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존재의 전부이다. 인간은 일생을 관통하여 감정 때문에 울고, 웃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행복해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도덕관념을 공부하고, 수학 방정식을 풀고, 역사를 공부하지만 ‘나’ 자아의 전부인 ‘감정’ 공부를 소홀히 한다. 그냥 본능으로 치부해 버리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기야 감정은 변덕스러운 사람 심리와 밀착하여 작동하는 까닭에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기도 하다. 인간 심리학 연구와 뇌 과학 발달로 ‘감정’ 연구가 꽤 진전됐다. 감정 공부는 곧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과 다를 바 없다.
감정은 외부적인 자극을 통하여 내부적으로 반응하여 바깥으로 표현되는 두려움, 불안, 기쁨, 사랑, 질투, 증오 등을 말한다. 감정은 마음에서 느끼는 정서적 측면과 몸에서 반응하는 신체적 측면으로 나눈다. 정서적 감정을 느낌(feeling)이라 하며, 부끄럽다, 슬프다. 화가 난다, 두렵다 따위를 인간이 직감으로 느낀다. 인간은 이 느낌을 의식하여 뚜렷하게 인지한다. 다음은 몸에서 생기는 생리적 반응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쁘고, 손에 땀이 나는 현상이다. 이는 외부 자극에 상응하여 뇌에서 자율신경 활동으로 생겨난다. 때론 사람을 어처구니없게 당황스럽게 만들어 창피하여 얼른 그 현장을 벗어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신체적 반응이다. 찡그린 얼굴, 삐딱하게 앉은 자세, 손톱을 뜯는 버릇, 화난 목소리 등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이다. 인간은 걸어 다니는 감정 덩어리다. 역사적으로 18세기까지 사람들은 감정을 돌보기보다는 하찮게 여겨 죄악시했다. 특히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약 450개 정도이다. 이 중에서 쾌(快)와 불쾌(不快) 나누면, 쾌의 단어가 28% 불쾌 단어가 72%이다. 인간은 부정 감정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 걸 엿볼 수 있다. 이 많은 감정 낱말을 간추려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싫다’와 ‘좋다’이다. 갓난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갖는 가장 순수하고 인간 본질 감정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에크만(P. Ekman)은 얼굴 표정 기준으로 기본 감정을 공포, 분노, 행복, 혐오, 슬픔, 놀람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유교문화권에는 기본 감정은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칠정(七情)에서 찾는다.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 싫어함, 욕망으로 나누었다. 동서양 공통 감정을 추슬러 보면 기쁨, 슬픔, 공포, 분노 넷 가지이다. 이것을 보편 감정이라 칭한다. 전체를 통틀어 긍정 감정보다 부정감정이 많다.
공포, 분노, 불안, 좌절,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 모든 부정 감정 뿌리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감정 가장 밑바닥에서 거부하기 힘든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움켜쥐고 있다. 인간에게 두려움의 본질은 죽음이다. 생명은 인간존재의 일차적 욕구이다. 이 생존 욕구는 음식 욕구와 신체 안녕 욕구로 나눈다. 음식 욕구는 인간 생존과 실시간으로 맞물린 탓에 그 결핍은 심한 공포로 나타난다. 신체 안전 욕구는 외부에서 침범하는 맹수와 이웃 집단 무리 공격,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돌발적인 사건 사고,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기적 감정 정리법」. 이지혜)
두려움과 욕구는 동전 양면처럼 공존한다. 인간은 생존 욕구가 충족되면 그다음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나타난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감정은 외부적인 자극 동기(motivation)로 움직인다. 동기란 어떤 걸 하고자 하는 충동이다. 감정은 늘 동기의 추동(drive)이 있기 마련이다. 공포는 도피를, 분노는 공격 동기를 동반한다. 배고픔은 먹으려는 충동을 동반한다. 이 동기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되는 속성을 지녔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욕구 역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추동으로 생긴다. 인간은 두려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에서 질투, 경쟁심, 열등감, 우월감, 사랑,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파생된다. 파생된 모든 감정이 2차 욕구 범주에 해당한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한다. 번뇌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 한다. 바닷가에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밖에 비가 자박자박 내린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지도 모르는 생각, 겪었던 모습이다. 자유를 누리고 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은 자유, 이것이 마지막 3차 욕구이다. 이 자유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면에 자유를 구속하려는 욕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은 타인의 자유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 또한 지녔다. 사랑하는 까닭에 통제하고 싶어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벗어나고 싶은 양면 감정을 가졌다. 인간은 늘 자유를 꿈꾼다.
우리는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있다. 예고 없이 들이닥칠까 봐 두렵다.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서 두렵다. 이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늘 삶의 기쁨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두려움을 피해 도망가기도 하고, 방어막을 만들고, 역습을 하기도 하고, 맞짱을 뜨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감정을 피할 수도 싸울 수도 없다. 어떤 감정이 든 간에 그 자체를 알아차리는 게 먼저이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감정 인지와 조절은 정말 어렵다. 모든 감정충동은 순간적으로 들어왔다가 어느새 사그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에도 유사한 두려움을 맞닥뜨렸을 땐 동일한 패턴으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습관이다. 내 습관을 알아차려야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