 편법하고 불법하게 반칙해서 성공했다면 그것도 ‘성공’이지만 ‘존경’은 하지 않아요. 성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삶이 남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해요. 이런 생각으로 행동했어요. 그 후에는 쓸쓸하지도 않고, 허무하지도 않았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나 이것 왜 해야지 하면서 무너지던 게 드디어 멈추었어요.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이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찾은 정답은 모든 사람의 정답이 아니에요. 저한테만 맞는 답이었어요. 한 명 한 명이 각자 자신에 맞는 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음표? 질문을 던지는 게 시작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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