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그 도시를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위 이미지는 나주혁신도시와 무관합니다)
광주에서 일할 때 나주혁신도시에 미팅 갈 일이 있었다. 드넓은 평야와 새로 지은 빌딩과 조형물이 꽤 깔끔해 보였다. 나주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분산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들을 이주시켜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다. 처음 나주에 갔을 때는 아직 부족해 보이지만 나름 구색은 잘 갖춰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실상은 비극적이었다.
지인피셜로 서울에 있던 많은 공기업 직원 가족들이 이런저런 복지, 교육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내려왔는데 지금은 대부분 아빠들만 남고 엄마와 아이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거나 근처인 광주로 이사 가 도시가 휑 해져버렸단다. 건물의 상가들은 이빨 빠진 것처럼 빈자리들이 눈에 보이고 그나마 있는 상가들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일이 끝난 저녁에는 아빠들이 혼자 길거리를 서성이다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 모습으로 ‘좀비 거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하니 얼마나 씁쓸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부는 이런저런 도시 구색만 갖춰 놓으면 생기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총사업비가 1조 4천 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 근본적인 문제, 이해관계를 간과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일 할 수 있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 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이 있다. 배우자가 있고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나름 학교에 우수한 선생님들을 영입했다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학구열이 강한 학부모들이 과연 만족했을까?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노력을 더 들이는 이때에 그런 인프라까지 갖춰져 있을까 의심된다. 또 주부들은 어떤가?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혹은 주말에 무엇을 할까? 문화생활을 즐길 곳, 마트 등 서울이나 다른 도시와 견줄만한, 아니 최소한으로 만족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최근 나주에 한전 공대가 생길 것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개인적으론 반신반의한다.) 과연 정부는 깊이 있게 고민하고 고려했을지 단순히 분산정책이라는 명목과 실적 하에 쓸데없이 낭비한 것은 아닌지 지적해본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부 회사 같은 경우엔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 커뮤니티, 혹은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시나 계획은 그럴듯하다. (?쳐 맞기 전까진 -마이클 타이슨) 그런데 그들의 본질적인 문제 ‘어떻게 해야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일 것인지, 왜 사람들이 그 커뮤니티에 모이는지’와 이해관계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아요 기능도 달고 댓글 기능도 달았다. ‘우리 이런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오세요!’라고 한다 해서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찾아와 주지 않는다. 옛날이라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넘처나는 유사 서비스들과 다양한 가치관들이 있는 지금 세상에선 그런 안이한 태도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은 고객, 사용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본다. 그러다 상황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게 된다면 ‘이 기능이 이상했기 때문이라는 둥, 마케팅을 잘못했다는 둥’ 엄한데 삽질하다가 또 갈아엎겠지… 모름지기 기업이라면 효율성이 중요한데 위와 같은 방법이야 말로 아주 비효율적이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을 갈아엎어야 하지 않을까?
‘가구를 디자인한다면 가구가 아닌 집안 전체를, 건물을 짓는다면 그 동네, 그 도시 전체까지 깊이 고려해야 한다’는 말. 나주혁신도시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례를 통해 절실히 경험한다.
P.S. 물론 정부에서 주도하는 혁신도시 사업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한 지 이제 5년이 지난 나주혁신도시에 뭐라고 당장 지적할 것은 아니지만 지인에게 나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많이 유사하다고 생각이 들어 사례로 적은 것이다. 나는 물론 빛가람혁신도시가 더욱 활기 넘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