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살면서 타인들은 나를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종종 말했다.
하지만, 뱀이 껍질을 벗고 탈피를 하듯 40대를 지나 50대가 된 나는 인생에서 '열심히,치열하게'를 뺐다.
대신 '천천히, 깊게' 로 바꾸는 중이다.
어릴적부터 나의 삶은 늘 맥시멀했다.
삼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다.
할머니, 부모님, 다섯 형제들이 북적이는 공간에서 네째였던 나는 늘 말없이 구석진 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수많은 빨래를 개고 계신 엄마를 위해 피아노를 쳤다. 때론, 혼자서 종일 대청소를 한 적도 많다.
바쁘게 움직이는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서 '혼자' 책을 읽고, '혼자' 대청소를 한 후 깨끗해진 창 너머로 보이는 마당의 꽃과 나무 보는 일을 즐겼다.
그렇게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한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 180도 달라졌다. 솔선수범이 되어야 할 학생회장을 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몹시 궁금했던 나는 대학 전공을 심리학으로 택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수많은 실험과 계산이 들어간다는 걸 깨닫고, 바로 관두었다. 곧 나의 꿈은 글 쓰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신문방송학을 부전공하면서 나는 기자 시험을 준비했다. 졸업 무렵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잡지사 수습 기자가 되었다. 인터넷IT 산업이 벤처 기업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태동하면서 나는 취재원 업체 중 한 곳으로 전직을 했다.
인터넷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을 배우면서 동시에 온라인 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천천히 업계의 경력을 쌓아나갔다.
대기업에서 전략 업무를 하며 매번 회사의 10년 후까지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면서 깨달았다. 내 인생의 전략도 없는데 회사의 전략을 무슨 수로 제대로 만드나?
나는 길고도 긴 14년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었고, 그 이후로 15년간 아이를 낳고 키우며 결혼이 주는 온갖 가족 관계에 치였다.
40대를 지나 어느덪 50대가 되었다. 어릴적과 달리 지금의 나는 미니멀을 추구하며 매주 물건과 감정 비우기 연습을 한다. 몇 년 전부터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청소하는 일도 병행중이다.
요즘 MZ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간단한 수단으로 MBTI를 묻는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MBTI는 한창 일하던 시절엔 ESTJ 였지만, 50대가 된 지금은 INFJ. 가끔 외롭고, 외딴섬처럼 스스로 고득을 자처한다. 농담을 어려워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빡세게 하다가도 한 순간 탁-하고 내려놓고 뒤도 안 돌아본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천천히 서서히 거리를 두는 성향이며,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면 내 일처럼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돕는다.
삶은 평생동안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4년 전부터 '나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행' 이라는 부제를 달고 독서하며 글쓰기하는 '책 프로파일러, 맑은눈빛연어'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나는 탐서가이자 문장수집가다. 매일 책을 읽고, 좋은 문장들을 수집해 파일로 만들어 놓는다.
몇 년 전,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를 읽은 후부터는 꼭 블로그,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나는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쓰며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오늘의 나는 여름으로 물든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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