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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Sep 29. 2024

힘센 꼰대가 간다.

 글의 제목 ‘힘센 꼰대’라는 낱말이 내 마음에 감겨왔다. 김훈 작가가 「허송세월」책에서 쓴 말이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내 새끼’를 앞세운 이 갑질의 전통은 유구하다고 한다. 남의 자식을 짓밟고 ‘내 새끼’를 밀어붙이는 고위층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점차 사라지고 “힘센 꼰대가 간다”만 남는다고 꼬집는다. 난 이 패러디가 통쾌하기도 하고  사회의 잿빛 단면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한때 ‘꼰대’라는 낱말이 사회에 화두가 되어 여러 미디어에서 그 세태를 능멸할 요량으로 조롱했다. 꼰대의 뜻은 대략 이렇게 정의됐다. 자기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권위적인 태도를 가진 나이 든 사람.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의 가치나 관념을 고수하는 나이 많은 사람.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 하고 윽박지르는 어른. 더불어 꼰대의 말투에는 특징이 있다. “요즘 애들은~” “내가 ~했을 땐” “야 너희만 힘든 줄 알아, 나 때는 더 했어.” “됐어, 그렇게 하지 마, 내가 다 해본 일이야” 듣고 보니 말의 뉘앙스에 폄훼, 무시, 권위가 잔뜩 들었다. 다 맞는 말 같아 나도 모르게 괜히 주눅이 든다. 그 후로 나는 말을 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런데 좀 억울하고 심술이 난다. 나이 든 사람 중에 그렇게 윽박지르고, 과거의 관념 가치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지 않는 이도 꽤 많다. 나이 든 모든 사람을 한 묶음으로 꼰대로 퉁치니 조금 억울하다.


  대한 축구 협회, 배드민턴 협회, 대한 체육협회 회장의 무능과 욕망. 이들은 권위에 도취하여 인간이면 지녀야 할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 인간이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냉철한 이성으로 결정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감정의 토대 위에서 이성을 더하여 결정한다. 그 무엇을 선택할 때 감정 개입이 더 많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이분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타인이 공감할 그 무엇을 결정한다. 이게 더 사회적 정서에 맞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면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결핍이 거의 없으므로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매우 빈약하다. 이런 사람을 이른바 사이코패스라 한다.

 

  이들은 남들이 눈에는 거슬린 행동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므로 대화할 때 상대방 입장을 무시하는 건 예삿일이며, 늘 자신 입장만 강조한다. 자기감정 조절 부족하여 본능적으로 타인의 잘못을 과도하게 비판한다. 이런 자가 부모의 재력 덕분에 권력을 가지면 필연적으로 괴물이 된다. 이 ‘힘센 꼰대’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보편적 가치를 좀먹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영화에서만 본 스펙터클한 ‘진짜 괴물’을 실시간 직접 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일본과 국가 대표 축구 경기를 하면 승리보다 패배가 많아졌다. 이제는 으레 진다는 걸 국민이 속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통상 패배의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점점 격차가 더 벌어질 것 같아 내심 걱정이다. 왜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축구 협회는 행정 및 운영 시스템이 일본 축구 협회 대비 경쟁력 있는가. 선진 축구 행정 및 운영 시스템처럼 질 높은 체제를 갖추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일이 저절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진행되어 간다. 이게 시스템의 힘이다. 그냥 일(Work) 처리는 곧 퇴보다.

 

  다음은 이 힘센 꼰대들은 리드의 역할과 그 의미를 모른다. 모든 일(Works)의 본질은 방향성이다. 방향이 올바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국엔 그 목표에 이른다. 리더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 목표는 탄력성이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가 집중된다. 이게 리더 자질의 처음과 끝이다. 여기가 앞 인지, 뒤 인지 분간을 못 하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는가.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낼 뿐이다. 이 또한 퇴보다.

 

  개는 후각 능력이 뛰어나 미세한 냄새를 감지한다. 또한 소리 감지 능력이 인간보다 4배나 뛰어나다. 박쥐는 초음파로 장애물을 피하고 먹이를 탐지한다. 그러면 인간의 뛰어난 능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감 감정’ 인지 능력이다. 인간은 타인의 표정, 몸짓, 행동, 말투만 보아도 그가 기쁜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 바로 알아차린다. 이 공감 감정 때문에 우리 공동체는 퇴행을 딛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공감 감정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남보다 우월한 힘을 가진 인식이다. 그들은 그렇게 괴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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