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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Sep 06. 2024

우파 포퓰리스트는 외로운 집단 20·30대를 공략한다.

 감정을 공부하던 와중에 경희대 정치 철학자 김만권 교수 〈외로움의 시대〉 유튜브 강의를 들었다. 강의 내용이 좋았다. 외로움을 단순 개인감정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고 ‘외로움과 디지털 시대’ 상관관계를 날카롭게 풀어냈다. 이 강의는 김만권 교수 「외로운 습격」 책을 요약한 것이다. 내용이 많아 세 챕터로 임의로 나눴다. Ⅰ. 젊을수록 더 외롭다. Ⅱ. 우파 포퓰리스트는 외로운 집단 20대 30대를 공략한다. Ⅲ 풍요롭지만 격차가 벌어지는 시대. 


Ⅰ. 젊을수록 더 외롭다.

 

 2018년 1월 영국 정부는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다. 영국 국민은 6천6백만 명이다. 그중에서 국민의 14% 이상인 900만 명이 상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외로움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위험 요소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외로움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다. 2021년 2월 일본 정부도 고독 고립부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바야흐로 21세기는 외로움의 시대이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꼴로 26%가 항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세대별로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노인 세대가 가장 외로울 거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대가 40%로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그다음은 30대로 29%, 40대가 25%, 50대가 20%, 60대가 17%로 거의 항상,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젊을수록 더 외롭다는 패턴을 보인다. 서울시에서 2022년 은둔·고립 청년 실태조사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19세~39세 대상이다. 이들 중 정서적, 물리적 고립으로 6개월 이상 집안에서 외출하지 않는 은둔·고립 청년이 12만 9천 명이다. 서울시 전체 청년 인구의 4.5%에 해당한다. 전국적으로 61만 명에 이른다. 한국 사회 고립도가 OECD 국가 중에 가장 심각하다.


 청년들의 은둔·고립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자신이 원하던 직장 구직 실패가 60.7%로 가장 높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능력주의 단면 하나를 보여준다. 만약 내가 상위 5%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에 속하지 못했을 땐, 자신의 기준에서 다음 직업군으로 가는 게 아니라 고립·은둔을 선택한다. 이것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중에서 11.5%의 청년은 고립·은둔 늪에 빠져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 고립·은둔 청년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회에서 외로움이 널리 펴져 나가게 된 계기는 산업혁명 때문이다. 유럽에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출산을 장려했다. 그 결과 19~20세기 유럽 인구는 2.5배 증가했다. 기하급수적 인구증가는 늘어나는 일자리 증가 수를 초월했다. 19세기 말에 사상 최초로 실업이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이 농촌에 살다가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도시 빈민촌을 만들었다. 고향을 떠나와서 뿌리 뽑힌 감정.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비참함. 뿌리가 뽑히고 쓸모를 잃어버린 경험은 유럽에서 온전히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다.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외로운 사회 특징은, 대중적 인간이 야만과 퇴보가 아니라 고립과 정상적인 사회관계의 결여이다.’(한나 아렌트 「전체주의 기원」). 외로움이 위험한 까닭은? 도움을 청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왜 사는 걸까.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라고 되묻게 된다. 독일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을 참기 힘든 이유는 그 속에서 자신의 자아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주변인, 세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 자신과 세계, 사고와 경험을 위한 능력이 동시에 위협받게 된다.’ 



 

Ⅱ. 우파 포퓰리스트는 외로운 집단 20대 30대를 공략한다.

 

 외로움에 빠진 사람들은 아주 특이한 감정에 매몰된다. 자기중심적 슬픔(Self centered bitterness)에 빠져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bitterness인데, 슬픔, 울분이라는 뜻이다. 울분 어린 슬픔을 느낀다는 말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은 경험이 없기에 공동체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렇게 소외된 외로운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집착한다. 그들은 구원을 약속하는 정치인과 이념에 끌린다. 전체주의가 어떻게 유지될 수가 있었을까? 한나 아렌트 말이다. “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강압 권력으로 찍어 눌려서 유지되었던 것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이 나치와 스탈린을 지지해서 정권이 유지됐다. 전체주의는 외로워진 대중의 지지로 유지된다.”

 

 21세기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정치인들은 외로운 사람들을 현혹한다. ‘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시대가 된 지금, 너를 도와주겠다. 당신의 자리를 찾아주겠다. 더는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 이러한 약속을 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였다. 


 21세기 우파 포퓰리스트 논리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긴다. 외부에서 들어온 이민자,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유색인을 더 사랑하고, 여성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이민자에게 더 많은 복지를 준다는 역차별 여론을 불러일으킨다. 소외된 집단을 동원하기 위해서 더 소외된 집단을 이용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논리를 잘 썼던 인물이다. “모든 무슬림 입국 금지해야 한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더 높이 올려야 해, 거기서 넘어오는 자 대부분은 마약 밀수자, 범죄자, 강간범들이야” 이러한 구호는 소외된 외로운 집단 사람들을 불러들여 지지층으로 확보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가 나비효과가 됐다. 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겠구나! 세계적으로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따라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 전략은 그대로 적용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30대 청년들을 동원하기 위해 그들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그중에서도 남성에게만 집중했다. 20대 30대 남성보다 약자인 여성을 훨씬 더 배려한다는 전략을 썼다. 젠더 갈등을 부채질하고, 병역 성 평등 역차별을 불러들였다. 여성 문제에 불만을 품는 남성들을 더 많이 지지층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외로운 사람들의 자기혐오는 타자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혐오는 차별이 자라는 토양이 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Ⅲ. 풍요롭지만 격차가 벌어지는 시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에너지 동력원이 증기에서 전기로 넘어갔다. 이 동력원은 폭발적인 성장을 끌어냈다. 프랑스는 이 시대를 아름다운 시절이라 부른다. 19세기 말에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까지 유럽은 번성기였다. 풍요롭지만 이 풍요를 누리는 사람은 언제나 일부였다. 21세기 지금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그 이유는 디지털 혁명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그 풍요를 누리는 것은 언제나 일부뿐이다. 이 풍요를 나만 누리지 못한다는 사회적 고립감, 외로움, 박탈감이 널리 펴졌다. 아울러 소수만이 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정당성도 널리 퍼졌다. 능력을 갖춘 소수 사람이 모든 걸 가져가도 괜찮다는 것이다. 능력주의 분배 틀이다. 


 쳇 GPT 시대, 우리는 더 외로워진다. 데이터와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 건강하게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대화 상대자가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이니까. 반면에 사회적 관계 폭이 좁고 외로운 사람이라면 디지털 발달은 오히려 고립을 더 심화시킨다.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우리를 외롭게 하는가. “각 집단에서 디지털 기술은 승자의 경제적 이득을 증가시키는 한편 경제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훨씬 적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 이익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이 상대적 소수의 승자 집단에만 집중되고 나머지 대다수 사람은 이전보다 열악해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제2의 기계시대」). 디지털 기술,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소수이며, 대다수 사람은 소외된다. 세상은 더 디지털화될수록 승자 독식 경제가 심화한다.


 고 숙련 전문 시대가 아니라 초 고 숙련 전문가가 주목받는 시대다. 따라서 초 고숙련자에게 부가 더 집중된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중간 숙련 일자리 감소이다. 2019년 한국 노동원 발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사무직 중 숙련 일자리 감소는 평균 5.3%이다. 그중에서 한국은 6.1%이다. 한국의 IT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증거이다. 사무직에 디지털 기술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대체한다.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벽의 크기는 높아지며 두꺼워진다. 이들의 외로움은 심화할 수밖에 없는 사회 틀이다. 외로움엔 가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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