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제일 억울한 게 뭘까? 주름, 아냐. 돈? 그것 좋지. 근데 그것도 아냐. 할미가 진짜 억울한 건 나는 언제 한 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좀 놀아보려 하니까 몸이 말을 안 듣네.”
살다 보면 매일 보는 낯익은 광경이 갑자기 생소하게 보일 때가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 말이다. 바로 이문구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마치 들판에 숨어있는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은 것처럼. 한참이나 삶의 모퉁이에서 나는 이 문장들을 매만졌다.
“나도 할머니처럼 살고 있어, 바보같이.”
▶오늘 하루만 남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실 건가요?
가수 요조는 가슴에 묻어야 할 이야기를 힘들게 꺼냈다. “3년 전 제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청량리역에서 지하철 공사를 하던 포클레인에 깔려 즉사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제 운동화를 신고 나갔어요. 언니 나 이것 좀 신고 갈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요. 근데 죽었어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 돈을 모아야 하며, 왜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확신하면서 오늘을 이렇게 고생해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 내일은 안 올 수도 있어요. 저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낭만적으로 사는 게 뭐죠!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오늘이 나의 마지막 하루입니다!”
▶오늘을 잘 살자. 내일로 미루지 마라.
옛날 어느 마을에 고기를 기가 막히게 잘 잡는 젊은 어부가 살았다. 그런데 이 젊은 어부는 오전 반나절만 고기를 잡고 오후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이 소문을 들은 이웃 마을 부유한 상인이 그 젊은 어부를 찾아가 잡은 물고기를 자신에게 팔면 이문을 넉넉히 챙겨줄 테니 자신과 거래하자고 제안했다. 상인의 눈에는 젊은 어부의 모습이 나태하고 게을러 보였다. 오후에도 물고기를 잡으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어 놓으면 노후에 석양을 보며 술 한 잔 기울일 여유가 생기고, 아울러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다며 젊은 어부를 설득했다. 그러자 젊은 어부는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데 뭐 하러 노후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나는 젊은 어부처럼 오늘을 살지 않았다. 숱한 오늘의 일들을 미루어 내일의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는 자잘한 핑게와 함께. 그렇게 미루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네모난 비스킷처럼 부서져 쓸모를 잃어버렸다.
내 인생 곳곳에는 들판에서 이름 없는 피어난 잡초이거나, 때론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핀 아름다운 장미꽃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매번 진짜배기 인생의 재미를 밀쳐 내곤 했다. 그렇게 좋은 시기를 놓친 내 인생이 참 시시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우리의 오늘은 바빠서 안 된다. 진짜배기 인생은 내일에 들어 있다. 돈을 더 모아서 여행을 가야지. 사랑은 다음에 하지. 내년에도 꽃은 필 텐데.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의 재미난 일을 내일로 미뤘다. 참 어쭙잖은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