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아담하지 않은 몸집을 가진 두 성인이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로 입면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6년 간 한 침대를 공유하며 쌓아온 나름의 내공 덕이다. 하나의 베개 위에서 볼을 부비던 두 얼굴이 각자의 베개로 돌아갈 때, 두런두런 들려오던 목소리가 잦아든다는 사실을 둘 중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때 비로소 우리의 잠이 시작된다.
우리는 양손을 가슴 위에 포개고 천장을 향해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등을 돌린 채 방금 다툰 부부처럼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불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다리가 이상한 모양새로 감겨 있다는 사실이다. 혹독한 계절에 결혼한 부부가 서늘한 방 기온을 극복하기 위해 취한 실용적 자세인 걸까. 하지만 네 계절을 6번씩 거듭하는 동안 이불속 모양새는 크게 변함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이건 너와 나의 연결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