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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ug 28. 2024

나의 몫을 외면하지 않을테다.

 월요일 출근길 온몸이 찌부둥하다. 회사에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엔 벌써 다가오는 토·일요일을 기다린다. 5일만 견디자 그러면 이틀을 쉰다. 이 소중한 공휴일은 언제 생긴 것일까? 이것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니다.  20년 전, 2004년 7월 1일 주 5일제 근무 제도가 시행됐다. 근로기준법 근로시간이 개정된 것이다. 이 법 조항 개정을 위해 우리 공동체는 숱한 갈등을 겪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을 망하게 해서 경제성장이 멈추고 종국엔 대한민국이 붕괴한다고 그 얼마나 야단법석을 떨었던가. 되돌아보면 어이없는 논쟁에 지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 현재도 이러한 퇴행적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네 부모들은 휴일도 없이 일만 했다. 그 험한 세상을 헤쳐 나오면서 먹고살기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나의 동료가, 이웃이 사회 시스템에, 부당한 지시에, 국가 공권력에 희생되어도 참고 또 참으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훔쳤다.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 토·일요일 공휴일 지정되어도 ‘어 내일 쉬어도 되나!’ 하면서 눈치 보기를 거듭했다. 눈치 보느라 10여 년 토요일 삐쭉거리면서 출근하곤 했다. 변화 과정에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주춤거렸고 머뭇머뭇했다. 그만큼 시스템과 악습의 힘은 거대했다. 우리네 공동체는 흔들리면서 더디게 나아가지만 어느덧 많이 변했다.

 

 사회 변화에 관한 다른 사례이다. 여성들이 선거 투표권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여성 투표권 시행은 나라마다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역사적 전환점이 된 것은 영국이다. 사회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t)는 여성참정권 권리 획득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녀는 1908년부터 1914년까지 무려 13번이나 감옥에 투옥됐다. 여성 사회 정치연맹을 조직하여 과격한 시위운동을 주저하지 않았다. 200여 명 여성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주요 건물의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을 내기도 했다. 이 운동은 10년 동안 지속됐다. 그럼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그녀는 전장에 나간 남성을 돕기 위해 군수공장에 나가 군수 물자를 만들어 주는 운동을 전개해 성공했다. 영국정부는 전쟁 중 군수물자 생산에 여성들 참여에 감사를 표하면서 1918년 3월 마침내 참정권을 허락했다. 처음에는 30세 이상 여성에만 주어졌다. 그로부터 10년 후 1928년 남녀 동일하게 21세부터 선거권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지나고 나면 당연한듯하지만, 그 변화의 동력은 언제나 수많은 시민의 희생을 딛고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회 시스템의 질긴 악습에 대해 ‘아니요, 잘못되었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견디기만 한다.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하여 자주 침묵한다. 직장에서 잘못된 일을 보고도, 동료가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서도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린 얼마나 자주 가만히 있는가? 그렇지만 '작고 뜨거운 점'들은 늘 우리 안에서 돌아다닌다. '작고 뜨거운 분노' 말이다. 배드민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 그녀는 ‘불합리한 악습’에 얼마나 힘들게 견디며 주눅 들었던가. 시민의 작고 뜨거운 분노가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다들 알고 있다. 이 작고 뜨거운 분노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지. 안세영 선수를 응원하자. 끝까지 지켜보자.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에서 나의 몫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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