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공짜로 피피티를 만들어준다고?

예비사회적기업 모두의캠퍼스가 네모공방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by Allen

나는 스타트업이면서 예비사회적기업인 모두의캠퍼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 모두의캠퍼스는 대학생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의 후기를 남기고 공부한 자료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처음 회사에 오자마자 브랜드와 서비스 리뉴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학생에게 무료로 피피티 템플릿을 나눠주면 좋지 않을까'하는 대표님의 약간은 우발적인 계기로 ‘네모공방'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왜? 굳이? 지금 하고 있는 서비스도 보완해야할 것이 많은데 다른 곳에 시간과 인력을 낭비를 할까?’ 걱정이었다. 어찌되었건 대표님의 의견도 강하고 대학생 타겟이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시작했다.



어떻게 만들어야 좋아할까?

누가 피피티 템플릿을 받고 싶어 할까?

피피티에 어떤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


네모공방 브랜딩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리서치를 해 본 결과, 페이스북 페이지, 블로그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피티 템플릿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었다. 피피티 제작 방법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곳도 있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다른 곳은 피피티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디자인전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만들어주는 피피티라고 인식시켜주고 아주 고퀄리티로 만들어주면 되겠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우리의 타겟은 누구일까?

대학생이 팀플 또는 과제를 발표할 때 눈에 띄게 발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피피티 템플릿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를 하는 사람은 누굴까?


인스타그램에 올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고 플레이팅이 아름다운 맛집 음식을 수 십 장씩 찍는 사람. 공유한 사진의 ‘좋아요’와 ‘댓글’ 관심을 받으며 만족을 느끼는 사람. 바로 20대 초 중반 여성이다. 만약 네모공방의 피피티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릴 정도로 예쁘고 고퀄리티라면 충분히 우리의 타겟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대학생들이 왜 피피티 템플릿을 필요로 할까?

그리고 왜 만들어 줘야 하나?


대학을 다니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발표다. 솔직히 나는 디자인 전공이라 학생 때 피피티를 만드는 것은 그리 부담은 아니었다. 그런데 종종 커뮤니티에서 ‘그럼 피피티는 누가 만들래?’, ‘보노보노 피피티’가 떠도는 것만 봐도 큰 어려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표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피피티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 내용이다. 네모공방은 바로 본질, 발표 내용에 좀 더 충실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디자인이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라고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했다.


이렇게 네모공방 프로젝트의 기초를 만들어 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볼 때마다 이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피피티마다 다른 컨셉을 만들어 내야 했다. ‘인기 있는 영화를 컨셉으로 해볼까?’, '타겟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느낌을 표현 해볼까?' 이것 저것 많은 시도를 해 봤다. 가끔은 하면서도 ‘이게 과연 처음으로 하려고 했던 목표와 맞나?’, ‘이렇게 하면 기존에 디자이너가 만들지 않은 피피티와 다른 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았다. 4개월 만에 8개의 피피티로 페이지 팔로워와 템플릿 신청자 2만 명을 유치했다. 지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라며 위안 삼고 있다.


네모공방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네모공방의 피피티를 사용한 사람들은 예쁜 피피티,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피피티를 얻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앞으로 네모공방의 피피티를 사용하면서 내용과 본질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또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자리 잡았으면 한다.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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