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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by 시우

완벽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완벽함은 더는 고칠 것이 없는 완전체를 일컫는다. 더 이상 성장과 변화가 없는 멈춘 상태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변화하고 성장하고 진화하는 게 본질이다. 겨울이 퇴색하여 봄이 오듯이, 멈추지 않고 자연과 함께 흘러 순환한다. 멈추는 순간 생명은 퇴화하여 실존 가치를 잃어버린다. 완벽함이란 생명의 자연 순환을 가로막는 가림막 다름 아니다.


사람은 일상에서 꽃, 나무, 새와 달리 완벽을 추구한다. 회사에서 제품을 도면에 따라 완벽하게 만들고, 고객 니드에 맞게끔 완벽하게 업무 처리할 수 있다. 무생물의 완벽은 실존한다. 그러나 생명의 완벽은 멈춤이다. 생명은 소유하지 않고 존재하기에 완벽한 법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는 완벽하게 귀엽다. 때론 울고 넘어져도 여전히 예쁘다. 아직 채 피어나지 않는 꽃잎은 피어나지 않아서 예쁘고, 활짝 핀 꽃잎은 피어나서 예쁘다. 생명을 다하고 떨어진 꽃잎은 쓸쓸함 자체로서 완전하다. 곧게 자란 나무는 곧아서 완벽하고, 삐뚤삐뚤 자란 나무는 비뚤어서 완벽하다. 이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생명체의 아름다움이다. 생명은 성장하고 변화하고 퇴색하기 때문에 완벽하다. 에너지가 멈춘 박제 나비보다 작은 날갯짓으로 마음껏 날아다니는 나비가 완벽하게 아름다운 법이다.(「이기적 감정 정리법」. 이지혜)


인간은 자신과 타인에게 줄기차게 완벽을 갈구한다. 남에게 완벽하게 인정받기 위해 지속해서 자신을 압박한다. 스스로 견디지 못해 자책하기도 한다. 더불어 가족과 타인에게도 완벽을 요구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시부모님은 며느리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완벽을 요구한다. 자신에게 완벽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에게 멈춤을 조르는 것이며, 아이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 에너지를 억압하는 꼴이다. 연인에게, 배우자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그들답게 살아갈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완벽주의는 우리가 질질 끌면서 걸치고 다니는 20톤짜리 갑옷이다. 우리는 완벽주의가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상 그것은 우리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방해한다’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에게 행복한 삶은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신기루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만든 완벽함이란 감옥에 스스로 가두어 놓는다. 그리하여 병들고, 몸이 아프고, 고단하고, 슬프다.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쥐어짜는 꼴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되레 아름답다.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불완전 속에 완전함을 볼 수 있고, 모자람 속에 가려진 헐렁함을 이해할 때, 당신은 더는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으며, 향기를 잃은 생화에서 매혹적인 향기를 품는 꽃으로 피어나리라.


도종환 시인의 '여백'이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말없이 나무를 받아안고 있는 하늘처럼 우리네 삶에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은 구하는 사람만이 취할 수 있다. 끊임없이 비움과 이완을 반복하고 스스로 궁구해야 한다. 질주하는 일터에서, 고단한 삶의 길목에서 틀에 맞추어진 기성복을 벗어 던지고 나만의 고요한 여백을 만들자. 언젠가는 바쁨이 멈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여백'이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말없이 나무를 받아안고 있는 하늘처럼 우리네 삶에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은 구하는 사람만이 취할 수 있다. 끊임없이 비움과 이완을 반복하고 스스로 궁구해야 한다. 질주하는 일터에서, 고단한 삶의 길목에서 틀에 맞추어진 기성복을 벗어던지고 나만의 헐렁한 여백을 만들자. 언젠가는 바쁨이 멈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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