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할 학부모 리스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기를 뽑으라면 난 ‘조리원 동기’를 뽑고 싶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하게 된다.
‘쟤는 배밀이를 벌써 시작하네. 어머, 기어 다니는 거야? 걸음마를 하고 있네! 우리 애만 말이 느린 거 아니야? 다들 교구 수업을 시킨다는 데나만 안 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모임만 다녀오면 마음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올 것이다. 이날은 남편을 잡는 날이 된다. 왜냐고? 결론은 경제력이니깐.
번쩍번쩍한 교구를 교구장에 쫙 진열한 아이 방, 친환경 가구, 메이커 책들, 인스타에서 많이 보던 장난감... 이런 것들을 보고 오는 날은 속이 쓰리다. 나라고 안 그랬겠는가? 나도 자식 잘 키우고 싶은 대한민국 엄마인데.
여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또 하나의 인격이 생기는 것 같다. 이걸 강한 모성애라고 해야 하나? 내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는 인격.
여기서 포인트는 ‘남 부럽지 않게’이다. 잘 키우고 싶다가 아니다. 남 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거다. 나는 이런 놀라운 인격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발견하고는 남의 집에 거의 가지 않았다.
남의 집에 가는 이유는 첫째 성인 여성과 얘기하고 싶어서였고, 둘째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남의 집만 가면 아이가 울었다. 낯설어서 울고, 친구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데 친구가 안 줘서 울었다. 우리 집에 누가 와도 마찬가지였다. 싸움의 발단은 늘 장난감이었다.
"내 거야, 내 거! " 어린 아이들은 소유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모든 걸 자기 것처럼 여기는 게 당연한데, 엄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에게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속 시끄러운 이웃집 나들이를 끊자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컨디션에 맞추어 느긋하게 생활할 수 있었고, 오로지 내 아이만 바라보니 아이의 행동이 더 이상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친구라고 해서 그 부모들까지 친구일 수는 없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젖먹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유태인이 자녀를 낳고 기르는 53가지 지혜-
아이들의 친구가 내 친구가 아니듯 학부모 역시 내 친구는 아니다. 아이들이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갈등이 생기면 순식간에 어색해지는 게 학부모들 간의 관계이다. 문제는 참 다양하게 생기는데 갈등뿐 아니라 질투도 한 몫한다. 동일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정도가 심하냐 심하지 않냐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비교의 마음이 있다. 특히 자식 비교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70대인 우리 엄마만 봐도 그렇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어르신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뉘 집 자식 얘기가 대부분이다. 누가 뭘 해줬다 카더라. 그 집 아들이 무슨 일을 한다더라. 결혼을 했다더라. 용돈을 얼마씩 준다더라. 집은 어디에 산다더라... 너무 많아서 나열할 수가 없다.
우리 엄마도 습관적으로 옆집 아들, 딸 얘기를 하시는데 난 듣다가 가끔씩 “우리 엄마 또 부럽네! 근데 그거 알아요? 남들은 엄마 부러워한다는 거. 남들이 부러워하는 딸 여기 있는데 성에 안차지? 남들도 다 그래요. 성에 안 차니깐 자랑하는 거야. 내 자식 욕하기는 싫으니깐” 하고 못된 딸 역할을 한 번씩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엄마와 우리 엄마를 비교하는 더 못된 내가 되기 때문이다.
비교를 끊는 게 쉽지 않으면 그런 환경에서 최대한 벗어나면 된다. 슬리퍼도 명품을 신고 다니는 동네에 살면 내가 신고 있는 나름 브랜드 슬리퍼가 초라하게 느껴지듯 잘 난 것처럼 보이는 아이 엄마 옆에 있으면 자꾸 내 아이의 부족함이 보인다.
<피해야 하는 학부모 리스트>
1. 내 아이가 항상 돋보이기를 바라는 엄마.
무조건 피하라. 자기 자식보다 뛰어난 게 하나라도 보이면 그 아이에 대해 온갖 헌담을 하며 깎아내리려고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아주 친절하고 나를 잘 챙겨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을 사실처럼 포장해서 말하는 게 일상이며 영리하고, 연기도 수준급이어서 쉽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부류는 소시오패스 경향이 강하므로 무조건 피해야 한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만약 이런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다면 내 아이가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빛내줄 아이라서 잘해주는 거다. 그녀의 거짓 친절에 속지 마라.
2.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엄마.
함께하면 나의 리듬도 무너진다.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은 자식 관리도 잘 못한다. 무질서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절제하는 힘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3. 부정적인 엄마.
아이에게 말끝마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이번엔 어쩐 일로 잘했냐? 쟤는 안돼. 우리 애는 못해.”라고 말하거나 부정적인 사생활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 엄마. 나의 에너지를 방전시키는 주범이다. 이런 사람과 함께하다가는 에너지가 떨어져서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거나 아이들과 남편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4. 자신의 꿈과 자식의 꿈을 동일시 여기는 엄마.
아이에게 집착하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자식의 인생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지만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잃어서 속이 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5. 시선이 타인에게 고정되어 있는 엄마.
끊임없이 SNS를 보거나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결국 나와 내 아이를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6. 교육에는 관심이 많으나 뚜렷한 교육관이 없는 엄마.
1등이 다니는 학원을 따라다니며 등록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도 많고 설명회도 많이 다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교육관이 없다.
7. 아이를 집에 두고 저녁 모임 다니기를 좋아하는 엄마.
엄마 모임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밤 모임. 한 번씩 이렇게 학부모 모임을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 나도 1년에 한두 번 있는 학부모 모임은 참석해서 즐긴다. 하지만 이런 모임에 지속적으로 다니는 엄마의 아이는 집에 혼자 있게 된다.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장난감이 생긴 지금,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나는 이런 학부모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