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걸어서 40분, 자전거로는 2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처음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마치 시간과의 경주라도 하듯 이동 시간을 단 1초라도 줄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빠르게 페달을 밟으며 허벅지가 터질 듯한 근육통을 감수했고, 숨을 헐떡이며 신호등 앞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자전거의 이동 속도는 내 삶의 속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빨리, 더 빨리. 그래야만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땀과 조급함을 안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누군가를 앞지르고 있다는 안도감은 잠시였고,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초조함과 피로감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달라졌다. 그날 아침은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밤새 뒤척였던 탓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평소처럼 자전거 속도를 낼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느릿하게 페달을 밟았다. ‘세월아 네월아’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천천히, 숨을 고르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서관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보다 고작 2~3분밖에 더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10분, 15분은 더 늦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도대체 지금까지의 서두름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의문을 넘어 내 삶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조급하게 줄이려 했던 시간은 정작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더 빨리 도착한다고 해서 내가 더 충만해졌던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지쳐 있었고,
서두름은 지속적으로 나를 위험에 노출시켰다.
그 이후로 나는 자전거를 탈 때 속도를 늦췄다. 단지 자전거의 속도를 느췄을 뿐이었지만, 느려진 행동은 나의 마음과 정신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행동이 여유로워진 만큼 마음과 정신에도 여유가 찾아왔다. 익숙했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던 나무의 초록이, 카페 앞에 앉아 웃는 사람들의 표정이,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와 새소리가 전부 내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이 컬러로 바뀌는 듯한 감각이었다.
속도의 변화에서 더 뚜렷하게 느껴진 건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드러내는 세상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서두르고 조급할 때, 나는 이상하리만큼 나와 똑같이 날 선 사람들만을 마주하게 되었다.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인상을 찌푸린 사람,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얼굴들. 그들은 마치 내 내면을 거울처럼 비추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 굴었기 때문에, 세상이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반면, 내가 느리고 여유로울 때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는 사람, 길을 양보해 주는 운전자, “먼저 가세요” 하고 손짓하며 웃는 사람들. 그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늘 거기에 있었다. 다만 내가 너무 서둘러서, 내 안의 초조함에 가려져 있어서,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세상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나에게 보여주는 얼굴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깨달음 이후, 나는 느림이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태도였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자전거를 타며 스치는 바람, 무심코 마주치는 사람의 얼굴, 짧지만 따뜻한 인사. 이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다시 살아 있게 했다.
놀랍게도, 느리게 간다고 해서 일이 늦어지지도 않았고, 인생이 뒤처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진짜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더 빨리 가기 위해 희생했던 것은 단지 시간만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감각, 주변의 온기, 그리고 삶의 깊이였다.
‘느림’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세상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에 따라
다르게 응답한다는 것을.
내가 여유로우면 세상도 여유로워지고,
내가 따뜻하면 세상도 따뜻해진다.
내가 무시하면 무례한 세상이 되고,
내가 마음을 열면 그 틈으로 세상도 스며든다.
느림은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느림 속에서,
삶을 더 가깝게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